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사견임. 무단 인용을 금함.)
원화의 달러 및 엔화 대비 환율이 각각 5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서울 증시의 주가도 수출기업 위주로 크게 하락했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 코멘트와 언론 보도는 원화 강세에 따라 한국 수출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이들 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데 모아졌으며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의 환율 부양을 위한 개입을 예상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 원화 절상 때문에 주식을 팔았나
한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크게는 한국 경제 성장세, 기업 실적, 그리고 원화 환율 전망 등에 집중된다. 즉 한국 경제 성장이 가팔라지고 그에 따라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원화 환율이 하락(절상)하면 큰 투자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그 반대의 경우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환율의 방향은 크게는 경제성장율 및 기업실적과 서로 관계가 있는 만큼 원화 절상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매도한다는 말은 지나치다.
물론 원화가 크게 절상되면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견해는 아직 지배적인 듯하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이해하기는 쉽지만 실제 사례로 보면 생각만큼 단선적인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다른 요인과 환율 요인이 함께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환율 하나만으로 한국 수출이 크게 늘거나 줄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위 그림은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것으로 엔/원 환율과 일본과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차이의 추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 일본과 한국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으로 좁혀지고 있으며 이 추세는 엔/원 환율 변동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즉 다른 요인이 한국의 수출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 원화가 절상되면 한국 수출이 위축되나
위 그림도 같은 보고서에 제시된 것으로 세계 경제성장율과 한국 수출의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수출은 세계 경제성장율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즉 원화의 특정 화폐 대비 환율 수준보다 세계경제의 성장 속도가 한국 수출에 더 중요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필자는 이같은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은 2014년 매출증가율이 11년만에 가장 낮은 4%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 배경으로 엔화 절하와 그에 따른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수출 신장 가속화를 이유로 들었다. 필자는 이것이 다분히 여론이나 한국 외환당국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은 생산과 판매 및 부품조달 면에서 이미 상당부분 세계 각지로 다각화했기 때문에 환율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원화 절상시 해외 매출 및 해외 자회사 수익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현대자동차 본사의 수익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한국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더구나 한국은 전체 설비투자용 기계류 수입의 약 5분의1을 일본에서 수입해 온다. 따라서 엔/원 환율 하락에 따른 경제 전체적인 영향은 일방적이지 않다.
▶ 당국은 환율 부양을 위한 개입에 적극적인가
서울 외환시장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당국의 개입은 이전 정부보다 적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환율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위나 아래 쪽으로 대체로 고루 분포하거나 엎치락 뒤치락해온 측면도 있지만 필자는 이것이 정책 노선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수출대기업에 대한 지원 일변도 정책에 변화를 주겠다고 공헌해 왔다.
이는 수출이 한국 경제에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고 수출대기업은 이미 환율 변동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갖춰진데다가 내수산업 경쟁력 개선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은 역대 최고인 56%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국내 고용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급증하는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 정부에 부담 요인이다. 한국은 2010년 G20 의장국으로서 주요국 경상수지 흑자를 GDP 대비 4% 선 아래로 유지하자는 당시 주장에 동조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GDP 대비 6%에 다다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등 주요국으로부터 통상마찰이나 기타 외교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엔/원 환율 하락은 아베노믹스 지속에 따라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상황에 대한 이런 발언은 재정부장관으로서는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적극적인 개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이와 관련한 필자의 기사 ☞ 여기를 클릭)
아래 표에서 보듯 원화의 엔화 대비 환율은 20년 평균(명목)과 비교할 때 아직 고평가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중국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20년 평균과 비교할 때 높은 상황(원화 약세)이고 이같은 추이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설사 엔/원 환율 때문에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는다고 해도 중국과의 경쟁에서는 유리한 상황이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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