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나라경제 2015년 3월호』에 실린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의 글을 소개한다. 부동산 뿐 아니라 경제 및 금융시장은 인구 요인이나 기타 요인에 의해 항상 변화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언제나 폭발적 성장이나 붕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부동산 시장 붕괴 등을 경고하는 글을 볼 때마다 그 의도에도 불구하고 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부동산 시장은 분명 변화가 예상된다. 그 변화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어서 소개한다. 글의 원래 제목은 『인구증가율 둔화, 주택부족 해소로 수요자 중심의 정책 변화 필요성 대두』라고 되어 있으며 "나라경제" 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주택시장의 구조변화는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와 국민들 사이에서도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다. 그 배경에는 인구 및 가구 구조변화, 저성장시대 진입, 절대적인 주택부족 문제 해소 등 일련의 주택시장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변화와 관련이 깊다.
인구·가구 증가율은 점차 둔화되고 있으며 과거 고도 성장기를 지나 향후 잠재성장률은 3%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2015년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5〜3.9% 내외로 전망하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 내적으로는 2008년을 기점으로 신주택보급률[주택 수/가구 수(가구 수에 1인 가구를 포함시키고 다가구 주택을 한 주택으로 보지 않고 개별 가구로 산정)]이 100%를 상회하면서 주택의 절대적인 부족 문제가 해소됐으나 과거 대량으로 공급됐던 주택들은 노후화되고 있다. 한편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으로 대표되는 구조변화를 겪고 있다. 주택시장이 이러한 내외부 환경변화를 겪으면서 기존 주택정책에 대한 전제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임대차시장,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 진행 중
인구·가구 증가율 둔화, 주택의 절대적 부족 문제 해소에 따라 신규주택 수요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제2차 장기(2013〜2022년) 주택종합계획에서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39만호, 총 390만호의 주택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과거 연간 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주택재고의 확충으로 주택부족이 해소됐고, 주택 수급불일치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바 적정 수요에 맞는 주택공급 계획 수립과 지역별 여건을 감안한 미시적인 수급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기존 주택의 경우 개보수 등 관리가 필요한 노후주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경과연수 16〜30년 주택은 2005년 245만호에서 2010년 498만호로 늘어나 같은 기간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6%에서 35.8%로 증가했다. 연도별 주택재고 수준을 감안할 때 관리가 필요한 주택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해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을 포함한 재고주택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금융이 거시경제 및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에 따라 주택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건전하게 육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주택금융시장 스트레스테스트 분석에 따르면 주택가격·GDP·금리·물가가 주요한 주택금융시장 스트레스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 기반 마련과 관련 경제변수의 관리 및 모니터링, 주택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택금융시장의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는 거시적·미시적 건전성 유지, 주택금융시장의 포용성 확대 그리고 최근 논의가 활발한 주택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자가ㆍ전세 중심에서 월세 포함한 중립적 정책 요구돼
전세의 월세전환 증가로 대표되는 임대차시장의 변화도 주택시장과 주택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임차인의 전세 선호는 지속된 반면 임대인은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임대차시장의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것이다. 중개업자 대상 국토연구원 자체 설문조사 결과 전세가격 상승 원인은 전세 매물 감소에 있다는 응답이 75.7%로 우세하며, 향후 월세전환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4.8%가 계속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임대차시장의 구조변화는 서민 임차가구의 주거안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 사안이다.
이에 따라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임대차시장 변화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변화가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을 분석해 이에 맞는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대차시장의 구조변화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계층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정책대상을 설정하고, 임대차시장의 속성, 즉 임대차유형·소득계층·생애주기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컨대 주택시장에서 일련의 변화는 주택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주택부족이 문제가 됐던 시대는 이른바 지으면 팔리는 시대로 주택시장이 공급자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주택시장 과열기, 주택재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대에 도입된 각종 정책을 환경변화에 맞게 수정·보완하고,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자가와 전세 중심의 정책에 월세를 포함한 중립적 정책으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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