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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법정최고금리를 낮게 유지했더니 생긴 일들, 그리고 피해자들 - 국회입법조사처

돈이 급한데 은행권에서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상식 수준 이상의 높은 금리에 대출을 해 주는 등의 사례를 최대한 막고자 여러 나라에서 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있는 금리의 최고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정 최고금리를 66%로 설정한 이후 여러 차례 규정이 바뀌면서 현재 20%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이후 정책금리 수준이 급격히 올라간 데다가 대출을 해 줄 업체의 실제 조달금리는 더 올라간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가 따라 올라가지 않아 일부 대출 소비자들은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하고 불법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낮추자는 법안이 여럿 제출됐다.

모두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이런 제도가 오히려 서민 중에도 더 취약한 국민을 어려움에 빠뜨린다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선의로 한 행동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지나치게 낮은 법정 최고금리가 최근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정리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가 나와 전체를 소개한다.

(사진 출처: www.k-trendynews.com)

▣ 법정 최고금리 규제의 역설

대부업 시장은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생계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는 창구로서 기능한다. 그런데 최근 대부업계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가 철수하는 등 대부업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 대부업 시장이 위축된 것은 그간 시중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 규제로 대출금리를 더이상 올리기 어려워진 대부업체의 수익성 악화 및 대출 감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부업 시장 상황을 보면, 대부업체의 과도한 이자 수취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선의(善意)의 목적으로 도입된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금리인상기에 역설적으로 대부업 시장에서의 취약계층 금융소외 문제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이하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규제 및 대부업 시장의 최근 상황을 살펴보고 취약계층 , 금융소외 문제 개선을 위해 논의 가능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법정 최고금리 규제 개요

(1) 법정 최고금리 규제의 개념 및 변천 과정

법정 최고금리 규제란 대부계약 시 법령에서 정한 금리 상한을 초과하여 이자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제로 금융기관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대출시장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대부업법') 및 「이자제한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대부업법상 규제는 대부업법에 따라 등록한 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의 영업적 대부에 대해 적용되고, 「이자제한법」상 규제는 일반 사인 간 비영업적 금전대차에 대해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지만 각 법률 시행령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최고금리 수준은 현재 20%로 동일하다.

법정 최고금리 규제 변천 과정을 보면, 최초 연 66%에서 현재의 연  20%까지 금리 상한이 지속적으로 인하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2018년 2월과 2021년 7월 최근 두 차례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최고금리가 종전 27.9% → (’18.2월) 24% → (’21.7월) 20%까지 인하되었다 .  또한, 제 21대국회에는 현행 법정 최고금리를 현 수준보다도 더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2) 가격상한제로서의 법정 최고금리 규제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대부업 시장에서의 시장가격에 해당하는 금리의 상한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가격상한제에 해당한다.

가격상한제는 시장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가 없었을 때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었을 시장균형가격보다 규제가격이 낮은 경우(규제가격⟨시장균형가격 ) 시장에서의 초과수요 발생, 거래 감소 및 자원배분 비효율을 유발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암시장이 생겨나는 역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업 시장에서의 최고금리 규제도 이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 바, 이하에서는 대부업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서 이러한 문제를 점검하고자 한다.

▣ 대부업 시장 최근 상황 및 문제점

(1) 대부업체 영업환경 악화

대부업체가 대출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에는 대출하기 위해 조달하는 자금의 조달금리, 대손비용, 중개수수료 (약 3%) 등이 있으며 대부업체는 대출금리에서 이러한 비용을 제하여 이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2021년 하반기 이후 긴축 통화정책 기조하에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었고, 대부업체의 조달금리 또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대부업체의 조달금리 지표인 신규 차입금리 추이를 보면 상위 15개사 신규 차입금리는 2022년 중반까지는 5%대였으나, 2022년 말 이후에는 7~9%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하였다.

또한, 고금리 지속 및 경기침체 등으로 대부업체의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대손비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5개 대형 대부업체의 연체율 추이를 보면 2022년 중반까지는 연체율은 약 7%대였으나, 2023년 9월 13.4%로 약 2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이와 같이 대부업체의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리 상한은 20%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높은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대출을 할수록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역마진 우려가 발생하는 등 대부업체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2) : 대부업 시장기능 위축 신규대출 급감

역마진 발생 우려 등 대부업체의 영업환경이 최근 악화되면서 대부업체의 자금공급 유인이 감소하고 있고 실제로 , 대부업 시장에서의 대출액 및 이용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대부업 시장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NICE CB 기준 대부업체(69개사)의 신규대출액 및 신규이용자 수를 보면, 신규대출액의 경우 본격적인 금리인상 초입기인 2022년 1월에는 약3,846억 원이었으나 2023년 9월에는 834억 원으로 약 78% 감소하였고, 신규이용자 또한 2022년 1월 약 31,000 명에서 2023년 9월 약 11,200 명으로 약 64% 감소하였다.

(3) 불법사금융 피해 증가

최근 대부업 시장에서의 거래 감소가 불법사금융 이용 확대로 이어졌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불법사금융 시장은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려우나, 불법사금융 시장 규모가 확대될수록 불법사금융에 따른 이용자 피해도 증가할 것이므로 불법사금융 피해상담·신고건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상담·신고건수를 보면, 2019 년 5,468 건에서 2022년 10,913 건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2023년 상반기에는 6,784  건으로 지난 5년 중 같은 기간 대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4) 평가

대부업 시장의 최근 상황을 요약하면, 대부업체 영업환경 악화, 대부업 시장기능 위축 및 불법사금융 피해 증가 등 가격상한제인 법정 최고금리 규제의 역기능이 급격히 노정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즉, 취약계층 보호를 위하여 도입된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고금리 장기화 상황에서는 오히려 취약계층 금융소외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부업 시장에서의 자금수요(D)-자금공급(S)  곡선 그래프로 단순하게 도식화하면<그림 1>과 같다. 즉 대부업 시장에서의 자금수요와 자금공급에 의해 형성되었을 시장균형금리(r*)에 비해 법정 최고금리(20%)가 낮은 경우 대출 규모는 균형거래량(Q*)보다 감소 (Q1)하게 되고, 그 결과 시장균형금리에서 대부업 시장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일부 취약차주(Q*-Q1)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 규제로 인해 시장에서 배제되는 금융소외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법정 최고금리 규제로 시장에서 자금공급이 감소하면서 초과수요(Q2-Q1)가 발생하게 되고, 이 중 일부는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 금융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개선방안 모색

(1)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

최근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는 조정되지 않아 대부업 시장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그동안 이어져 오던 법정 최고금리 인하 기조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고, 대부업 시장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조속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본다.

다만, 한편으로는 현행 법정 최고금리 수준에서 대출을 받고 있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차주의 경우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대출금리가 연쇄적으로 인상되어 금리부담이 늘어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정 최고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때 이러한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 도입에 대한 논의

현재는 법정 최고금리를 법령에서 직접 명시하고 있지만, 금리변동에 따른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일일이 법령을 개정하여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시장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취약차주의 대출시장 배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일부 해외 국가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서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 또는 기준금리에 연동시키는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 도입 시 규제 형식이 다소 복잡해지고, 법령 규정만으로는 최고금리 상한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 도입과 관련하여 금융업계의 의견과 금융 소비자 여론 등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3)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

일반적으로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장 비효율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 대부업 시장에서의 자금공급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대부업 시장을 이용하기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지속·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23년 3월부터 금융당국은 기존의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더해 신용평점 하위 20%이면서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인당 최대 100만 원까지 연 15.9%의 금리로 직접 대출해주는 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을 출시·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대부업 시장기능이 위축된 상황에서 필요한 정책금융으로 판단된다.

(4) 불법사금융 범죄에 대한 정부 대응 강화

최근 대부업 시장에서 금융소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불법사금융 피해 또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불법사금융 범죄단속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관리· 감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1월 9일 대통령이 민생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불법사금융의 추적·처단, 불법적 이익 환수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및 피해자 배상방안 강구 등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또한, 불법사금융 피해 예방 차원에서 금융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건전한 소득창 출 및 소비생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신용회복 절차에 대한 홍보 및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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