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경제부총리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기획재정부장관이 유일한 부총리로서 정부의 경제 관련 정책을 총괄 지휘하고 이의 집행을 책임지며 부처간 또는 정부 기관간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기타 조정의 필요성이 생길 경우 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정하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심심치 않게 경제부총리나 경제팀 전체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존재감이라는 말을 정확히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떤 사안에 대해 청와대나 정부 전체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절대 먼저 언론이나 공개된 자리에서 자신의 뜻을 잘 내비치지 않는 것을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 부총리는 매주 또는 격주로 물가동향이나 대외경제정책 혹은 국내 정책 등에 대한 장관회의를 주재한다. 그 밖에 이전 각료들보다 빈도는 낮지만 간혹 각종 회의나 세미나에서 연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자리든 현 부총재는 이미 발표된 내용이나 어투를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그의 발언 내용을 크게 보도하거나 여기에 기초해 추가 취재를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 더구나 현 장관의 전임자인 박재완 장관의 경우 청와대 핵심 참모 출신답게 각종 세미나나 회의 석상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일지라도 기본 줄기를 조금씩 공개한다든지 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는 편이었기 때문에 현 장관이 더욱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어떻게 보든 현 부총리를 포함해 경제 각료들의 존재감이 이전 정부 각료들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 과연 경제 각료들이 왜 이렇게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일까?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정부 내에서 서로 상충되거나 설익은 발언이 흘러나가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기 때문에 각료들도 특히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현재 경제 각료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나 박 대통령 후보 캠프 혹은 새누리당 등에서 이른바 핵심 인사로 활동한 인사들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해 주도적으로 처음부터 의견을 내고 이를 관철시킬 위치에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 각료들의 존재감이 없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물론 각료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말을 아낌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잡음은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이 국제 금융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기에 투자자들과 일반 국민들은 정부가 잘 준비돼 있다는 안도감을 갖기를 원한다.
가뜩이 불안한 심리가 팽배해 있는 마당에 핵심 경제 각료가 "지나 보면 안다"는 식으로 답변을 하고 만다면 국민들은 속시원한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된다. 결국 심리가 중요한 오늘날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제팀에 대한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각료가 일만 틀림없이 하면 되지 않냐고 할 지 모르지만 각료는 한편으로는 정치인이고 정치적 의도를 지닌 행동을 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