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블로그 "붉은 노루, 하얀 러시아"에 소개된 책소개 글을 공유합니다.)
맞벌이의 함정
작가: 엘리자베스 워런
출판: 필맥
발매: 2004.05.15
리뷰보기: http://blog.nave r.com /ok coh/220024286777
이 책은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우리의 연구는 결국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최악의 재정난에 처한 가정들은, 우리가 흔히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는 그런 가정들이 아니었다. ... 그들은 자신의 지출을 스스로 통제할 자기관리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최악의 재정난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자녀가 있다는 것은 이제 여성이 재정파탄을 맞을 것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고지표다. ( 16 페이지)
그럼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가 가정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라도 한다는 것일까요? 좀 더 읽어보겠습니다.
만약 맞벌이 가정이 두 번째 봉급을 저축했더라면 그들은 다른 종류의 안전망, 즉 많은 금액의 은행 예금을 보유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안전망을 갖췄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들은 두 번째 봉급을 저축하지 않았다. ...
저축은 오히려 감소했다. ( 19 페이지)
평균적인 맞벌이 가정은 외벌이 가정에 비해 소득이 75% 정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재량적 소득은 거의 비슷한데 반해, 고정비용이 외벌이 가정에 비해 약 2.5배가 많습니다. 그럼 이 돈이 다 어디로 들어가는 걸까요?
책은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정의 관리자 역할( 대부분 아내) 을 하는 사람이 할 일을 아웃 소싱하는 비용, 두 번째는, 교육과 주거( 이것도 좋은 학군을 얻기 위한 측면이 큼) 에 들어가는 비용.
그렇게 되다보니 필연적으로 고정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소득이 많음 → 집안의 가능을 아웃소싱해서 ( 외벌이 가정이라면 없었을) 추가 비용이 발생 + ( 소득이 많아지니) 교육과 주거에 더 많은 돈을 할당함 → 고정비용이 늘어 저축은 외벌이 가정과 같거나 더 적음 → 한 쪽이 실직했을 경우, 고스란히 채무 불이행 위험에 노출됨.
대신 외벌이 가정이라면 애당초 소득이 적다보니 고정비용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할겁니다. 무조건 좋은 학군이나 지역을 따지기보다는 아이 학교나 남편 직장과 가까운 곳에 주거지를 잡으려 할 것이고, 차를 한대만 끌거나 안 끌려고 할 것이고, 그외 생활에 필요한 비용들도 줄이려는 노력을 하겠죠. 반면, 맞벌이 가정에서는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기 쉽습니다.
여기에 더해 맞벌이 가정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집안에 있는 사람은 한쪽이 실직했을 경우, 일시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논리대로라면 부부가 다 직장에 나가면 그 가정은 재정적으로 더 안전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론은 맞벌이 생활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무시하고 있다. 엄마가 노동력에 합류하면 그 가정은 인식하지는 못할지라도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포기한 것이다. 그 무언가란 위급한 시기에 가정을 구원하기 위해 등판할 수 있는, 여분의 숙련되고 헌신적인 성인을 말한다. ( 18~19 페이지)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안 해도 들어가는 비용은 많은데, 한쪽(특히 남편)이 실직했을 경우, 아래와 같이 소득 감소폭은 훨씬 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맞벌이의 특성은 전반적인 주거 생활비용을 높임으로써 외벌이 가정의 삶의 질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책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맞벌이의 함정은 단일소득 가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터로 나온 수백만의 엄마들은 전업주부 엄마를 원하는 가정을 포함한 모든 가정들에 대해 ' 중산층 생활의 가격' 을 서서히 올렸다. ... 엄마가 집에 있으려면, 혼자 버는 평균적인 가정은 괜찮은 공립학교와 유치원, 건강보험, 대학 학위 등을 포기해야 하고, 그럴 경우 자신과 그 자녀는 중산층의 꿈을 거의 단념해야 한다. ( 21 페이지)
그러다보니, 맞벌이에 나서는 가정이 많아지고, 처음에는 몇 년만 하던 것이 점차 길어지고, 더 나은 생활 환경을 위해 일자리 찾기에 나섰던 여자들이 이제는 대출금을 막기 위해 나서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점이지요.
맞벌이 가정의 유일한 경제적 완충망이란, 외벌이 가정에 비해 평소 많은 돈을 저축하는 것인데, 상황이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여러 가정의 사레를 통해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봅니다. 결코, 맞벌이와 외벌이 중 어느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한가지 흠이라면, 초반부를 제외한 중반과 후반은 모두 이런 내용의 반복이라는 점입니다. 좀 더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사실 요즘에는 맞벌이냐, 외벌이냐는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가치 판단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뭐라고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함부로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이게 결론도 안 나는 '논쟁거리'가 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요. 사실 소개팅 같은거 나가면 한 두세번쯤 만났을 때 상대편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저는 의견이 좀 한 쪽으로 쏠려 있기는 한데, 굳이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아쉬운 건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당사자들이 맞벌이냐 외벌이냐의 문제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하지 않고, 결혼 전이나 아이가 생기기 이전에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추상적으로 대했다가, 아이가 생긴 후에는 그냥 상황에 떠 밀려서 충동적인 선택을 한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는, 자신과 배우자 모두 어느정도 만큼의 '고정비용'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좋은 건 고정비용을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맞벌이를 택하든, 외벌이를 택하든 그러한 시도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자든 여자든) 요즘에는 자기는 무조건, 1년에 한 두 번은 해외 여행을 가야하고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쇼핑을 해야한다면서, 그걸 꼭 생존에 필요한 조건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지요. 자녀가 생긴 이후에는? 교육이나 주거 문제도 이에 해당될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