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의 블로그 글을 공유)
(국제금융 전문가인 UC 버클리 교수 배리 아이헨그린의 칼럼입니다. 현재 중국 경제 정책 당국이 당면한 딜레마를 가장 잘 나타낸 글이라고 생각하여 아예 전문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중국의 환율 함정
중국의 환율 정책이 몇 달째 계속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중국 환율 정책에 대한 혼란이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정책 의도를 시장에 잘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작업에 실패하여, 자기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있을 거라는 시장의 믿음을 부추겼다.
그러나, 중국에 건설적인 정책 제언을 하는 것이 중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사실, 중국 정부는 이제 더이상 좋은 정책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 물론, 투기 세력에 의한 일방적인 위안화 약세 베팅을 없애고 경제의 충격도 완화시킬 수 있는 변동환율제도가 중국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출구 전략' 즉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변동환율제로의 전환을 부드럽게 추진할 수 있는 시점을 놓친 것이 분명하다.
고정환율제에서 순조롭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나라 경제에 대한 신뢰가 확실하여 변동환율제 하에서 통화가 약세도 되고 강세도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과거 중국도 이런 상태에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 상황은 중국 정책 당국자들을 곤란한 처지로 몰고 있다. 더블린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더니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요'라는 말만 들은 아일랜드의 여행자와 같은 위치다.
그렇다면, 중국의 '개중 덜 나쁜' 정책 옵션은 무엇인가? 정책 당국은 현재 채택하고 있는 전략, 즉 위안화를 주요 통화 바스켓에 고정시키면서 경제 구조조정과 재균형을 추진하는 전략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실책을 감안할 때, 중국을 의심하는 외부 관찰자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는 동안 투자자들은 중국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듯하다.
사실 투자자들은 이미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 자본 유출은 매월 1,000억 달러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이니 정책 당국은 2-3년 정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끝이 보일 경우 자본 유출은 극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2년의 시간이 남았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아니면, 변동환율제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 이를테면, 중국인민은행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자국 통화가 과대평가되었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해 위안화를 바스켓 대비 매월 1%씩 절하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감안할 때, 이렇게 완만한 평가 절하가 수출과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위안화가 달마다 1%씩 절하될 경우 자본 유출은 오히려 가속화될 수도 있다.
세번째 방법은 한번에 큰 폭(25% 정도)으로 절하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수출 경쟁력을 단번에 높일 수 있다. 이 방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저평가가 확실해 보이는 수준까지 위안화를 절하시킨다면 투자자들이 절상을 예상하게 되어 자본 유입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모든 사람들이 이 한 번의 절하가 끝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큰 폭의 위안화 절하가 없다고 했던 이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는 가정도 하고 있다. 이미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중국 기업들이 1조 달러에 이르는 외화 부채를 가지고 있어 큰 폭의 위안화 절하가 이들의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사실도 무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큰 폭의 절하가 중국과 경쟁하는 다른 나라들에게 가져올 엄청난 타격도 애써 축소하고 있다,
하나씩 선택지를 줄여 나간 뒤, 남게 되는 유일한 옵션은 자본 통제의 강화이다. 엄격한 자본 통제는 중국 거주자와 외국인이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를 외화로 바꾼 뒤 역외로 송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금융의 '만리장성'에 의해 보호된 상태에서, 중국 당국은 환율의 변동폭을 늘리고 점진적인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면서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당국은 신뢰도를 높이는 개혁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손실을 보는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줄일 수 있으며, 과잉 설비의 감축을 강제할 수도 있다. 부실 채권의 구조 조정도 가능하며, 개혁의 결과로 불가피하게 손실을 입은 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당국은 그동안 손상되었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같은 몇몇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이 자본 통제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자본 통제라는 정책 옵션에 대한 생각을 꺼리고 있다. 자본 통제는 중국이 그동안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보여준 노력을 헛되게 하며, 최근 위안화를 SDR 구성 통화 바스켓에 추가한 IMF를 당황케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본 통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은 통제의 재도입이 개혁에 대한 압력을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 금융 시장의 압력에서 자유로와질 경우, 중국 당국은 국영기업과 지방정부의 지속적인 유동성 지원과 은행 대출의 자동 만기 연장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
중국이 여러 개혁 과제에 있어서 퇴보할 위험이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 만약 이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자본 통제로 벌어 놓은 시간은 헛되이 날아갈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 중국이 당면한 문제는 외환 위기에서 경제 성장 급락으로 암세포가 퍼지듯 확대될 것이다. 중국, 나아가 세계 경제는 이제 중국 당국이 위기야말로 놓치기에 너무나 아까운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랄 뿐이다.
[출처] 중국의 환율 함정 (배리 아이헨그린)|작성자 새나
영문 원문 출처: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china-renminbi-crisis-capital-controls-by-barry-eichengreen-2016-02?utm_source=project-syndicate.org&utm_medium=email&utm_campaign=authnote
= = = =
= = =
▶블로그 검색◀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
《책 소개: The Singularity is Nearer》 인공지능(AI) 기술이 오늘날 보여주고 있는 혁신을 지속한다면 20년 뒤 인류에게는 어떤 변화를 주게 될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AI 기술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
-
AI 정책와 규제 등에 관해 '루이자 뉴스레터'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루이자 하로브스키가 자신의 "AI 북 클럽" 활동을 통해 2024년 소개된 책에 관한 반응 등을 고려해 15권을 추천했다.
-
트렌드포스, IDC, 가트너 등 3개 주요 시장조사 기관이 2025년 주요 기술 트렌드 전망 보고서를 각기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올해 전 세계 기술 발전을 주도한 AI가 새해에도 핵심 키워드가 되리라고 전망했는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이 3개 기...
-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차근차근 읽어야 다음 책을 읽기 시작하는 편이다. 이런 습관 때문에 정기구독 중인 계간지가 배송되어도 읽고 있는 책이 있으면 때를 놓쳐 나중에 읽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습관 덕분에 우연히 ...
-
(※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 직관에 대한 경계와 의심부터』라는 제목의 보고서 가운데 직관 및 인지적 오류의 문제에 관한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가 길어서 나머지 부분은 생략했다. 인간은 다양한 요인 때문에 알고 보면 어처구니...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KoreaViews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AI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인공지능
미국
인구
한은
논평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엔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금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