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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연말정산 혼란, "정치적 자살골" 될 것인가?

(※ 아래 글은 전부 사견임)


인류 역사는 물론이고 한 나라의 역사를 돌아 보면 중요한 많은 변화가 어처구니 없는 계기로 벌어지거나 정책을 시행한 집권자 혹은 집권 세력이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런 일을 가리켜 최근 한 야당 인사는 "정치적 자살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국가 장래를 위해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어서 시행했지만 당해 집권 세력이나 집권자 본인에게는 결정적인 피해를 남기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자살골 혹은 자책골은 보통 수비수가 열심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처구니 없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또 때에 따라서는 중요한 경기의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너무나 중요한 경기에서 자살골로 패하고 난 뒤 선수가 살해되는 일도 있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수비수의 역할에 충실하다가 저지른 일인데 목숨을 잃는 결과가 된 것이다.

정치적 자살골의 비근한 예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실시를 들 수 있다. 금융실명제는 당초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2년 발표했는데 시행 시기를 1년 뒤로 잡았다가 시행 이전에 무산된 바 있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1993년 8월 김 전 대통령은 예고 없이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를 발표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이 제도는 지하사금융 양성화와 금융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정치권에서 떳떳하지 못한 돈의 위력이 급속히 약화돼 한국 정치의 투명성이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 이후 김 전 대통령 아들의 비리가 적발되고 다른 비리 사건도 다수 적발되는 바람에 김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 집권 세력은 도덕성에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정치적 자살골의 또 다른 사례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전면 무상급식 반대 천명을 들 수 있다. 2011년 소외계층만을 위한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던 오 시장은 시장직을 걸고 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했다. 그러나 주민투표에서 최종투표율이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해 투표함이 폐기됐으며 오 시장은 약속대로 시장직을 사퇴했다.

(출처: 연합뉴스)

오 전 시장의 사례는 앞의 금융실명제 실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사례는 이후 한국 정치권 및 유권자들 사이에 복지 정책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오 전 시장으로 인해 전면 부상급식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한편,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2014년 연말정산이 언론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이번 사안은 크게 보아 그동안 전국민이 익숙하게 적응해 온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뀐 점, 공제 항목의 단순화, 간이세액표가 개정된 점 등이 널리 홍보되지 못한 가운데 공제 항목 단순화로 인해 실제 계산해 보니 예기치 않은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것 등으로 인해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출처: 노컷뉴스)

정부측 발표 자료에 출실하자면 원론적으로 보아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한 것은 옳은 일이다. 소득공제는 소득액에서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동일한 금액을 공제해 준 뒤 과세하는 것인 만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고소득자가 더 많은 혜택을 입게 된다. 반면 세액공제는 공제받을 세금 액수를 정해놓았기 때문에 소득수준과 관계 없다.

즉 이전에는 고소득자가 더 많은 공제를 받았다면 세액공제 방식 아래에서는 이런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니 제도의 취지 면에서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이는 실질적으로 부자증세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간이세액표 개정 결과 고소득자가 아닌 사람 가운데 세부담이 늘어난 경우가 발생해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결국 정부는 부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더 지운다는 취지로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 얼핏 보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일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논란이 일게 됨에 따라 모든 정책이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 결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이해하는 것이 맞다면 이런 점에서 이번 연말정산 건은 다분히 정치적 자살골 범주에 넣어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축구에서처럼 수비수가 평소 연습한 대로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다가 자살골을 넣게 된 것인지 아니면 임무를 태만히 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자살골을 넣게 된 것인지는 시일이 지나고 진실이 드러나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부 언론이지만 이런 차이점을 제대로 구분해 설명하지 않고 "성난 민심"이라든지 "세금폭탄"이니 하는 자극적 표현을 써가면서 보도하는 자세는 아쉬운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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