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우리 집은 제법 넓은 논과 밭에 농사를 지었다. 부모님은 교육열이 높지도 낮지도 않으셨고 세 명의 형과 나는 주말이면 미력이나마 농사 일을 돕곤 했다. 형들은 지금 나에게 "너는 막내여서 별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요즘 아이들 기준으로 보면 상상도 못할 일을 상상도 못할 만큼 하고 자랐다.
커가면서 비닐하우스 농업이 확산되고 각종 농기계도 보급되는 등 환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작은 농기구는 여전히 많이 사용됐고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물론 내가 다 커서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외발 손수레를 보면 농사 일을 돕던 옛날 생각에 젖어들곤 한다. 나처럼 이따금씩 일을 돕는 경우나 도회지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처음엔 외발 손수레를 보면 "요 정도야" 하며 선뜻 달려들곤 하지만 이내 손수레를 넘어뜨려 담긴 물건을 바닥에 쏟곤 한다.
모든 농기구가 그렇지만 특히 이 외발 손수레를 다루기는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외발 손수레 작동하는 것은 마치 자식 훈육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두 아이를 이제 어느 정도 성장시킨 지금 돌아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우선 섣불리 얕잡아본 나머지 준비 없이 대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식 훈육에도 해당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