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단일시장 탈퇴 의지 확인
▶ 영국 총리 연설의 주요 내용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17일 연설에서 향후 영국의 브렉시트 전략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세부내용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과거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관련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이민자 통제와 사법권 독립을 보장 받는 대신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으로부터의 탈퇴를 통해 부분적인 EU 잔류가 아닌 완전한 결별을 모색하고 있음을 확인시켰으며, 브렉시트 구상안의 기본 방향이 hard brexit에 가까울 것임을 시사하였다. 또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EU와 신규관계를 정립하고, EU와의 2년간의 탈퇴협상이 끝나면 합의안을 의회 표결에 부칠 것임을 언급하였다.
▶ 유럽시장에 대한 함의
메이 총리 연설 내용의 상당수는 기존에 알려진 재료를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이미 hard Brexit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리가 선반영되어 있던 데다가, 향후 협상도 2년 이상 소요되는 긴 절차로 가시성이 떨어짐에 따라 유로존 증시의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향후에도 유로존은 브렉시트보다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과 유로존 내 선거 사이클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3/15 네덜란드 총선, 4/23 프랑스 대선 예선 투표가 예정되어있는 3~4월은 영국의 EU 탈퇴협상 시한과 맞물려 유로존에서 단기적으로 노이즈가 커지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유로존 정치권에서는 2019년까지로 설정되어있는 EU-영국 탈퇴협상 시한, 영국이 제시한 관세동맹 모델, 완만하고 점진적인 탈퇴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EU 탈퇴가 유로회의주의 정당들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EU의 강경한 스탠스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 파운드화 시사점
최근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였던 것은,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EU 탈퇴조항(리스본조약 50조) 발동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브렉시트 방향성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부재하여 불확실성이 지속된 데 주로 기인한 것이며, 메이 총리 연설 이후 파운드화가 반등에 성공한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해소된 데 따른 것이다. 메이 총리가 작년 10월 전당대회 이후 포괄적이고 공식적인 브렉시트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적인 이민정책 수립권한 및 사법권과 tradeoff 관계에 있는 단일시장 접근 권한을 영국이 완전히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그동안 있었는데, 이 부분을 포기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은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달 말에는 EU 탈퇴조항 발동시 의회 승인 여부와 관련한 영국 대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으로, 지난 고등법원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2월 2일 영란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최근 영국 내 물가급등(1.6%) 및 경기전망 상향조정 추세를 반영하여 카니 총재의 톤이 다소 hawkish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모두 파운드화 강세 요인이다. 반면 3월 말 시한으로 예정된 EU 탈퇴 조항 발동 시점이 의회 승인 절차를 거치며 지연될 여지가 많고, 영국 브렉시트 전략의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실무적인 협상 단계로 갈수록 EU와의 관계에서 본격적으로 마찰음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파운드화는 50조 발동 시점 전후로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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