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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중소 두부업체 보호 목적 규제로 모두가 손해 보았다

(※ KDI 연구 보고서의 일부를 소개한다. 사업자 가운데 규모나 성격 등 특정 대상에 대해서 불이익을 줌으로써 여타 사업자를 보호 내지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규제는 그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이 보고서는 이런 의혹에 대해 미시적 통계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연구 결과는 아래 내용을 참조하기 바라며 보고서 전체를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보고서 제목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두부산업을 중심으로』이며 보고서는 KDI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요약: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이하 ‘적합업종제도’)의 경제적 실효성 논란은 도입시기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업종 선정에 수반되는 사전적인 검증과정이 업계의 동의를 이끌어 낼 만큼 충분치 않았고 제도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도 미흡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도 적합업종 재지정⋅해제⋅신규지정이 되풀이되고 있어 본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불협화음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 연구는 미시적 실증분석을 통해 대기업의 진입 또는 확장을 제한하는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 및 육성이라는 본연의 목적 달성에 부합하는가를 검증하고자 한다.

분석 결과, 적합업종제도가 권고하는 대기업에 대한 확장제한은 포장두부시장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시장제약에 대응하는 대기업들의 가격 및 제품 특성에 관한 전략적 반작용은 소비자 후생뿐 아니라 본연의 목적인 중소기업의 수익성까지 저하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적합업종제도의 운영패러다임이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으로부터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 제품경쟁력 향상을 위한 단계별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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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업종제도가 도입,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100여 개가 넘는 업종들이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그중 30여 개는 3년 만에 해제, 70여 개는 보호를 받고 있다. 지금도 새로운 업종에 대한 추가지정 논의가 진행 중인데, 업종 하나가 심판대에 오를 때마다 그 찬반양론은 해당 업계에 국한된 논점을 넘어 대⋅중소 기업 간 대립 및 양극화의 문제를 거론하며 정치⋅사회적 논쟁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업종을 막론하고 제기되는 논점도 비교적 유사하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측에서는 적합업종제도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및 불공정행위를 제한하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기업들은 시장 진입과 확장을 제약하는 규제는 시장규모를 축소시키며, 더 나아가 대⋅중소 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맞선다. 중소기업 보호주의든 시장경제원리든 주장은 많으나 실증적인 증거들은 빈약하다. 존치론과 폐지론을 둘러싼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생산적인 논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존치 또는 폐지에 대한 거대담론보다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해당 업종들에 과연 어떠한 경제적 현상들이 발생해 왔는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적합업종제도는 정말로 중소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적합업종제도의 목적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으로, 이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적합업종제도가 운영하는 수단은 그 목적을 실현하는 데 적합한가. 대기업에 대한 진입 및 확장 제한이라는 수단은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목적 달성에 부합하는가.

본 연구는 이 물음에 답하고자 미시적 실증분석을 수행하였고,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업종제도의 존치/폐지/개선에 대한 정책방향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특히 수십여 개의 적합업종들을 대상으로 수행됐던 기존 연구들과는 달리, 국민들의 일상 소비활동과 밀접하면서도 제품 단위의 미시 데이터가 가용한 포장두부업에 초점을 두었다. 이는 적합업종제도에 대응하는 대⋅중소 기업들의 가격 및 제품 특성에 대한 전략,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이로 인한 소비자 및 생산자 후생의 변화 등을 심도 있게 살펴보기 위한 분석틀(analytic frame)이었다.

분석방법론으로 식품첨가물 생산실적, 가공식품 세분화 시장보고서, 일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시계열 분석을 수행하여 두부 유형별, 기업별 출하액 변화를 살펴보았고, 닐슨코리아의 미시데이터에 구조모형을 수립, 적용하여 수요와 공급모형 계수를 추정하였다. 여기에서 추정된 소비자 선호와 생산자 비용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적합업종제도 미도입을 가정한 모의실험을 수행하여, 적합업종제도가 포장두부업의 가격 및 제품 특성, 소비자 후생, 생산자 후생에 미친 영향을 관측효과, 잠재효과, 총효과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실증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적합업종제도가 권고하는 대기업에 대한 매출액 제한은 포장두부 시장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체 두부시장의 출하액 추이는 최근 10여 년 동안 비교적 빠른 속도로 증가하다가 적합업종제도가 도입된 후 2012년에는 성장세가 감소했고, 2013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분석 결과는 이것이 비포장두부보다는 포장두부 출하액 감소 때문이고, 궁극적으로 대기업의 출하액 감소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포장두부 제품 수의 감소(약 24%)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중소기업 또한 2012년 이래 성장세가 정체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대기업에 가해진 제한조치가 이들의 성장을 억제해 왔으나, 이것이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아 전체 시장규모의 감소로 귀결되었다.

둘째, 대기업들은 매출액 제한조치에 대해 ‘국산콩 제품 생산 감소 및 수입콩 제품 생산 증가’라는 이윤극대화 전략을 취하고 있고, 이것이 중소기업의 성장 정체를 야기하는 핵심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산콩 제품의 평균가격은 수입콩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나, (한계비용 및 고정비용을 고려한) 순수익은 국산콩 제품이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제한이 가해졌을 때, 이윤극대화의 목적 아래 국산콩 제품을 생산할 유인이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기업에 대한 매출액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판매량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은 것도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주력 품목인) 수입콩 제품에 무게를 싣게 되면서, 수입콩 제품 시장이 경쟁도 상승 및 포화 상태에 직면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기업의 매출액을 제한하면 그것이 중소기업의 시장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책적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것은 위와 같은 기업전략과 시장메커니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적합업종제도 시행 이후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였다. 소비자들은 적합업종제도 도입 전과 비교해 약 5.4%, 연간 287억원의 후생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가격의 소폭 하락, 화학응고제 사용 비율 감소, 멀티팩과 동종 프로모션 비율의 증가로 인한) 후생증가분보다 국산콩 제품의 비중 감소 및 OEM 제품비중의 증가로 인한 후생손실분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넷째, 적합업종제도가 생산자 후생에 미친 효과를 살펴본 결과, 매출액을 제한당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수익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군의 수익감소(2011년 대비 19.5%, 연간 118.4억원 감소)는 주로 국산콩 제품에서 나타났고, 이는 대기업들의 판매전략을 고려하면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하지만 중소기업 또한 수익감소(2011년 대비 약 18.1%, 연간 15.2억원 감소)를 경험했다는 결과는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물음에 매우 부정적인 대답을 안겨준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판매비중을 줄인 국산콩 제품 시장에서는 수익을 증가시켰지만, 반대로 중소기업의 주력 상품이었던 수입콩 제품 시장에서는 훨씬 큰 손실을 보았다. 대기업들이 수입콩 제품 시장으로 대거 비중을 옮긴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성장의 열쇠는 질 좋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 즉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적합업종제도가 운영했던 매출액 제한이라는 수단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적합업종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가운데 포장두부 시장이 2011년까지 보여 온 평균적인 성장 추이를 지속했다면 2014년 시장 균형은 어땠을까’라는 물음 위에 모의실험을 수행하였다. 예측 결과는 위에서 요약된 실제 시장상황과 매우 달랐다. 국산콩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강한 선호가 존재하는 가운데 시장규모가 증가하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국산콩 제품 판매비중을 증가시킬 것으로, 특히 중소기업이 그 비중을 더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예측되었다(대기업: 72%에서 74%, 중소기업: 13%에서 22%). 이에 따라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판매량 및 매출액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대기업: 약 4% 성장, 중소기업: 약 8% 성장). 소비자 후생과 생산자 후생 또한 모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포장두부시장의 미시데이터를 활용하여 도출되었으며 적합업종에 포함된 타 업종에 대해서는 일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서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적합업종들은 저마다 시장규모, 기업 간 경쟁양상, 제품차별화, 소비자 구성 등의 면에서 이질적인 특징을 보이므로, 본 제도의 효과 분석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심도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가장 큰 의의도 개별 업종에 적용 가능한 미시적 분석틀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분석 결과에서 확인된 적합 업종제도에 대응하는 대⋅중소 기업 가격 및 제품 특성 전략, 이로 인한 전체 시장규모의 변동, 소비자 및 생산자 후생의 변화 등의 양상은 포장두부업과 유사한 특질을 지닌 타 업종들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다음과 같은 정책제언을 제공하고자 한다.

우선 적합업종제도의 운영패러다임이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에서부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본 제도의 핵심적인 운영수단인 대기업 진입 및 확장 자제는 형식상의 법적 강제성 여부를 떠나, 시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제약하는 사실상의 규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 대기업의 진입 및 확장을 제한하면 그만큼 중소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시장 내 기업행태, 제품 특성에 대한 소비자 선호 등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현실로 나타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제약은 (본 제도가 예상하지 못했던) 대기업의 전략적 반작용을 낳고 그 결과 소비자 후생과 중소기업 수익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의 진입과 확장이 중소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구축하는 현상이 현실경제에서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이 경우 또한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과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유도하는 단계별 정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중소 기업 생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효용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그 효용격차가 어떠한 제품 특성과 품질의 차이에 기인하고 있는지를 식별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별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중소 기업들의 최종생산물을 타깃으로 업종별 시장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역량 강화, 생산설비 변경 또는 확충 등에 따르는 투자가 필요하고, 이는 고정 및 한계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의 핵심은 이러한 투입비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 낮춰줄 것인가에 있다. 재정지출을 통한 직접보조금을 비롯하여 정부 각 부처별로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 자금이 배분되는 방식에 대한 적절성과 자금지원의 경제적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원금이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책당국의 확인 및 관리 기능을 강화하여 지원금이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동반위의 업종별 소위원회는 적합업종 지정, 해제, 연장에 관한 결정기능을 갖고 있는데, 적합업종제도의 패러다임 변화를 전제로 업종별로 중소기업에 지원된 자금의 사용용도를 승인하고 관리하도록 위원회의 기능전환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적합업종제도의 도입배경에는 경제적 고려 외에도 양극화 해소 및 동반성장이라는 정치적⋅사회적 요구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본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되거나 이와 유사한 제도가 향후 추가 도입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한 경우에도 적합업종제도는 업종별 특성을 감안하여 선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해 왔고 대기업 제품과 중소기업 제품 간에 유의한 품질 차이가 존재하여 대체성이 높지 않은 업종, 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계 기업의 반사이익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 모호한 대기업 정의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견기업이 제한받을 가능성이 있는 업종, 적합업종제도 시행 이후 시장규모가 축소되었거나 중소기업의 경쟁력 및 수익성이 유의한 수준으로 향상되지 않은 업종, 진입 및 확장 자제가 오히려 대기업 간 담합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업종들은 적합업종 대상에서 우선적으로 제외될 필요가 있다. 적합업종제도가 해당 업종들에 미칠 경제적 폐해가 예상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경제양극화와 동반성장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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