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평범한 회사에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가까운 분들과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회사에서 본질적인 일과 관계 없이 "사람들"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 때문에 소모하는 시간과 노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이 중·고소득국가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일하면서도 왜 생산성은 낮은가에 대한 의문이 최소한 부분적이나마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의 불평 사항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람은 같은 회사 내 다른 부서의 상급자가 "계속 짜증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을 언제 한 번 "들이받을" 생각이라는 점을 비장하게 밝혔다. 참으라고 하니까 "후배들 가운데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꽤 있고 내가 들이받으면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는 것이었다. 이 일로 회사에서 "말이 많고 다른 사람들과도 의견 교환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근 후 한밤중이나 주말에 또 다른 사람 문제로 전화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 일도 소개했다. 이번에는 직속 상급자가 그 위 상급자와 불화를 겪고 있는데 자신에게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불평을 하길래 자신이 여기에 맞장구를 치느라 애썼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또 자신이 최근에 딸이 갑자기 병원에 가서 하루 휴가를 썼는데 그것 때문에 회사에서 윗분들로부터 좋지않은 소리를 듣곤 한다고 소개했다.
퇴근시간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정시는 말할 것도 없고 한 시간쯤 지나도, 별 일 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나로서는 재미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직장도 많고 또 늘고 있다고 알고 있고,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일터에서 한 두시간 퇴근이 미루어지는 것은 다반사고 사실 그것은 본질적인 업무 처리 때문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이것보다 더 기막힌 관행을 가진 회사도 많을 것이다. 결국 점심시간 포함 하루 9시간 근무하면 처리할 "업무"를 하는 데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근로 시간에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이러한 업무 외 시간 낭비는 다음날 근무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조직인 만큼 회사에서 "업무" 이외에 시간을 단 1분도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부가가치를 산출하지 않는 시간을 줄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그만큼 개선될 것이다. 아마 산출되는 부가가치만으로 놓고 볼 때 위에 소개된 경우와 같다면 10명이12시간씩 근무(점심시간 포함)하고 있던 것을 업무 이외의 부담을 없앤다면 한 8명이 9시간씩만 근무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명은 실직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2명도 추가로 부가가치를 산출할 것이므로 한국 전체적으로는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 않은 회사가 얼마나 되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회사는 아주 많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모두 그렇다.
※ 관련 글 ▶ 한국경제의 도전 과제: 뼈빠지게 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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