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시장은 미국발 호재는 무시하고 유럽발 악재에만 귀 기울일까?
*본 칼럼은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시장을 공포에 떨게 하는가?
우선, 15일 월가에 대혼란이 몰아친 이유가 예상을 소폭 하회한 소매판매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9월19일 미국 증시가 고점을 작성한 이후 경제 지표는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그러므로 2011년 이후 최대폭의 증시 추락을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유가 하락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유를 견제하면서 유가는 6월 이후 30% 가깝에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에너지 부문을 제외하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원유 관련주에서 발을 빼고 항공주, 소매주, 자동차 종목으로 이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즉 투자금이 재배치 될 때까지 증시는 유가 하락에 의해 내림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만약 유가 하락이 현재 시장 폭락의 주요 요인이라면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 유럽이다. 유럽 경제가 뚜렷한 약세를 보이는 것에 더불어 아니라 유럽연합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유럽의 경기 부진은 수개월 전부터 눈에 띄는 현상이었다. 우크라이나 위기와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해 독일의 경제에서조차 모멘텀이 깨졌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재계 지도자들은 경제 제재로 인한 독일 경제 둔화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나 중앙은행들이 미국이 지난 5년간 활용했던 부양책과 유사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유럽의 지속적인 경제 부진에도 불구하고 부양책에 대한 믿음 덕에 글로벌 및 미국 증시는 올 여름 연이어 신고점을 작성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유럽의 암울한 경제 성적에도 투자자들은 딱히 불안해하지 않았다. 유럽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도 그리스나 이탈리아,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일어나는 사건보다는 미국의 경제 지표나 연준 정책이 글로벌 증시를 좌우했다.
그러나 지난 몇 주간 유럽발 악재가 갑자기 미국발 호재를 덮고 증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세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내년 봄으로 예상됐던 금리 인상 시기가 9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는데도 말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과거 필자는 미국 경제와 글로벌 증시의 나란한 흐름을 미국의 통화·재정 정책의 전시 효과로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이 2008년 경제 위기를 양적 완화, 초저금리, 전례 없던 수준의 재정 적자 등의 부양책으로 새롭게 대응하면서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책의 성패 결과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생각했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면서 여타 국가들도 1-2년 늦더라도 미국의 선례를 따르는 것이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미국의 성장률이 지독한 한파나 한서 등에 의해 영향을 받자 전 세계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미국이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5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GDP의 10%에 달하는 재정 적자 등을 실시하고서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여타 국가들이 똑같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따라한다 한들 뭘 바랄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미국의 성장률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드러나면서 긍정론이 되돌아왔다. 월가 뿐 아니라 유럽과 신흥시장 투자자들은 통화 및 재정 부양책이 미국 경제에서 통한다면 여타 정부나 중앙은행들도 미국과 유사한 정책을 써서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10월2일 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끝난 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연준을 따라 극적인 통화 정책을 실시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글로벌 증시 하락은 이튿날부터 시작됐다. 이 와중에 유럽의 긴축 정책과 외교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생산을 방해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즉각적인 재정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즉각적인 재정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러 재재로 독일 산업의 발을 묶고 있다.
이제는 유럽이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의 선례를 따르는 것을 거부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더이상 미국 경제를 유럽 경제 회복의 선행 지표로 볼 수 없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 전망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유로존에서의 새로운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대폭 커진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경제가 홀로 승승장구 하더라도 유럽은 영구적인 스테그네이션이나 침체에서 허우적거리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럴 경우 세계 경제나 국제적 기업들의 향후 전망은 유럽이 미국의 방식을 따를 것으로 기대했던 수개월 전에 비해 훨씬 악화될 것이다. 유럽은 정말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
답은 조만간 나올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0월29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예산안 검토를 마칠 예정이고, 10월26일 우크라이나 총선 결과는 자멸적인 대러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11월6일에는 ECB의 정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유럽이 미국의 선례를 무시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밀고 갈 지 여부는 한 달 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판단에 따라 현재의 증시 하락은 매수세를 되찾을 수도, 1987년대 시장 붕괴를 재현할 수도 있다. (아나톨 칼렛스키 칼럼니스트)
우선, 15일 월가에 대혼란이 몰아친 이유가 예상을 소폭 하회한 소매판매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9월19일 미국 증시가 고점을 작성한 이후 경제 지표는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그러므로 2011년 이후 최대폭의 증시 추락을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유가 하락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유를 견제하면서 유가는 6월 이후 30% 가깝에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에너지 부문을 제외하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원유 관련주에서 발을 빼고 항공주, 소매주, 자동차 종목으로 이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즉 투자금이 재배치 될 때까지 증시는 유가 하락에 의해 내림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만약 유가 하락이 현재 시장 폭락의 주요 요인이라면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 유럽이다. 유럽 경제가 뚜렷한 약세를 보이는 것에 더불어 아니라 유럽연합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유럽의 경기 부진은 수개월 전부터 눈에 띄는 현상이었다. 우크라이나 위기와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해 독일의 경제에서조차 모멘텀이 깨졌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재계 지도자들은 경제 제재로 인한 독일 경제 둔화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나 중앙은행들이 미국이 지난 5년간 활용했던 부양책과 유사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유럽의 지속적인 경제 부진에도 불구하고 부양책에 대한 믿음 덕에 글로벌 및 미국 증시는 올 여름 연이어 신고점을 작성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유럽의 암울한 경제 성적에도 투자자들은 딱히 불안해하지 않았다. 유럽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도 그리스나 이탈리아,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일어나는 사건보다는 미국의 경제 지표나 연준 정책이 글로벌 증시를 좌우했다.
그러나 지난 몇 주간 유럽발 악재가 갑자기 미국발 호재를 덮고 증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세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내년 봄으로 예상됐던 금리 인상 시기가 9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는데도 말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과거 필자는 미국 경제와 글로벌 증시의 나란한 흐름을 미국의 통화·재정 정책의 전시 효과로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이 2008년 경제 위기를 양적 완화, 초저금리, 전례 없던 수준의 재정 적자 등의 부양책으로 새롭게 대응하면서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책의 성패 결과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생각했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면서 여타 국가들도 1-2년 늦더라도 미국의 선례를 따르는 것이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미국의 성장률이 지독한 한파나 한서 등에 의해 영향을 받자 전 세계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미국이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5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GDP의 10%에 달하는 재정 적자 등을 실시하고서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여타 국가들이 똑같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따라한다 한들 뭘 바랄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미국의 성장률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드러나면서 긍정론이 되돌아왔다. 월가 뿐 아니라 유럽과 신흥시장 투자자들은 통화 및 재정 부양책이 미국 경제에서 통한다면 여타 정부나 중앙은행들도 미국과 유사한 정책을 써서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10월2일 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끝난 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연준을 따라 극적인 통화 정책을 실시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글로벌 증시 하락은 이튿날부터 시작됐다. 이 와중에 유럽의 긴축 정책과 외교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생산을 방해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즉각적인 재정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즉각적인 재정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러 재재로 독일 산업의 발을 묶고 있다.
이제는 유럽이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의 선례를 따르는 것을 거부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더이상 미국 경제를 유럽 경제 회복의 선행 지표로 볼 수 없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 전망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유로존에서의 새로운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대폭 커진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경제가 홀로 승승장구 하더라도 유럽은 영구적인 스테그네이션이나 침체에서 허우적거리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럴 경우 세계 경제나 국제적 기업들의 향후 전망은 유럽이 미국의 방식을 따를 것으로 기대했던 수개월 전에 비해 훨씬 악화될 것이다. 유럽은 정말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
답은 조만간 나올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0월29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예산안 검토를 마칠 예정이고, 10월26일 우크라이나 총선 결과는 자멸적인 대러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11월6일에는 ECB의 정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유럽이 미국의 선례를 무시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밀고 갈 지 여부는 한 달 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판단에 따라 현재의 증시 하락은 매수세를 되찾을 수도, 1987년대 시장 붕괴를 재현할 수도 있다. (아나톨 칼렛스키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