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Global Housing Watch"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어 세계 주요 지역의 주택시장 동향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시로 정리해 제시하는 한편,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라든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의 분석 지표도 제공하고 있다. IMF는 앞으로 분기별로 이 코너의 자료를 업데이트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제공된 자료 가운데 흥미로운 그림 3장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홈페이지는 여기를 클릭)
첫째 그림은 2013년 4/4분기 혹은 획득 가능한 최근 기간을 기준으로 주택가격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을 비교한 것이다. 이 그림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동기와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로 비교 대상국 가운데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홍콩, 뉴질랜드, 중국이 10% 남짓 증가율로 상위권을, 인도,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 하위권을 차지했다.
둘째 그림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2013년 4/4분기 혹은 획득 가능한 최근 기간의 비율을 해당국의 장기평균과 비교한 것이다. 이 자료는 비율의 절대치를 국가별로 비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그림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장기평균보다 가장 낮은 편이며, 그 반대로 벨기에와 캐나다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셋째 그림은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역시 해당국의 장기평균과 비교한 것이다. 이 그림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장기평균을 소폭 웃돌고 있으며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장기평균의 거의 2배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밖에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이렇게 3가지 지표를 놓고 볼 때 한국의 주택가격은 추세상 소폭 저평가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주택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주택가격 붕괴론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한국의 경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경험한 급속한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미래 소득에 대한 높은 기대감 등에 따라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만큼 소득이 늘 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이 정체되고 그에 따라 소득 증가율도 둔화돼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인 절망감을 느낀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함께 한국에서는 오랜 동안 의·식·주 즉 입고 먹고 거주하는 수단을 누구나 완비해야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소득이 어느 수준에 이르고 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소득이 빨리 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모두는 주택을 제외하더라도 이것저것 지출해야 하는 것이 많이 생겨났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을 구매할 여력은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택 구매를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끝으로 언론의 책임도 지적하고 싶다. 서울 강남구나 기타 특정 지역의 특정 사양을 가진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 등 나름대로의 특수한 사정에 따른 국지적 현상일 뿐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주택을 보유하고 싶어하는 만큼 서울의 주택가격은 지방보다 더 높게 올랐다. 그런데도 언론 보도 기사를 보면 간혹 이런 상황이나 장기 추세, 그리고 국제적 비교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것도 주택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한 가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한 과거 블로그 글 ▶ (斷想) 한국 집값 싼가 비싼가? 반등하나 폭락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