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늘 아침 KBS 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임.)
오는 28일(화) 공개되는 의사록은 5월9일 개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내용이다. 당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김중수 총재를 포함한 6명의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고 표결했다고 김 총재가 밝힌 바 있다. 나머지 한 명의 위원이 금리를 인상하자고 표결했을 리가 없으니 결국 인하 6명, 동결 1명이었던 셈이다. 4월 회의에서 김중수 총재를 제외하고 금리 인하와 동결 의견이 3-3으로 맞서던 상황에서 김 총재가 동결 표결을 함으로써 기준금리는 동결됐었다.
이를 놓고 많은 국내 언론은 김중수 총재가 한 달 만에 마음을 바꿨다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김 총재가 5월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도 인하 표결을 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회견 내용을 볼 때 그 표결은 자발적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즉, 김 총재와 박원식 부총재는 현직 한국은행 간부로서 보통 같은 방향의 표결을 한다. 그런데 위원장인 김 총재가 (그리고 박 부총재도 함께) 소수의견에 표결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즉, 김 총재와 박 부총재의 경우 나머지 5명의 위원들 사이에 견해가 4-1로 나뉠 경우 소수 의견에 가담한다고 해도 결국 4-3으로 다수 의견을 번복할 수 없다. 결국 이럴 경우 조직의 논리에 따라 다수 의견에 가담해 결과는 6-1로 내려진다고 봐야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4월 회의에서는 김 총재와 박 부총재를 제외하고 5명의 위원들의 견해가 인하 3명 대 동결 2명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김 총재와 박 부총재가 동결 의견에 가세함으로써 3-4로 금리가 동결된 것이다.
이렇게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지난 달 3-4로 금리가 동결됐었는데 이달 6-1로 인하된 것을 두고 김 총재의 마음이 갑자기 바뀌었다느니 일관성이 없다느니 하고 지적하는 것은 실상을 간과한 결과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난 달과 이번 달 사이에 마음을 바꾼 사람은 한 명이었다고 봐야 한다. 지난 달 김 총재와 박 부총재 이외에 동결을 주장했던 위원들은 임승태 위원과 문우식 위원이었다. 따라서 이들 중 누가 생각을 바꿨는지가 이번에 밝혀질 것이다.
한편, 4월과 5월 금통위 회의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내에서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 그에 대해 김중수 총재가 공개 석상에서 줄곧 금통위 결정의 독립성을 주장했던 점, 그리고 이어 5월에는 결국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김 총재가 외부 압력에 굴복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 점 등이 최근 한국은행의 독립성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김중수 총재의 변심 문제보다는 금통위원들에 대한 김 총재의 지도력 부재 문제가 더 큰 것으로 생각된다.
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 말 종료된다. 그 때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하나 인상 압력이 크게 불거지지 않는 한 또 다시 이러한 복잡한 논의를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나 여당 내에서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전달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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