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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중앙은행의 배신...국채매입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 하나금융투자 보고서 주요 내용)

■ 국채매입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글로벌 장기금리 박스권 상단 돌파

글로벌 금리 급등세가 매섭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10년 금리는 지난 7월 이후 형성되어 온 박스권 상단(1.60%)을 뚫었고, 하루만에 1.70% 수준까지 올라섰다. 독일10년 금리 역시 박스권을 상향 돌파했고 장중 +0.06%까지 올라섰다. 일본 10년 금리는 7월 말 저점이었던 -0.30%에서 현재 0%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일본 40년 초장기 금리는 7월 초 저점(0.04%)대비 58bp나 급등하는 등 초장기물에 대한 투매가 일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보다 두려운 것은 중앙은행들의 국채매입에 대한 스탠스 변화

최근 미국10년 금리가 1.60%에서 형성되었던 박스권 상단을 뚫고 1.70% 수준까지 올라선 결정적인 배경은“ECB와 BOJ가 과거와 같이 국채매입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 투자자들에게 미국 기준금리 인상보다 더 두려운 것은 각국 중앙은행들의“국채매입”에 대한 스탠스 변화다.

연내 한 차례의 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장이 인식하고 있었지만 BOJ와 ECB가 채권매입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최근의 스탠스 변화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이는 독일 및 일본 장기채 투매로 이어졌다. 일본 및 유럽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수요가 몰렸던 미국채도 메리트가 약화되면서 금리가 상승했다.

BOJ, 9월 회의에서 현재까지의 통화정책 전면검토, 필요 시 변경할 것임을 밝힘

그 동안 글로벌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고 전세계 국채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 채권 확대를 주도했던 일본의 채권금리가 (+)로 돌아서는 과정에 있다. BOJ는 9월 21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까지의 통화정책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정책의 틀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BOJ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축소된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금리 수익률곡선의 스티프닝(장단기 금리차 확대)을 일부 용인할 것이란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전망으로 인해 일본의 초장기 금리가 대폭 상승했다.

■ 향후 ECB와 BOJ의 행보가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

BOJ가 향후 택할 수 있는 방안들: BOJ의 국채매입 강도 과거보다 약화될 가능성

현재 외국계 IB들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향후 BOJ의 정책 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 채권금리의 상단을 유지한 채 채권매입 규모 축소: BOJ가 채권금리 상승을 제한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한 채권매입을 축소할 수 있도록 함. 즉, 연간 80조엔씩 본원통화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폐기(by 전직 BOJ 수석 이코노미스트 Hideo Hayakawa)

○ 자산매입(양적완화)규모 점진적 축소: 양적완화 규모를 절반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축소. 연간 본원통화 증액목표(80조엔)가 일본의 연간 국채 순발행 규모 35~40조엔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선제안내(Forward Guidance)의 영향이 없음. BOJ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양적완화 규모를 9월, 11월, 12월, 내년 1월 매 회의 때마다 10조엔씩 축소할 가능성(by 크레딧아그리콜 일본 이코노미스트 Kazuhiko Ogata)

○ 초장기 채권매입 축소(1): 일본국채 초장기물 금리 하락을 야기한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BOJ는 초장기 채권의 공개시장 매입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초장기 채권 매입규모를 줄일 것 (by 골드만삭스 일본 이코노미스트 Naohiko Baba). 실제로 BOJ는 지난 주 시장에서 초장기 국채매입을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본 초장기 금리가 급등함

○ 초장기 채권매입 축소(2): 일본 구로다 총재는 장기채 금리 하락이 연기금 수익률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 표명. 따라서 BOJ는 추가 금리인하 또는 단기채 매입확대 등을 통해 단기영역의 실질금리를 낮게 유지하고(엔화약세 유도), 장기쪽 금리는 상승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할 것(by Evercore ISI research group)

○ 회사채 매입 확대: BOJ의 회사채 보유 목표를 2조엔 확대. BOJ가 국채의 37%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조치는 회사채 보유 확대가 될 것. ECB와 BOE도 올해 회사채 매입 시작한 바 있어 BOJ도 가능할 것 (by BNP파리바)

BOJ가 택할 수 있는 방안 대부분 국채시장에는 비우호적

향후 BOJ가 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안들 대부분은 현재의 연간 80조엔 본원통화 확대규모를 일부 줄이거나 초장기 영역의 채권매입을 축소하는 방안이다. BOJ의 국채매입 강도가 과거보다 약해지고, 특히 초장기 영역의 금리가 더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측면에서 국채시장에는 부정적인 요인들이다. 또한 연간 80조엔의 본원통화 확대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자산매입의 무게 중심이 회사채나 해외채권으로 기울어질 경우 BOJ가 매입하는 국채규모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일본 크레딧에 강세, 국채에 약세 요인이다.

일본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40년 만기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시장의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BOJ가 대부분 물량을 매입해 갈 것으로 예상되나, 유통시장의 채권잔고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채권시장에 강세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ECB의 향후 행보, 남유럽 및 은행권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

향후 ECB가 나서게 될 행보 역시 채권시장에 강세요인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남유럽 및 은행권을 안정시키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CB의 현 자산매입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말에는 매입할 수 있는 독일국채 잔고가 거의 소진될 것으로 추정된다. ECB가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Issuer별 한도를 현재의 33%에서 50%로 연장한다 하더라도 약 6개월 정도의 자산매입 기간 연장만 가능할 전망이다.

따라서 ECB의 국가별 채권매입 기준이 ECB에 대한 납입자본금 비율이 아니라, 채권의 발행잔액을 기준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채권의 발행잔액 비율대로 ECB가 채권매입에 나설 경우 직접적인 수혜는 채권잔고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가 받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의 은행권 및 신용리스크 우려를 완화시키는 요인이다.

최근에 ECB는 이미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정해진 비율보다 초과해서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미 ECB는 스스로 정한 매입 기준(ECB에 대한 납입자본비율)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50년 국채발행과 ECB 매입은 부실채권(NPL)에 대한 ECB지원을 의미

지난 7월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채권 해결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유용한 방법”이고,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언급하며 은행에 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허락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9월 초 이탈리아 정부는 약 30억 유로의 50년물 국채 발행을 계획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탈리아 정부가 거의 영구채에 가까운 초장기 50년물을 발행하고, 이를 ECB가 매입해 준다면 결국 소리없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이 실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그 동안 위기의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던 유럽은행의 부실채권 문제가 결국 ECB의 화폐발행을 통해 덮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유럽 은행주에 긍정적이며, 위험자산 선호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이와 더불어 ECB가 매입하고 있는 채권 내에서 회사채 비중이 늘고 국채 비중이 줄어드는 부분, BOJ의 회사채 매입 확대 가능성 등은 전반적으로 국채보다는 회사채에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시킬 것이다.


ECB와 BOJ 행보가 국채시장에 비우호적일 가능성 감안하여 대비할 필요

그 동안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매입으로 인해 하락했던 국채금리의 되돌림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과정은 어느 수준에서 결국 마무리 되겠지만,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통화보다는 재정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채금리는 상향된 레벨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 정책입안자들이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재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제 막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시도를 시작한 만큼 적어도 한 해 정도는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국가별로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재정지출 확대마저도 결국 경기를 살리는데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난다면 채권시장 금리는 큰 폭 하락하겠지만 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에 다다르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제외하더라도 연말까지 ECB와 BOJ의 행보가 국채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음을 감안하면 듀레이션 축소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국고3년과 10년은 연말까지 각각 1.30~1.40%, 1.45~1.60%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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