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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QE 만능 시대, 그 효과는 여전히 불확실 - 스티븐 로치
Stephen S. Roach
Stephen S. Roach, former Chairman of Morgan Stanley Asia and the firm's chief economist, is a senior fellow at Yale University’s Jackson Institute of Global Affairs and a senior lecturer at Yale’s School of Management. He is the author of the new book Unbalanced: The Codependency of America and China.
예상대로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역사상 최대 실험에 나서고 있는 중앙은행 대열에 마침내 합류했다. 어느덧 ECB의 정책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먼저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제로 바운드"까지 내린다. 그래도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전통적인 정책 수단이 바닥난 중앙은행은 양적완화(QE)라는 비전통적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
논리는 간단하다. 돈을 빌리는 값을 더 이상 낮출 수 없게 된 중앙은행이 돈의 양을 늘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격 조정에서 양적 조정으로 전환한 것만 다를 뿐 통화 완화 정책이라는 점은 같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명목금리가 제로 바운드에 도달했더라도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은 계속 남아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양적완화 정책은 의도한 효과를 달성하고 있는 것일까? 경제 성장과 물가 모두에 하향 위험이 막대한 상황에 처한 ECB와 일본은행(BOJ)의 경우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에도 QE의 궁극적 효과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황이어서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쉽지 않다.
QE의 효과를 좌우하는 요소로는 3가지 T를 꼽을 수 있다: 파급(transmission,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 견인력(traction, 경제가 통화정책에 반응하는 강도), 그리고 지속적 일관성(time consistency, 완전고용이나 가격안정 같은 특정 정책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당국의 약속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는 것)이 그것이다. 금융시장은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자축 모드에 젖어 있지만 위의 3T 이론을 적용해 볼 때 ECB의 결정에 대한 판단은 유보할 수 밖에 없다.
먼저 파급 경로를 보자. 연준은 소위 자산효과에 집중했다. 2008년 말 이후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는 모두 3조6천억달러 팽창했으며 그 결과 자산 시장은 상승했다. 하지만 QE 실시 기간 중 명목GDP 증가는 2조5천억달러에 그쳤다. 여기에는 증권투자에서 이득이 생기면 소득이 증가한 소비자들이 지출을 급격히 늘릴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BOJ가 소위 양적ㆍ질적 완화정책(QQE)를 시행하면서 동원한 논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ECB의 경우 이런 자산효과를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 우선 유럽의 경우 개인의 주식 투자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저조하다. 또 유럽의 경우 통화정책 효과는 주로 외환시장과 시중은행을 통해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QE와 관련해 가장 복잡한 문제는 견인력, 즉 실물경제의 반응 강도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가장 부진했던 것은 소비였다. 부동산 및 신용 버블이 꺼지면서 미국 가계는 상당수가 이른바 대차대조표 침체에 빠졌는데, 이렇게 부채가 과도하고 저축은 부족한 상황에서 자산효과 증진을 통한 경제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로 2008년 이후 미국의 실질 소비증가율은 연율 평균 1.3%에 그쳤다(실질 경제성장률은 2.3% 수준). 이것만 보아도 자산효과를 통한 경제 회생이라는 QE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본의 대대적 QQE 또한 비슷한 견인력 문제에 직면해 있다. BOJ는 대차대조표 규모를 연준의 2배에 해당하는 GDP 대비 60%까지 확대했지만 디플레이션이 끝나간다는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BOJ는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1.7%에서 1%로 다시 낮출 수 밖에 없었다.
지속적 일관성 문제도 제기된다. 연준은 오랜 동안 몇몇 경제지표를 묶어 통화정책 정상화 조건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후 연준은 애매한 용어를 써가면서 금융시장에 정책에 대한 견해를 전파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상당 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던 과거 표현을 금리 인상 시기 결정에 있어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바꿨다.
사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스위스국립은행(SNB)의 결정에서 드러났다. 2011년 자국 프랑화 가치의 과도한 절상을 막기 위해 유로와 페그를 선언한 이후 SNB는 막대한 양의 자국 통화를 시중에 공급하는 정책을 펴 왔으나 최근 이러한 QE 정책에 치명적인 비수를 꼽았다. 페그를 유지하겠다고 재천명한 지 1개월 만에 페그를 중단하는 아무도 예상치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야말로 지속적 일관성이라는 신뢰도의 필수 요소에 난도질을 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SNB의 자산 규모는 스위스 GDP의 90%에 육박하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무제한 QE의 한계와 효과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에 덧붙여 이번 조치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한 약속에 대한 신뢰성에도 총체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QE가 만연한 가운데 통화정책은 규율과 일관성에 관한 한 그 흔적까지 잃어버렸다. 드라기 총재가 2년 반 전에 내세운 약속을 드디어 실천함에 따라 그 약속이 지닌 한계 또한 명확해질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올 것이다. 벼랑에 선 레밍(나그네쥐, 먹이를 찾아 집단으로 이동해 다니다가 많은 수가 한꺼번에 죽기도 함)떼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이 처한 위험을 부인하느라 푹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 기고문 영문 전문
☞ The Lemmings of 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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