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2

(스크랩) 디플레이션 공포, 얼마나 근거 있나?

(※ 페이스북에 공개된 좋은 글을 공유함. 페이스북 글 원문은 여기를 클릭.)

디플레이션의 공포?

디플레이션에 대해 과장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마치 디플레이션이 오면 당장이라도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와 같아질 것 같이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정말로 그렇게 클까요?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디플레이션과 성장률과의 상관관계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즉 디플레이션이 커져도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증거는 거의 없는 셈입니다. 이에 대한 거의 유일한 예외적 사건이 대공황입니다. 그 때는 확실히 많은 국가들이 디플레이션과 함께 낮은 경제성장률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디플레이션이 경제성장률에 미친 부정적 효과가 (대공황 때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는데요, 며칠 전 나온 BIS의 보고서는 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사실 제가 생각해도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좀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디플레이션의 부정적인 효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빙 피셔가 주창한 "부채디플레이션"입니다. 즉 디플레이션이 생기면 명목부채의 부담이 커지고 심한 경우 채무자의 파산을 가져옴으로써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특히 대공황 때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우리 경제도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높은 상황이라서 디플레이션이 생기면 상당히 문제가 있지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BIS 보고서는 이러한 생각도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즉 부채규모가 높은 경제에서도 디플레이션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공황 때 디플레이션과 함께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디플레이션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산가격의 폭락 그 자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은 사실 자산가격 폭락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지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도 1990년대 자산가격의 폭락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졌지만 실제로 디플레이션이 심각했던 기간은 그 후인 2000년대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이션 기간 동안은 1990년대보다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선전했다고 합니다.

결국 자산가격의 폭락을 동반하지 않는 디플레이션을 두려할 이유는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 BIS 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클릭 ☞ The costs of deflations: a historical perspective

한편 위 페이스북 글에 댓글로 달린 견해도 함께 소해한다:

BIS 리포트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드리는 말씀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역사적인 경험에 대한 통계분석을 통해 디플레이션이 나쁘다(경제성장에 해롭다)고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자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디플레와 성장률의 상관관계가 0에 가깝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라고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도 같은 취지로 이해합니다.)
이번 BIS 리포트는 19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를 분석대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디플레 사례들이 대공황 이전이고, 2차대전 이후의 디플레는 빈도도 적고, 정도도 약하고, 시기도 짧은 걸로 압니다.(일본 말고 유의미한 대상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래서 디플레와 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장들은 사실상 19세기 후반부터 대공황 까지의 시기를 주된 대상으로 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 당시가 통화제도(금본위제), 명목임금의 경직성, 부채수준 등에서 지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좋은 디플레”에 대한 주장도 그때부터 나왔던 걸로 압니다. 2003년엔가 글로벌 디플레 우려가 유행하던 시절에도 bis 는 연차보고서를 통해 디플레의 위험을 다루었는데 지금하곤 논조가 좀 달랐죠. 일단 19세기에는 디플레가 매우 빈번한 현상이었는데 그 이유는 금본위제 때문이었다. 디플레가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여러가지 주변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때는 디플레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만한 여건이었고, ZLB 같은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를 수 있다.. 등등의 얘기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경제학에서의 많은 논쟁들이 그러하듯이, 이번 bis 보고서도 모두가 흔쾌하게 동의할 만큼 명쾌한 결론을 제시하는 건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공부가 부족한 저는 그 주장의 정책적 함의와 관련하여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데, 며칠전 WSJ에서 BIS의 이번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덧붙인 코멘트가 기억납니다. 결국 BIS는 친숙한 그들의 주장을 또한번 반복하는 것이라고. 디플레에 사전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취하는 것은 자산버블과 붕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주장을 다시한번 반복한 셈이라는 평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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