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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고용 촉진 능사 아니다: 성장 없는 고용 문제점과 시사점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이젠 낯설지 않을 만큼 많이 들어 왔다. 즉 공식 지표로는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데 고용은 만족스럽게 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조업을 위시해 많은 산업에서 생산 공정의 자동화 및 간소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노동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에 따라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는 일자리 나누기나 기업에 대한 고용 촉진 제도를 대대적으로 도입해 고용을 늘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덕분에 경제가 둔화기에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고용은 크게 줄지 않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정책으로 인한 반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즉 고용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유지함에 따라 오히려 생산성은 떨어지고 성장을 떠받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 현상, 즉 '성장없는 고용'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래는 그 요약 부분과 결론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요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가에서 고용은 늘어나는 데 성장의 활력이 충분히 높아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취업자 일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낮아지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NIES 등 아시아 개도국들도 노동생산성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리밸런스로 세계교역이 위축되면서 특화에 따른 이득이 줄어드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개도국에서는 수출둔화로 인해 풍부한 노동이 선진국의 자본 및 기술과 결합하는 효과가 줄었다. 선진국은 제조업의 자국내 생산을 강조하고 있지만 비교우위가 높지 않은 부분이어서 생산성이 향상이 쉽지 않다. 위기 이후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금융기능이 저하되면서 신규 창업과 혁신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 둔화폭이 크다. 첫째, 수출의존도가 높아 세계교역 둔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점을 들 수 있다. 위기 이후 제조업 성장률이 절반으로 낮아지면서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크게 하락했다. 둘째,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떨어지면서 1970년대 이래 지속되었던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조정 현상이 멈추고 있는 점 도 노동투입을 늘 려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 000년대 말 이후 자본집약적 산업의 수익성 및 성장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섬유의복 등 노동집약적 부 문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경공업의 해외생산기지 이전현상도 주춤해지고 있다.

셋째, 고령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늘어나는 점도 생산성 둔화에 크게 기여했다. 노동공급 증가로 실질임금이 둔화되면서 고용부담을 떨어뜨렸다. 특히 늘어난 노동공급이 대부분 서비스 부문에 집중되면서 제조업뿐 아니라 비제조업 부문에서도 노동생산성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노동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 뛰어든 근로자들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한정된 수요를 나누고 있다. 결국 비제조업 부문에서 수요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노동생산성 둔화의 네번째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선진국 부채 조정 및 자본공급 조정이 지속되고 국내 노동공급 증가현상도 이어지면서 성장에 비해 고용상황이 양호한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상이 소득분배 측면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악화추세가 멈춘 바 있다. 그러나 성장둔화가 지속되면 결국 고용상황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의 고용흡수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진한 수요를 많은 사람이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저소득으로의 평준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도 장기침체 초기 취업자 증가가 고통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결국 저성장과 저고용이 장기화된 바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조만간 인력부족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여 양적 측면에서 노동을 많이 사용하는 경제로 이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용의 양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 내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경쟁력 있는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내수시장을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사회인식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결론》

성장과 고용의 괴리 현상 당분간 이어질 전망

세계경제가 다시 위기 이전과 같은 4%대의 성장세를 회복하고 이에 따라 세계교역도 빠르게 호전된다면 글로벌 분업이 재개되면서 노동생산성도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부채와 적자를 줄이려는 선진국들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세계경제가 단기간 내에 위기 이전의 성장세로 회귀하기보다는 상당기간의 조정 과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2000년대 중반과 같은 성장 및 교역증가세로 회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자본공급 조정도 단기간 내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소비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소비가 빠르게 늘지 못하는 상황이며 목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성장효과가 가장 확실한 투자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고령층의 노후대비 부족현상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고 여성층의 사회진출도 계속 늘어나면서 노동공급의 증가추세가 향후 수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고용에 비해 생산증가가 미흡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소득분배에는 긍정적 효과 기대

'고용 없는 성장'과 '성장 없는 고용' 중 무엇이 더 안 좋은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성장세가 미진한 가운데 고용이라도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줄어들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돌아감으로써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줄어들고 소득분배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실제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악화되던 소득분배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다소 완화되었다.

지니계수는 1990년 0.266에서 2009년 0.320까지 빠르게 높아지다가 이후 정체되어 지난해에는 0.307 수준으로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졌던 제조업, 금융업 등의 성장세가 꺾이고 자산가격도 상승세가 멈추면서 고소득층의 소득증가 속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전반적인 취업자수 증가로 무직자가 줄어들고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볼수 있다. 향후에도 성장이 낮아지는 가운데 취업자수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가 이어지면 소득분배 상황은 더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장기 저성장으로의 이행 가능성

그러나 문제는 생산성 향상이 담보되지 않는 고용 증가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부진한 수요를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저하로 인해 추가적인 고용이 어려워질 것이다. 경기부진 가운데서도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비해 고용을 유지했던(labor hoarding) 기업들은 저성장과 저수익이 지속되면서 고용축소에 나설 수도 있다. 자영업의 경우 과도경쟁에 따른 경영부실로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이미 현재 시점에서 기업들의 평균적인 수익성은 크게 낮아져 있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높은 상황이다. 성장 없는 고용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이것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일본 역시 장기침체기간 중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버블붕괴 이후의 급격한 경제침체 속에서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서비스 산업의 꾸준한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경기침체에 따른 고통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저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경제의 고용흡수력이 떨어지고 결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고용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수요위축의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결국 고용충격을 흡수하는 힘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일본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80년대 3.2%에서 1990년대 0.9%로 떨어진 이후 2000년대에도 0%대를 유지한 바 있다. 성장과 고용이 같이 떨어지면서 낮은 노동생산성이 지속되었다.

우리나라의 장기 인력 상황을 보더라도 노동력을 양적 측면에서 많이 사용하는 경제로 이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15~64세 인구 증가율은 2017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고용부족이 우리 경제 성장의 중요한 제약이 되는 시기가 조만간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가 향후 수요가 확대되고 성장을 재개하려고 할 때 노동부족이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내수시장 창출에 과감한 정책 필요

고용이 중요한 정책목표이지만 고용의 양이 늘어나는 데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주력 생산요소가 자본에서 다시 노동으로 회귀하기보다는 지식과 기술이 투영된 노동으로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곧 도래할 고용부족 시대에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기반 산업이 굳건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 등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다양한 부문의 고용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경제 내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경쟁력 있는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생산성 상승 속도가 높은 제조업 부문이 굳건하게 우리 경제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기술발전 속도가 제조업보다 느린 서비스부문에서는 노동투입 단위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시장의 파이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효용을 제공하여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들이 빠르게 늘어나야 하며 기존 업종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노력들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거나 심리를 개선시켜 수요를 늘리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 가계부채 및 재정적자의 확대, 자산가격 거품 발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내수시장을 창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인 만큼 규제완화나 국민인식의 전환 등을 위해 획기적이고 과감한 정책들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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