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아직도 "주의"가 붙은 용어의 개념을 외우고 나아가 다른 "주의"와의 차이를 알아차리는 일은 잘 못한다. 나는 어려서 예술에 높은 친근감을 갖고 있었고 그런 배경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수를 셀 수도 없이 많은 "~주의"가 붙은 용어들과 친해지려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해 결국 나는 예술에 소질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작품은 이래서 좋다, 저 작품은 이래서 좀 못하다, 혹은 이 두 사람은 이런 저런 면에서 서로 다르다고 말하라면 얼마든지 하겠다. 그런데 '이 작가는 A주의적 개념에 충실한 반면 저 작가는 B주의적 아집이 강해서 문제다'라는 식으로 멋진 말을 나는 할 줄 모른다. 이 치명적 결함은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 담당 기자를 오래 해 오고 있지만 아직도 C주의와 D주의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 차이를 간단히 말하라면 정말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