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가 한때 큰 관심을 끌었다. 정부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에서 최초로 구상하여 추진하는 노사상생형 일자리창출 모델로, 지역사회가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을 사회적 대화로 모색하고 노사관계와 산업혁신을 통해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좋은 공동체를 만들려는 지역혁신운동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참고한 것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여 그만큼 일자리 숫자를 늘리고, 낮은 임금에 대한 소득 부족분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등 후생 복지 비용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목표로 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가 2014년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채택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추진됐다. 오랜 논의 끝에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2019년 1월 31일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 사업 추진에 전격 합의, 투자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이 상생형 일자리 모델의 사업이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그러나 기업은 적정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동종 업종의 통상 임금과의 격차는 정부와 광주시가 ‘사회적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보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임금보장 정책부터가 실패한했고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 강도로 노동자들의 불만과 이직률이 높고 향후 어떤 형태로든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보통 기업체의 노사 관계와는 다른 차원에서 '노사민정협의회'가 구성돼 중요 기능을 하기로 돼 있으나 사회적 대화도, 협의 및 심의 기관도 아닌 하나의 형식으로만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추진 당시 집권 정치 세력이 물러난 이후 상생도 동반도 실체가 없는 무권리 일자리에 가까운 ‘광주형’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이 프로젝트의 추진 단계부터 시행 과정과 현재 파악되고 있는 문제점 등을 총정리한 보고서(『‘광주형’ 일자리는 어떻게 ‘상생 없는’ 일자리가 되었나』)를 발간했다. 내용이 방대해 일부를 여기서 소개하고 보고서 전체를 볼 수 있는 링크는 맨 아래 소개한다. 한국에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처럼 생각해 씁쓸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되는 캐스퍼. 사진 출처: 참여와혁신) |
누가 어떻게 기획한 사업인가
광주형 일자리의 첫 번째 단계는 2년 이상 공들여 준비했다고 볼 수 있는 기획 과정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개념의 형성, 추진 방향의 설정 등이 이루어진 긴 준비 과정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과정을 주도한 것은 ‘양질의 지역 일자리’ 창출에 문제 의식을 가졌던 지역 내 노동 측 인사들이었다. 이 사실의 중요성은 나중에 이 기획을 집행, 즉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초기 기획자들이 완전히 배제되었을 때 분명히 드러난다.
처음 광주형 일자리는 2014년 7월 민선 6기 지자체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된 것에서 출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같은 해 9월 광주형 일자리 추진 전담 부서인 ‘사회통합추진단(추진단장 박병규)이 신설되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했던 주역들이 이 사업을 이끌었다.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개념은 한국노동연구원이 맡은 연구 용역(연구 책임 박명준)과 전남대 박해광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을 통해 만들어졌다.
2015년 7월에 나온 한국노동연구원 용역 보고서에 따라 광주시는 같은 달 ‘더나은일자리위원회 및 실무위원회(위원장 박해광)’를 설치함으로써 사실상 사업 지원 체계를 확립하게 된다. 광주형 일자리의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더나은일자리위원회가 구성을 완료한 것은 2016년 7월이었다.
초기 기획의 성격과 문제의식은 이상의 과정을 거쳐 체결된 2017년 6월 광주형 일자리에 관한 최초의 사회 협약으로 구현되었다. 그 핵심은 이른바 ‘4대 의제’, 즉 ① 적정 임금, ② 적정 노동시간, ③ 노사 책임 경영, ④ 원하청 관계 개선으로 명문화한 것과, 이를 빛그린 산업 단지에 선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모델을 실현해 가기로 한 것에 있었다. 2018년 3월 광주광역시와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이를 채택해 공동 결의문을 공포했다.
확실히 이 단계까지 광주형 일자리는 이른바 고진로 전략(high road strategy)을 지향하는 친노동적 성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때의 ‘고진로’ 목표가 현대차와의 협상과 이후 과정을 거치며 ‘중진로’ 혹은 ‘저진로’로 퇴락하는 과정은 다음 장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초기 기획 과정을 연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 연표가 보여 주듯 광주형 일자리는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꾸준한 노력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모델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때 주도권은 지역의 노동계 인사에 있었고, 기초협약과 조례의 형식으로 일정한 제도화의 문턱을 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기획의 제도적 주체가 될 수도 있는 시의회나 정당의 참여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생각해 볼 점이다.
열의를 가진 지방의원들이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주고 조례 제정에 힘을 보태기는 했으나, 크게 보아 지역의 노사민정 체제는 의회정치나 정당정치와 거리를 둔 채 단체장 중심으로, 혹은 단체장이 임명한 노동 측 인사들이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기획 단계의 끝은 광주형 일자리 개념을 현실화하는 집행의 단계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때부터 초기 기획자들의 참여가 배제되고 투자자와의 협상 및 협약이 순전히 단체장과 관료행정 체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나 지역 정당이 사실상 아무런 견제의 역할이나 기능을 할 수 없었다는 점도 돌아볼 지점이다. 한국의 지방자치가 ‘과도한 단체장 권력’과 ‘과소한 지역 정당과 지방의회 권한’을 특징으로 작동하는 것은 정책의 추진과 결정을 신속하게 하는 대신, 정책의 집행과 결과를 두고는 누구도 책임지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확실히 한국의 지방 정치와 지방 행정은 민주화 이후보다 민주화 이전의 특성을 여전히 더 많이 갖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군부 권위주의하에서 작동했던 ‘국가 코포라티즘’의 기본 구조가 ‘중앙의 노사정 체제’ 수준에서는 (조직적으로 크게 성장한 노동운동의 반대로) 지속될 수 없을지 몰라도, 지방 차원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치단체장 중심의 강한 행정 독주 체제와 약한 지방의회, 게다가 야당이 역할을 할 수 없는 일당 우위의 정당 체계가 이를 가능케 하는 측면에도 주목해야 할 일이다.
평가를 둘러싼 갈등
(전략)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① 노동계가 중심이 되어 기획이 이루어진 최초 단계와, ② 청와대와 광주시가 주도했던 현대차와의 투자 협약 단계에서 그 주체나 성격이 매우 다르게 전개되었다. 현대차와의 협상 과정에서 초기 기획 단계를 이끌었던 노동계 인사들은 배제되었다. 협상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누가 어떤 내용으로 협상 전략을 세우고 실제 협상을 진행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제안을 했고 어떻게 서로 수용했는지, 투자 의사가 없다고 말하는, 혹은 협상을 위해 없다고 주장하는 현대차를 참여시키기 위해 누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다못해 현대차와의 투자 협약서가 공개된 것도 1년이 훨씬 더 지나 한국노총이 사업 탈퇴를 선언하고 나서야 급하게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광주형 일자리는 기획 단계와 협약 단계가 거의 단절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평가를 통해 지금까지 논의한 것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그야말로 찬사 일색의 평가는 중앙정부에서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중앙정부, 특히 청와대는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을 위한 정치 기획의 일환으로 광주형 일자리 정책에 접근했다.
그 핵심은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지역 유권자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대기업 투자를 통해 광주형 일자리의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고자 한 데 있었다. 실제로 현대차로 하여금 지방선거 직전에 투자 의향서를 내게 했고 총선 이전에 투자 협약 및 법인 설립, 공장 기공식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정부 정책의 홍보를 전담하는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는 광주형 일자리 내용을 담은 250건의 브리핑 자료가 있다. 여기서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지역사회가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을 사회적 대화로 모색하고 노사 관계와 산업 혁신을 통해 사회 통합형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좋은 공동체를 만들려는 지역 혁신 운동”으로 정의되고 있다.
나아가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모델인 완성차 합작 법인 설립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이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함께 법인을 설립하고 추진”한 사례로 상찬되고 있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주축 기업인 현대차가 일관되게 보여 준 것은 ‘노동 측과는 교섭도 대면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들은 제한적인 역할만 할 뿐, 책임을 지는 것은 광주시와, 광주시가 최대 주주인 GGM이라는 태도였다.
그 점에서 현대차로서는 정부의 홍보물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대화’도 ‘사회적 대타협’도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평가와 관련해 현대차는 ‘무입장이 곧 입장’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나 GGM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나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 책임을 질 의사는 없지만, GGM의 운영과 생산에 대한 실질적인 주도권은 행사하고자 하는 것, 아마도 현대차의 생각은 이 언저리에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는 사실과 다른 평가도 있다. “독일 모델을 벤치마킹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광주시와 현대차, 지역 기업이 직접 투자자로 나서 독립 신설 법인을 설립하고 기반 시설과 복리 후생 비용을 지원하는 상생의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험적 모델”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평가다.
(중략) 독일의 아우토 5000 모델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사실상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현대차가 투자는 했지만 상생이나 복리 후생은 물론이고 노사 관계에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것이 실제 모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노사 관계에서 탈피,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민정협의회에 적극적 역할을 부여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사실에 반하는 평가다.
현대차와의 협약은 사실상 노조 없는 일자리, 무교섭- 무파업의 일자리를 만들고자 한 것이었거나, 아니면 노사 관계 없는 일자리를 노사민정이라는 틀로 정당화한 것이라 봐도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1년에 고작 두 번 개최되고, 25명의 위원이 사실상 1분도 제대로 발언할 수 없는 노사민정협의회가 할 수 있고 또 했던 역할은 조례에 따라 회의를 개최했다는 것, 그뿐이었다.
이상과 같은 점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한국 경제의 고비용 구조와 대립적 노사 관계를 혁신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사회’를 구현해 기업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근로자는 고용 안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노사 상생의 사회 통합형 일자리 사업”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① 순응적인 노동자, ➁ 노조와의 교섭 부담에서 벗어난 기업 운영, ➂ 그 대가로 낮은 임금을 보상할 복지의 제공을 말하는 것이라면 틀린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두고 “5월 광주가 민주주의의 촛불이 됐듯이 광주형 일자리는 경제 민주주의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본다면 이 역시 현실을 크게 왜곡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광주시 용역의 책임 연구원을 맡았고, 이후 광주시 6기 노사민정협의회 위원이자, 상생협의회에 참여한 박명준 박사의 평가도 긍정적인 쪽에 속한다. 현대차와의 협약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애초 기획을 현실에서 구현할 때 나타나는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관점이다.
그에 따르면 우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가장 가시적이고 획기적인 측면은 투자와 일자리 간 우선순위를 바꾸었다는 점”에 있다. “과거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투자를 위해 일자리의 질을 낮추었다면, 이번 모델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투자를 도모”했고, 현대차와의 협약은 한마디로 ‘일자리를 위한 투자’이자 ‘노동을 위한 자본의 동원’이라는 특징을 갖는다는 평가다.
GGM의 지배 구조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다. “광주시-현대차의 합자 투자 신설 법인은 광주시라는 비경제적 주체가 투자 주체로 나섬”으로써 “신규 법인은 시민 기업과 유사한 형태를 띠며, 기업의 지배 구조 역시 ‘공’과 ‘사’가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망과 관련해서도 낙관적이다.
현대차와의 협약으로 나타난 “광주형 일자리의 다양한 개혁 방안 중 가장 핵심은 일자리의 격차 해소를 지향한다는 점”이고, 이는 “기업 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상징하는 장치들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특히나 향후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역할의 획기적인 증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보면 현대차의 태도나,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현실, GGM 상생협의회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은 향후 개선해 가야 할 사안일 뿐, 그 자체가 광주형 일자리의 내재적 한계는 아니다. 또한 애초 기획 단계에서의 광주형 일자리와, 현대차와의 협약으로 구현된 광주형 일자리가 같은 성격의 연장으로 이해된다.
조선대 지병근 교수는 두 광주형 일자리는 다르다고 본다. 애초 구상은 2015년 노동연구원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지역 노동시장 구조의 질적 측면 개선(upgrade)을 도모하여, 그 지역 노동시장 전반의 상향 평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었지만, 현대차와의 협약에 의해 만들어진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의 기본권을 희생시킨 지역 발전 정책”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 달리 용지 제공, 세금 인하, SOC 제공 이외에 노사 간의 협약 사항인 임금과 단체 협상을 투자 조건에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훨씬 투자자에게 유리한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지병근 교수의 평가에서 주목할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윤장현 시장 재직 시 …… 대기업 유치에 얽매이기보다 중견 기업을 육성하고 지역 유망 산업 및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것에서 현대차 투자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 발전에 관한 시민의식 조사(2020년 3월 16~24일 실시된 엠브레인 온라인 조사)를 분석해 보면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노동자들이 권리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임금 인하, 단체 협상권 제한)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 이들(49.1%)이 찬성 입장을 보인 이들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학생들의 부정적 태도가 많았고 20대의 경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표현한 이들의 비율(58.1%)이 50대보다 14%, 60대보다 무려 3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대기업 유치에 대한 지역민의 열망 때문에 현대차와 서둘러 협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지병근의 평가대로라면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고정된 저임금과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나쁜 일자리”라거나, 이를 정부쪽이 추진하면서 “정경 유착 의심”이 제기된다거나, “2019년 3월 상정된 국가 균형발전 특별법이 2020년 1월에 통과되어 광주형 일자리가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공유재산 사용료 및 대부료 감면 규정을 마련”한 것에 비판적이었던 지역 내 의견에 새삼 주목해야 할지 모른다.
이런 부정적 평가는 인권 운동 진영 안에서도 있었다. 광주형 일자리를 “노동자 권리 죽이고 ‘상생하자’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으로 본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보기에 현대차와의 투자 협약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갖는 것이었다.
우선 “기업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고용 투자 계획을 집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지자체는 기업의 “투자비 일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부동산 장기 임대 및 임대율을 인하하고, 각종 지방세 감면 조치도 시행”한다. 중앙정부는 “지방 투자 보조금의 보조율을 인상해 지원하고, 법인세 감면과 같은 세제 지원을 추가로 한다. 과거에 비해 대폭 늘어난 지원금 집행을 위해 정부는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조세특례제한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개정”하기로 약속한다.
노동자의 역할은 이런 합의된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첫째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의한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에 따르는 것”이다. 둘째, “단체 행동을 지양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것”이다.
셋째, “‘상생협의회’라는 노사민정 차원의 협의 기구에서 임금과 노동조건을 협의”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인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을 제약”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으며, 한마디로 ‘상생’을 위해 노동자의 권리가 양보, 유예, 포기되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틀이라는 것이다.
김경근의 평가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동조건을 하락시키기만 하면, 즉 노동권과 노동조합을 공격하기만 하면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으로 문제를 단순화하고 왜곡”시킨다는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임금, 노동시간, 노동강도, 작업 방식 등에 대한 “결정을 노사 관계 외부에서 이루어지도록 했다는 비판이다. 요컨대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어떻게 하락시킬지, 단협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결과로 등장” 했고, “노사민정 거버넌스와 사회적 대화는 노동조합 개입 배제를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의 민주 노조 운동의 성과를 원점으로” 만드는 일이자 “재벌의 경영 전략을 그대로 방치한 채, 노동조합만 공격하는 것” 혹은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정부가 고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 세금을 통해 지원하고 지자체의 공적 권위를 통해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것, “대기업의 책임에 면죄 부”를 주고 “노사 관계에서 기업이라는 책임 주체가 사라지는 것” 이상이 될 수 없으며 “경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부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보수적인 관점에서의 평가도 주목할 만하다. 카이스트경영대의 이병태 교수는 “민간이 충분히 잘해 나가고 있는 분야에 왜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하는가를 문제 삼는다. 자동차 산업이 “공기업이 나서야 할 분야가 맞는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덧붙여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면서(GGM처럼 – 연구자) 외주 회사를 만들어 하청을 맡기는 방식”이 맞는가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그리고 이는 “임금 격차를 용인하는 것이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스스로 위반하는 것”이며 “왜 현대차에만 낮은 임금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할 기회를 주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중앙정부나 광주시가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사업에 돈을 대야 하는 국민은 이번 합의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현대차는 530억 정도 사회 공헌 활동으로 만족”하는 일이자 그 뒤에는 “수상쩍은 현대차 지원”이 있으며, 결국은 “국민과 노동자가 빠진 대타협”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윤상용・정현우는 광주형 일자리의 딜레마를 이렇게 표현한다. “(광주형 일자리란) 광주시의 산하 법인 기업의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인데, 이는 결국 현대차 직원도 아니고 공기업 직원도 아닌 간접 고용의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만약 광주형 일자리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이들의 고용과 복지 문제는 누가 감당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공적 자금으로 투자되는 현대차의 위탁 생산 공장으로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44쪽).…타인 자본 투자액의 상당 부분이 공적 자금의 성격으로 민간의 자발적 투자의 비중은 높지 않아, 향후 사업의 운영과 수익 창출을 위한 재원 운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향후 수익 배분 및 투자 원금 상황 등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에 관한 구체적 계획은 불명확 (하고)…광주광역시가 책임질 것으로 알려진 근로자 복지 지원의 재정 부담은 지속적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다(49쪽).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입장만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강한 상황이고, 노민정은 계속 끌려다니고 있다(64쪽).”
이지은・염지선의 지적도 생각해 볼 만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사회 실험”이면서도 “현대차로서는 손해가 될 것이 없다. 기존 현대차의 문법이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단체 협상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고 훨씬 낮은 임금을 줄 수 있으니 비용 측면에서 엄청난 절감”이기 때문이다. “근참법 12조에는 노사협의회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임단협은 통상 1년 단위, 단체 협상 유예는 2년을 넘을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이런 문제도 현대차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 여당이 연초부터 광주형 일자리를 압박”했는데, “현대차 평균 연봉(생산직 – 연구자)이 9200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고, “현대차가 19%만 투자하고 완성형 공장을 짓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현대차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평균 임금의 80%로 출발했던 아우토 5000이나 평균 임금의 90%로 시작했던 미국 GM의 새턴 프로젝트에 비해서도 좋은 조건이다. 따라서 독일의 아우토 5000, 미국의 새턴 프로젝트는 “노사가 서로 필요해서 만든 모델”인 데 반해 광주형 일자리는 “지자체가 현대를 끌어들여 현대가 원하는 것을 보장”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임금의 적정성과 일자리 창출 규모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있다. 2022년 광주의 “기아 직원의 평균 연봉(사무직 포함 – 연구자)은 1억1200만 원”으로 알려졌고, 18개 하청사에 흩어져 소속된 1200명의 동희오토의 경우 연봉은 기아차의 50~60%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광주형 일자리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을 별도로 하고 단순 연봉으로만 보면 광주형 일자리의 평균 연봉 3500만 원은 적정 임금이라 보기 어렵다.
이 가운데 사무직을 뺀 생산직 노동자만 본다면 실질적인 임금은 3000만 원 미만일 것이고, 더 낮게는 2100만 원에서 2250만 원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462명이라는 생산직 일자리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서도 비판적 평가가 많다. 기아차 7800명이나 동희오토 1200명과 비교해도 아직은 작은 편이기 때문이다. 복지 혜택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는 게 아니다. “광주광역시가 빛그린 산단 내에 주거 단지를 조성한다는 합의”를 지키지 않고 “목적이 전혀 다른 행복주택을 전용한다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논란, 우려, 고민을 토로하는 평가들은 많지만, 아마도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온 한국노총 광주시 지역본부 윤종해 의장의 이야기는 광주형 일자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많기에, 그대로 인용해 본다. 우선 광주시와 현대차 간의 비밀 협상 과정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설립 과정은 광주형 일자리라는 명칭이 부끄럽게도 추진 초기부터 노동의 참여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보상 체계를 제공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노동 측 대표로 참여해 온 노사민정협의회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광주광역시가 그 이외의 당사자들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대했기 때문이다. 참여 주체들의 최고 의결 기구인 광주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사업의 추진 과정을 심의, 의결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거수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
다.”
이사로 참여해 온 광주상생일자리재단과 관련해서도 이렇게 평가했다.
“광주형 일자리재단은 앞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를 지역 내 노사 갈등에 대한 사적 조정 기능도 가진다. ……GGM에서도 현재는 투자 협정서에 따라 누적 생산 목표 대수 35만 대 달성까지는 노동조합과 임단협을 하지 않고(노사협의회 격인) 상생협의회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 약속이 끝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를 재단에서 사전에 조정해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강기정 시장 체제에 들어와 그 기능은 타 기관으로 통폐합되고 말았다.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이 꺾였다.”
훨씬 더 근본적인 평가도 있다. 박태주 전 경사노위 상임위원의 평가가 그것이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를 가리켜 “청와대 사업을 광주시가 대행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으로 그 성격을 정의하면서, “한국에서 청와대 정부, 즉 대통령 비서실이라고 하는 당파적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필요로 했고 또 주도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파탄 낸 ‘principal architect(중심 설계자)’였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말해 광주형 일자리는 청와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필요로 했던 사업이었을 뿐, 사실상 광주라는 지역사회의 현실이나 요구와 관련이 없는 기획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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