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에 공개된 좋은 글을 공유함. 페이스북 글 원문은 여기를 클릭.)
디플레이션의 공포?
디플레이션에 대해 과장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마치 디플레이션이 오면 당장이라도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와 같아질 것 같이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정말로 그렇게 클까요?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디플레이션과 성장률과의 상관관계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즉 디플레이션이 커져도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증거는 거의 없는 셈입니다. 이에 대한 거의 유일한 예외적 사건이 대공황입니다. 그 때는 확실히 많은 국가들이 디플레이션과 함께 낮은 경제성장률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디플레이션이 경제성장률에 미친 부정적 효과가 (대공황 때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는데요, 며칠 전 나온 BIS의 보고서는 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사실 제가 생각해도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좀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디플레이션의 부정적인 효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빙 피셔가 주창한 "부채디플레이션"입니다. 즉 디플레이션이 생기면 명목부채의 부담이 커지고 심한 경우 채무자의 파산을 가져옴으로써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특히 대공황 때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우리 경제도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높은 상황이라서 디플레이션이 생기면 상당히 문제가 있지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BIS 보고서는 이러한 생각도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즉 부채규모가 높은 경제에서도 디플레이션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공황 때 디플레이션과 함께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디플레이션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산가격의 폭락 그 자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은 사실 자산가격 폭락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지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도 1990년대 자산가격의 폭락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졌지만 실제로 디플레이션이 심각했던 기간은 그 후인 2000년대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이션 기간 동안은 1990년대보다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선전했다고 합니다.
결국 자산가격의 폭락을 동반하지 않는 디플레이션을 두려할 이유는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 BIS 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클릭 ☞ The costs of deflations: a historical perspective
한편 위 페이스북 글에 댓글로 달린 견해도 함께 소해한다:
BIS 리포트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드리는 말씀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역사적인 경험에 대한 통계분석을 통해 디플레이션이 나쁘다(경제성장에 해롭다)고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자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디플레와 성장률의 상관관계가 0에 가깝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라고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도 같은 취지로 이해합니다.)
이번 BIS 리포트는 19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를 분석대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디플레 사례들이 대공황 이전이고, 2차대전 이후의 디플레는 빈도도 적고, 정도도 약하고, 시기도 짧은 걸로 압니다.(일본 말고 유의미한 대상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래서 디플레와 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장들은 사실상 19세기 후반부터 대공황 까지의 시기를 주된 대상으로 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 당시가 통화제도(금본위제), 명목임금의 경직성, 부채수준 등에서 지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좋은 디플레”에 대한 주장도 그때부터 나왔던 걸로 압니다. 2003년엔가 글로벌 디플레 우려가 유행하던 시절에도 bis 는 연차보고서를 통해 디플레의 위험을 다루었는데 지금하곤 논조가 좀 달랐죠. 일단 19세기에는 디플레가 매우 빈번한 현상이었는데 그 이유는 금본위제 때문이었다. 디플레가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여러가지 주변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때는 디플레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만한 여건이었고, ZLB 같은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를 수 있다.. 등등의 얘기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경제학에서의 많은 논쟁들이 그러하듯이, 이번 bis 보고서도 모두가 흔쾌하게 동의할 만큼 명쾌한 결론을 제시하는 건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공부가 부족한 저는 그 주장의 정책적 함의와 관련하여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데, 며칠전 WSJ에서 BIS의 이번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덧붙인 코멘트가 기억납니다. 결국 BIS는 친숙한 그들의 주장을 또한번 반복하는 것이라고. 디플레에 사전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취하는 것은 자산버블과 붕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주장을 다시한번 반복한 셈이라는 평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블로그 검색◀
▶최근 30일간 인기 글◀
-
현재 모든 경제 논의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을 위시한 최근의 기술 혁신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혁신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과거에 보지 못한 대대적인 공급과잉을 맞을 것이며 수요가 빨리 창출되지 못하는 가운데...
-
파이낸셜타임스의 오피니언 페이지에 8월24일 게재된 "Beware populist economics"라는 글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포퓰리즘은 보통 대중연합주의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그 정의는 듣기로는 그럴듯하지만 얼른 이해되지 ...
-
미국 백악관 디지털자산실무그룹(데이비드 삭스 의장 포함 13인으로 구성)은 지난 7월30일 향후 추진 방향 및 구체적 권고사항을 다룬 ‘디지털 금융기술 분야의 미국 리더십 강화(Strengthening American Leadership in Digi...
-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 발전과 생성형 AI 등장으로 인해 방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해지며,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이 국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도 IT 데이터센터라는 시설은 있었으나, AI용 데이터센터는 "대규...
-
통계는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관한 진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관한 논의를 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만큼 정확하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통계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 통계도 정확성은 ...
-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내 소득은 빨리 늘지 않는데 부자들 소득은 놀랄 만한 속도로 늘고 있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국민소득 늘면 뭐하나, 가계소득은 쪼그라들고 있는데." 이런 말을 자주 듣고 기사도 많이 쏟아지고 있...
-
한국 경제를 언급할 때 많은 사람들이 "소규모 개방 경제(small open economy)"라는 표현을 마치 멋진 용어인 것처럼 사용한다. 이 표현은 경제의 개방도는 높은 반면 경제 규모는 국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정도가 되지...
-
(※ 제목 그대로 생각 나는 대로 간단히 쓴 글이며 모두 사견임) 많은 한국 직장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단어는 야근과 회식이다. 회식도 자발적으로 조직된 경우를 제외하면 직장인 입장에서는 업무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결국...
-
(※ 국립외교원에서 세미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 발간한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를 공유한다. 공유한 글 말미에 지적했듯, 아직 이들 협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RCEP와 CPTPP의 주요 특징》 RCEP과 CPTPP는 아시아 지역경제통...
-
Why Nations Fail (Paperback) 작가 대런 애쓰모글루 출판 RandomHouseInc 발매 2013.03.12. 평점 리뷰보기 북미 지역에 있는 노갈레스라는 지역과 한반도는 모두...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KoreaViews
fb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AI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국제금융센터
아베노믹스
인공지능
가계부채
가상화폐
한국은행
블록체인
환율
원자재
외교
암호화페
중국
미국
북한
반도체
외환
인구
한은
생성형AI
자본시장연구원
증시
논평
에너지
정치
하이투자증권
금리
코로나
연준
산업연구원
주가
트럼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일본
한국금융연구원
채권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은행
BOJ
국회입법조사처
미중관계
자동차
칼럼
AI반도체
ICO
KIET
인플레이션
BIS
IBK투자증권
IITP
KIEP
NIA
로봇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전기차
지정학
TheKoreaHerald
로봇산업
무역
분쟁
브렉시트
스테이블코인
현대경제연구원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NBER
OECD
공급망
관세전쟁
대신증권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신용등급
원유
원자력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중앙은행
ECB
EU
FT
IBK기업은행
IEA
KDB미래전략연구소
LG경영연구원
PF
PIIE
iM증권
경제학
고용
관광
광물
국제금융
규제
금
금융
기후변화
달러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흥국
씨티그룹
아르헨티나
에이전트AI
엔
연금
외환시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통계
패권경쟁
피치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휴머노이드
AGI
BOK
Bernanke
Bruegel
CBDC
CEPR
CES2025
DRAM
DeepSeek
ESG
HBM
IPEF
IRA
ITIF
KDI
KISTEP
KOTRA
MBC라디오
NARS
NIPA
NIST
NYSBA
ODA
RSU
SMR
SNS
SPRi
WEF
Z세대
stablecoin
가상자산
거시경제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과학기술
관세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제질서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기준금리
나라경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데이터센터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자산
디지털트윈
디플레이션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매킨지
머스크
멕시코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보스톤연은
복수상장
부실기업
브뤼겔연구소
블룸버그
사법부
사회
산업용로봇
삼프로TV
석유화학
세계경제포럼
세종연구소
소고
소비
소통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수출입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양자기술
양자정보과학기술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팅
에그플레이션
에이전트형AI
엣지컴퓨팅
예금보험공사
오피니언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의회정보실
이란
이스라엘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자율주행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파이낸셜타임스
팬데믹
포퓰리스트
포퓰리즘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지컬AI
하나금융연구소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