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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널리즘의 기본 요소 - 사실과 공정성이 전부가 아니다

"기사 안에 제시된 출처나 원자료를 바탕으로 그 어떤 독자나 전문가가 새로 분석하고 추적하고 구성해보아도 똑같은 결론이 내려지리라는 자신이 있는가?"

"제기된 논조에 대해 일선기자부터 고참이나 데스크 혹은 편집국장이나 사장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분위기나 여건이 조성돼 있고 또 그러한 공개적인 토론이 실제로 보장되고 있는가?"

이 두 질문은 어떤 기사가 잘 쓴 기사고 어떤 언론사가 건전한 언론을 지향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 『The Elements of Journalism』이라는 책에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게다가 한국에서 흔히 있는 공채시험을 통하지 않고 기자가 됐다. 따라서 지금까지 25년 정도 기자로서 일을 하면서 언론학을 현장에서 배운 셈이다. 그러던 중 최근 『The Elements of Journalism』(Bill Kovach, Tom Rosenstiel 공저)이라는 책을 읽으며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이 책은 부제로 "언론 종사자들이 꼭 알아야 하고 대중이 꼭 언론에 대해 요구해야(역주: 영어로 expect라고 써 있으나 이는 "기대하고 챙겨보고 확인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음) 할 것들"이라고 할 만큼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언론인은 물론 독자인 모든 사람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행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모든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자신을 보호하고, 서로 결속을 유지하며 친구와 적을 식별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뉴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들은 언론의 주된 역할은 사람들이 속박되지 않고 자결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를 위한 원칙을 9가지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필자가 감명을 받은 부분은 앞에 소개한 질문들이다. 첫번째 질문은 "검증 가능한 언론"이라는 부분에 설명돼 있다. 즉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모든 가능한 검증 절차를 마쳤다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송고해야 하며 독자들이 검증을 하려 할 때 그렇게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특정 음식에 대해 몸에 좋다는 믿음이 사실과 다르다는 보고서를 인용해 기사를 썼다고 가정하자.

이 때 기자는 최소한 이 보고서를 작성한 조직이나 학자가 그런 보고서에 따라 예상되는 현상, 예컨대 그 음식에 대한 대체제의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으로부터 이득을 보는 입장에 있는지 의심해보고 그런 의심이 사실이 아니라는 검증은 최소한 거쳐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입장에 반대 견해를 가진 조직이나 학자의 견해도 검증 과정에 포함돼야 한다.

두번째 질문은 "기자의 인간으로서의 양심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부분에 등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사실에 충실하고 공정한 보도를 가치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실에 충실한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허술하기 그지 없는 말이다. 실례로 특정 업체가 후원하거나 자금지원한 연구 결과 발견된 "사실"만을 바탕으로 그 업체에 유리한 기사를 쓴다면 이는 사실에 충실했을지는 몰라도 정확한 기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아무리 사실이고 아무리 공정한 규칙을 준수한 경우라 할지라도 기자 자신이 양심에 비추어 충분치 않다고 생각되면 해당 기사의 보도를 중지하거나 추가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편집국의 분위기가 보장돼야 한다. 실례로 환율의 경우 산업 담당 기자가 환율 절상이 너무 가팔라서 걱정이라는 기사를 작성했지만 경제 담당 기자가 생각하기에 절상이 가파른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절상이 가파른지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이고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예를 들어 환율이 3개월 만에 10% 절상된 것을 놓고 급격한 절상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6개월 전보다는 거의 절상된 것이 아니라면 절상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논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재검증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더구나 이 경우 사실 1년 전보다는 오히려 절하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언론 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언론이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되는 관행이나 제도 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소개돼 있다. 이 책은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물론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 매일 언론 보도를 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필자는 언론학을 전공하지 않고 기자가 돼 필요한 지식과 원칙을 습득해 왔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현장에서 배운 것들이 모두 제대로 된 것들이었다는 데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책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서평이 있어 링크로 소개한다. (=> Click Here)

책 정보는 그림을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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