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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가계부채 문제의 위험성 제대로 이해하기

※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관리체계의 설계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냥 읽기에는 약간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표현도 등장하지만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 부분은 한국의 가계부채가 왜 문제라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잘 정리해 놓은 것으로 생각돼 여기에 해당 부분만 소개한다.

○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

가계부채 위험에 대한 그간의 논의는 여러 측면의 위험에 대한 논의가 다소 뒤섞여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의 가구와 이들의 이질적인 특성, 그리고 다수의 금융기관과 대출상품별 특징을 모두 고려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갖는 복잡성은 더욱 심화되며, 특정 측면의 위험을 부각하거나 이에 매몰된 논의에 빠지기 쉬운 면이 있다. 본고에서는 가계부채의 위험을 크게 금융안정성 측면과 사회적 안정성 측면으로 구분하여 각각에 대해 위험도를 평가·정리하였다.

여기서 금융안정성 측면의 위험도와 관련해서는 가계부문의 소득 및 (순)자산 기준에서 손실흡수력(Loss Absorbing Capacity)을 평가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자산-부채 구성의 주요 특징에 해당하는 유동성 불일치 문제를 평가하였다. 한편, 사회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저소득 부채가구의 부실위험을 평가하였다.

1. 금융안정성 측면의 위험도 평가

금융안정성 측면의 위험도와 관련해서는 거시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가계부문 및 금융기관의 손실흡수여력을 평가할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부채가구의 유동성 위험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가계부문의 주요한 손실흡수 수단으로는 소득과 (순)자산 기준의 상환여력을 고려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주요 손실흡수 수단으로는 대손충당금과 자기자본여력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유동성 위험의 측면에서는 부채가구의 부채 및 자산구성이 갖는 취약성을 평가할 수 있다.

가. 가계 및 금융기관의 손실흡수여력

가계부채의 부실위험에 대한 가계부문의 손실흡수여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체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가구들에 대해 소득 및 자산 기준의 상환여력을 살펴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부채가구의 소득, 순자산 및 부채의 분포는 [그림 2]와 같으며,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소득과 (순)자산이 많은 가구들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전체 가계부채의 50% 정도가 소득 또는 순자산 상위 20% 가구에 분포하고 있으며, 전체 가계부채의 75% 정도가 소득 또는 순자산 상위 40% 가구에 분포하고 있다. 가구자료를 이용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상당수의 부채를 보유한 가계의 소득 및 순자산 기준 상환여력이 비교적 양호한 편임을 보여주고 있다(김영일·유주희[2013]; 김영일[2012]; 박연우·방두완[2011]). 이처럼 부채가구의 순자산여력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LTV 규제가 주요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자산 기준의 상환여력은 영국, 스페인 등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었던 국가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며, 주택가격 하락충격 등에 대한 한국 부채가구의 손실흡수력은 적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김영일[2013]). 한편, 금융안정성 측면에서는 거시적 하방위험(GDP 성장률 둔화, 금리인상, 주택가격 하락 등)에 대해 시스템적 중요성이 큰 은행권 금융기관 및 은행권 차입가구의 손실흡수여력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역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은행권 차입가구의 부실위험이 제한적인 데 반해 비은행권 차입가구의 부실위험은 비교적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김영일·유주희[2013]; 김영일·변동준[2012]; 전흥배·이정진·최운열[2008]). 이는 은행권 가계대출의 경우에는 소득 및 순자산 여력이 비교적 양호한 가구를 중심으로 분포하며,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경우에는 소득 및 순자산 여력이 열악한 가구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은행권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 및 자기자본여력도 비교적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가계부문의 소득 및 순자산 여력과 은행부문의 자본여력 등 적어도 손실흡수여력의 관점에서 금융안정성에 대한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김영일·유주희[2013]).

나. 자산-부채 간 유동성 불일치 문제

그러나 소득 및 자산 기준에서 상환능력이 양호한 부채가구라 하더라도 자산 및 부채 구성의 특이성으로 인해 유동성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부채가구는 유동성이 지극히 낮은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성과 짧은 만기의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큰 부채구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특징의 자산-부채 구성은 주요 선진국의 경우와 크게 대비된다.

[그림 2]에서는 소득, 금융부채, 순자산의 소득분위별 분포를 보여 주는데, 소득 및 순자산이 많은 가구라 하더라도 일시상환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 중 만기일시상환 대출이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만기 시 차환위험(refinancing risk)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의 자산-부채 구조가 갖는 특징은 부채의 만기도래가 비교적 빈번한 가운데, 만기시점에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발생시키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에 차환위험의 상승 등에 따른 부채 축소압력 증대와 부동산가격 하락의 악순환 사이클을 초래할 수 있다.

<표 1>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의 현황을 보여주는데, LTV 규제상한을 초과하는 등 차환위험(refinancing risk)이 큰 주택담보대출의 규모가 적지 않은 가운데,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에 해당 차환위험에 노출된 가계부채 규모가 더욱 크게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해당 표에서는 LTV 비율이 높은 편에 해당하는(LTV › 60%) 주택담보대출이 적지 않으며, 이 중 이자만 납입하면서 2014년에 만기도래하는 일시상환대출도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LTV 비율이 상승하게 되므로 일정 수준, 예컨대 60%를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도 증가하게 된다. 예컨대 <표 1>에서는 주택가격이 -10%, -20% 등으로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LTV 비율이 60%를 상회하는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늘어나게 되어, 이 중에서 이자만 납입하면서 2014년에 만기도래하는 대출의 규모 및 비중도 크게 늘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같이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에는 부채축소압력 증대와 자산가격 하락의 악순환 사이클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림 3]에서는 이를 예시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짧은 만기의 일시상환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하락 및 신용경색은 부채가구의 차환위험을 증가시키며 신규대출을 감소시킴으로써 부채축소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부채축소압력은 유동성이 낮은 주택자산에 대한 매각압력으로 작용함에 따라 주택시장의 부진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상의 자산-부채 간 유동성 불일치 문제는 경제성장률 하락 또는 금융시장 불안 등의 거시적인 충격에 대해 그 부정적 영향을 확대하거나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등 우리 경제의 복원력(resilience)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 사회적 안정성 측면의 평가: 저소득 부채가구의 부실위험

이상의 논의는 부채가구의 상환여력 및 금융기관의 자본여력 관점에서 아주 이례적인 규모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가계부채의 부실위험에 대한 손실흡수여력이 비교적 양호한 편임을 시사한다. 다만, 부채가구의 자산-부채 구조가 갖는 유동성 불일치 문제는 부채디플레이션의 우려를 제기하며, 우리 경제의 복원력 또는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금융안정성 측면의 논의는 주로 부실위험 부채액의 규모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부채액은 적더라도 부실위험 부채를 보유한 가구 수가 아주 많다면 이는 사회적인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상기의 [그림 2]에서 소득하위 40%에 속한 부채가구가 보유한 부채액을 전부 합쳐도 10% 정도이므로 금융안정성 측면의 위험도는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저소득가구의 부채비율(=부채액/소득) 및 부채상환비율(=부채상환액/소득)은 비교적 큰 편이며, [그림 4]에서 보듯이 비교적 높은 연체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 저소득 한계부채가구의 규모(숫자)가 작지 않음을 고려할 때, 사회적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김영일·유주희[2013]; 김영일·변동준[2012]).

한편, 가계부문의 신용활동이 일상화됨에 따라 채무불이행 사건도 일상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가계 부문 신용활동의 확대와 가계부채 규모의 급격한 증가는 채무불이행 사건의 일상화와 채무불이행자의 증가를 초래한 배경이 되었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되었던 2003~04년 카드채 사태 시기에는 채무불이행자가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이들의 경제적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사적 및 공적 구제제도의 확충이 수반되었다.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가계부채는 비은행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빠른 증가세를 기록하였으며, 그 결과 앞의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체 가계대출 중 비은행권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동 기간 중 저소득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채무불이행 위험도 증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김영일·변동준[2012]).

한편, 채무불이행자 구제제도 중 법원의 개인회생 신청자가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국민행복기금 도입 이후 1년간 신청자가 25만명에 육박하였다. 이상과 같이 취약부채가구를 중심으로 한 채무불이행 위험의 증가는 사전적으로는 상환여력에 기초한 대출 관행의 정립 필요성을 시사하며, 사후적으로는 채무불이행자 구제를 위한 상시적인 구제제도의 재정비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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