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1

(논평) 중국이 정책 트라일레마에 빠져 있다는 말은 맞지 않다 - HSBC

(※ 투자은행 HSBC의 프레더릭 노이먼 아시아 이코노믹스 리서치 공동 책임자의 코멘트를 소개한다. 원문 링크는 아래 소개.)

경제정책과 관련한 표현 가운데 눈에 확 띄는 것으로 트라일레마(trilemma)를 꼽을 수 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독립성, 환율 유지, 자유로운 자본 이동 등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말한다. 이 가운데 최대 두 가지는 달성할 수 있겠지만 그러려면 나머지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최근 중국 당국이 처한 상황을 두고 완벽한 트릴레마에 빠져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즉, 자본이 빠져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는 가운데 통화 완화 정책을 펴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처한 트라일레마는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기본 상황은 틀린 것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꼭 그렇게 선택권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중국이 트라일레마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경우 1) 자본 이동이 완전히 유동적이며 2) 성장 둔화 때문에 인민은행이 정책을 추가 완화해야 하며 3) 그런 상황 때문에 위안화 환율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실례로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다보스에서 중국 당국이 자본 통제를 강화해 통화정책의 여지를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중국이 이미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않고 부채 조정을 감수하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세 번째 항목인 위안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 보면 중국이 처해 있다고 하는 트라일레마 상황은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다. 우선 자본의 이동성을 보자. 최근 중국은 자본 유입을 대대적으로 자유화한 것이 맞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대개 기관투자자들, 그것도 자본 유입에 국한된 것이었다. 따라서 중국의 자본 유출입이 완전히 자유화됐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최근 1년 반 동안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으로 보아 자본 유출이 가속화됐다고 말하는 것도 대외 부채 상환을 감안하면 100% 맞는 말도 아니다. 만일 순수한 자본유출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당국은 여전히 그에 대처할 수단이 많이 있다.

결국 트라일레마 이론을 말할 때 진짜 중요한 것은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가의 여부다. 즉 자본 이동의 자유가 극히 부분적으로만 허용돼 있다면 통화 당국은 환율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 통화정책의 여지는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완벽한 트라일레마 상황이라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는 벌어지기 힘들다.

물론 중국 당국이 수요 촉진을 위해 대대적 부양책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가정할 때 자본 유출은 적은 양이라도 통화정책 완화 확대에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 맞다. 더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통화정책 긴축을 밀어부치고 있지 않은가? 만일 이런 상황이 부담스럽다면 중국은 재정 확장 정책을 꺼내들 수도 있지 않은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중국으로서는 국내 금리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상승을 용인하면서도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원래 이론적으로 보자면 재정 지출을 확대해 내수를 부양하면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환율이 절하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내수용 수입이 제한적이어서 이 이론도 적용되기 힘들다.

사실 재정 지출 확대 하나 만으로 경기를 부양하기는 힘들다. 재정 확대 정책을 하면서 구조조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미 성장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것은 크게 보면 경기 부양책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과 가계 및 기업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킴으로써 투자와 소비를 늘리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라일레마 이론을 대할 때 조심해야 할 보다 이론적인 차원의 이유도 있다. 바로 균형금리 개념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외환리스크가 없고(즉 고정환율제의 경우) 자본 이동이 완벽하게 자유로운 경우 한 국가의 금리 수준은 세계 수준에 수렴한다는 이론이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전제조건 자체가 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와 완벽한 자본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면 통화정책도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런 경우도 드물지만 위와 같은 상황에 있는 국가가 있더라도 오늘날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은 서로 즉각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어떤 나라의 중앙은행이 정책이 시장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에 다른 나라 경제나 시장이 영향을 받는다면 그 나라 중앙은행은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정책 독립성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트라일레마 이론은 각국 당국이 처할 수 있는 정책 제약 요인을 생각하고 가능한 수단을 논의하는 데는 어느 정도 유용하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 원리만 참조하면 될 것이다. 더구나 중국 인민은행이 당장 통화정책을 사용할 여지를 완전히 상실한 상황도 아니다. 환율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인민은행이 자유자재로 정책을 바꿀 만큼 자유로운 입장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트라일레마 이론이 의미하는 것처럼 인민은행이 손발이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 원문: https://www.research.hsbc.com/R/20/TBWLJnNyKW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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