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1. 들어가며
일본에서 1947년 「노동기준법」 제정 이후 가장 중요한 노동개혁이라는 「일하는 방식 개혁법률」(이하 ‘개혁법률’)이 지난 6월 29일 의회에서 의결되어 성립하였다. 개혁법률은 ① 장시간 노동 근절, ② 비정규직 차별 시정 및 ③ 근로대가의 기준을 ‘근로시간’에서 ‘성과’로 전환한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의 도입 등 노동규율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 개혁법률의 추진배경
저출산ㆍ고령화로 일본에서는 2008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되었으며, 향후 취업자 수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일본정부는 장시간 노동관행 및 서구국가보다 낮은 노동생산성을 개선하여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2009년 5.5%→2017년 2.8%), 정규직 고용자 수는 정체되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약 2.8배로 큰 수준이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다양하고 유연한 노동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규율의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3. 개혁법률의 내용
(1) 형사벌이 따르는 초과근무 상한규제
일본의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노동기준법」 제36조에 따른 노사협정을 체결한 경우에는 초과근무가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개혁법률은 종래 고시 형태로 규정되고 있던 초과근무 상한을 법률에 직접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규정하였다.
이와 함께 업무 성수기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하여 노사협정을 맺은 경우 연간 6회(6개월)까지 연간 720시간의 상한으로 월 45시간을 넘는 초과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업무 성수기의 경우라도 휴일노동을 포함하여 2개월 내지 6개월 사이에 초과근무 시간이 평균 80시간 이내이어야 하고, 1개월 동안 초과근무를 100시간 미만으로 하여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초과근무 상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용자에게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벌로 강제력을 담보하면서도, 노동관서는 당분간 일손부족 등 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사정을 배려하여 지도하도록 개혁법률 부칙에 규정하고 있다. 한편,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신기술 · 신제품 등 연구개발 업무는 초과근무 규제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손부족 현상이 심각한 건설 ·자동차운전 등의 업무와 집중적인 수련 및 응급상황에의 대응이 요구되는 의사 업무는 5년간 해당 규제를 유예하고 있다. 보건업 및 노선버스를 제외한 운수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 특례를 적용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다소 넓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2) 비정규직 차별 시정을 위한 제도개선
① 「동일노동ㆍ동일임금 가이드라인」 근거규정 정비
개혁법률은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하여 동일노동ㆍ동일임금을 실현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개별적인 처우마다 불균형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계약직(有期雇用) 노동자의 균등대우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동일노동ㆍ동일임금 원칙은 서구와 같은 직무급 사회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연공적 성격이 가미된 직능급 사회의 일본에서는 실현이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하여 일본정부는 2016년 12월에 「동일노동ㆍ동일임금 가이드라인(안)」(이하 ‘가이드라인’)을 공표하여 판단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개혁법률은 가이드라인의 근거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어느 정도의 처우 차이가 합리적 또는 불합리한 것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상정하여, 불합리한 차이를 줄여나가도록 하고 있다.
한편, 가이드라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체계가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체계가 다른 경우에는 한계가 있으며, 가이드라인의 해석의 여지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② 사업주의 처우 차이 설명의무 및 행정 ADR 강화
개혁법률은 사업주에게 단시간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 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노동자와 처우 차이의 내용ㆍ이유 등에 관한 설명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처우 차이의 이유가 무엇인지 합리적인 설명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종래 차별적인 임금제도를 유지했던 기업에 있어서는 임금체계의 근본적인 재검토까지 요구되고 있다.
가이드라인 등 동일노동ㆍ동일임금 원칙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향후 이와 관련된 노사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혁법률은 재판보다는 노사협의에 따라 노사 분쟁을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 하에, 행정청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노사가 협의하여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재판 외 분쟁해결절차(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를 강화하고 있다.
(3) 성과 중심의 탈시간급(脫時間給) 제도
개혁법률은 어디에서 몇 시간을 근무하는 것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는 탈시간급의 「고도(高度) 프로페셔널(professional) 제도」(이하 ‘탈시간급’)를 도입하고 있다.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여 노동시간과 일의 성과와의 관련성이 통상적으로 높지 않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 제도는 개혁법률안 심사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사항이었다. 이미 2015년에 경영계의 건의에 따라 탈시간급 도입을 위하여 제출된 노동기준법 개정안은 당시 야당으로부터 “초과근무수당을 박탈하고, 과로사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2년 이상 진전이 없다가 2017년 중의원 해산으로 폐기된 바 있으며, 2018년 개혁법률안 심사 시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동일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여 개혁법률은 탈시간급 적용을 위해서는 노동자 본인의 동의와 노사위원회 결의를 요구하는 등 요건을 엄격히 하는 한편, 노동자 건강확보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였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탈시간급 적용 대상 노동자에게 연 104일 이상의 휴일을 4주에 4일 이상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부가적으로 근무 간 간격(interval) 제도 또는 2주간 연속휴일 제공 등 노동자 건강확보를 위한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본래 일본정부는 탈시간급 도입과 함께 노사합의로 정한 노동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임금을 책정하는 ‘재량노동제’의 적용대상 확대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거로 삼았던 후생노동성 조사데이터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이 일본의회에서 지적되면서 아베 총리가 사과하고 개혁법률안 제출 전에 해당 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4. 개혁법률의 의미와 시사점
어느 나라든지 노동개혁 과정에는 많은 갈등이 있었고 일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정부와 의회는 중재자로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조율하였다. 일본정부는 개혁법률안 마련과정에서부터 노동계와 경영계가 대립하던 초과근무시간 상한 설정 및 탈시간급 도입과 관련한 절충안을 제시하여 합의를 유도하였다. 일본의회 역시 중의원에서 중소기업의 원활한 개혁법률 준수를 지원하기 위한 지역협의회 설치를 위한 수정안을 제안ㆍ의결하고, 참의원에서는 장시간 노동 유발요인 해소를 위한 메시지를 담은 47개 항목의 부대결의를 하여 정부가 노동자의 건강확보에 더욱 유념하면서 법 집행을 하도록 하였다.
의회가 후생노동성 조사데이터의 오류를 지적하여 재량노동제 확대를 연기시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노동개혁의 시점도 주목하여야 한다. 서구 국가의 경우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노동개혁을 실시한 사례가 많은 것에 비하여, 일본의 경우 경제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노동개혁을 실시하였다. 모리토모 스캔들 등으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좋지 않았던 상황 역시 노동개혁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일본 사회에서는 개혁법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 감소를 가져오고, 동일노동ㆍ동일임금 원칙은 가이드라인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자의적인 직무분리 및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급여 인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와 별개로 개혁법률 성립 후 일본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상쇄하는 높은 생산성 확보방안과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실현을 위한 임금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일본에서의 노동시간 단축, 동일노동ㆍ동일임금 원칙 실현, 탈시간급 도입 등 개혁법률의 시행 경험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이므로 향후에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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