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늘 아침 KBS 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임.)
우리 나라 수출은 전년동기대비로 1월에서 4월 사이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해 전체 수출이 1.3% 감소하며 2009년 이후 3년 만에 첫 감소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일단 수출 하락세는 멈춘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수출이 본격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정책당국도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일본 엔화 가치가 세계적으로 반 년 만에 20% 이상 떨어져 한국 수출기업들에 대한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수출에 대한 엔저의 단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많이 있다. 장기적으로, 그리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에는 분명 피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피해가 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1일 관세청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1-20일 기간 수출은 전년동기비 3.8% 정도 감소했고 수입은 9.1% 감소했다. 지난 달 수출이 0.4% 증가에 그쳤기 때문에 이같은 감소세는 우려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5월 1-20일 기간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일수가 0.5일 적었으며 나머지 월말까지 영업일수는 작년보다 하루 많다. 결국 5월 전체 수출은 작년보다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한국 수출이 부진한 데는 이미 환율 이외에도 그만한 사정이 있다. 즉,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조와의 협상 지연에 따라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고 선박의 경우 과거 수주량이 없어 인도량이 줄어든 것 등이다. 또 일부 전자제품의 경우 해외생산이 늘면서 국내 완성품 수출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이런 것과 선진국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것을 감안할 때 지난 해 후반부터 일본 엔화가 지속적으로 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한국 수출은 직접적 피해를 받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엔화 결제가 많기 때문에 수출 물량이 변함이 없다고 해도 달러화로 계산하면 수출액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동향을 봐도 일본에 대한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은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한편 대기업들은 환관리 경험이 많아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고 또 실제로 엔 약세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중간재나 기계부품 등을 수입해 온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엔화 표시 부채가 있다면 상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가정이 아니고 실제 한국의 자본재 수입 가운데 20% 이상은 일본에서 수입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엔저로 인한 한국 수출 및 업체들에 대한 피해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만일 업계에서 만사를 엔화 약세 탓으로 돌린다면 이는 나태한 것이거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00엔당 800원 아래에 머물던 시기도 있었고 지난해 초까지 그랬듯 1500원일 때도 있었다. 기업들은 이미 오늘과 같은 상황에 대비가 끝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은 그러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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