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그 자체로 환율 절상을 이끌기도 하지만 반대로 환율 절상 기대감이 있을 때 환율 변화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고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이유 가운데 환율 절상 기대감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 증가율은 저조하지만 큰 폭의 조정을 피할 정도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으며 내수 지표도 고용이 강한 증가를 나타내는 가운데 가계 부문 소득 증가도 높았다. 그러나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가계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려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은 몇년간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던 것이 수출은 바닥을 탈출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부동산 시장도 회복하는 모양을 보이고 있어 건설투자와 민간소비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의 가파른 상승 이후 주춤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도 1분기 중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증가를 유지했으며 앞으로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 위안화는 개방 이후 처음으로 절상과 절하 양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위안화 절상에 안심하고 베팅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위안화에 대한 방향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원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데다가 최근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모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우선 미국 재무부는 6개월마다 발간하는 국제 경제 및 환율 보고서를 통해 한국 당국이 원화 절상시기에만 거시건전성 조치 강화 가능성을 언급하는가 하면 절상에 대항하기 위한 개입을 단행했다고 지적하고, IMF가 작년에 이미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적정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외환보유액이 많이 증가했는데 이것이 바로 원화 절상에 대응하기 위한 개입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무부 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한편 IMF는 4월17일자 스태프 보고서에서 한국 원화가 2-8% 가량 저평가돼 있으며 한국 당국이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한 개입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IMF는 한국이 원화 절상에 대응해 개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 비용도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별도의 상자 글을 통해 한국의 개입에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다.
(IMF 스태프 보고서는 여기를 클릭하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런 재무부 및 IMF의 경고성 발언 자체가 물론 원화 절상을 이끌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원화 절상 분위기는 이미 조성되고 있다. 즉, 신흥국 가운데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점, 경제성장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 핵심 기업들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 경상수지가 계속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위안화에 대한 불안감에 대비한 일시적 대피처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서비스업 강화 등 대내외 불균형 시정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점 등은 모두 원화 절상에 호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원화 환율이 세계적인 위험자산 선호도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현재 추세라면 원화에 대한 전망은 계속 강세 쪽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그림은 원화 환율 추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지표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달러 및 100엔당 원화 환율 종가 기준 월평균 환율 추이) |
(원 및 엔 실질실효환율지수 10년 추이) |
(5년 전부터 국제수지(준비자산 제외) 및 외환보유액 월별 증감분을 누적한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