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에모트 전 이코노미스트誌 편집장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기고문 영어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Bill Emmott, a former editor-in-chief of The Economist, is executive producer of a new documentary, “The Great European Disaster Movie.”
▶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던 신흥국들이 주춤거리고 있다. 그 이유로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의 셰일 원유, 미국 금리 정책 전망, 엘니뇨, 중국 등 끝없이 많은 핑계가 거론된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파고 들면 원인은 하나로 모아진다: 바로 정치 실패다.
▶ 브라질을 보자. 브라질 경제는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2년 넘게 제자리 걸음 뒤 이제 후퇴하고 있다. 원자재 수출가격 하락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주범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도 성장은 하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 중국은 문제가 더 복잡하다. 중국의 둔화는 다른 신흥국들의 성장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다. 중국에서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수많은 민간 전문가들이 공식 GDP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며 자체적인 추산을 하기도 한다. 정부는 성장률을 맞춘 듯 7%라고 발표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사실 성장률이 4% 내지 6%에 불과하다고 추산하기도 한다.
▶ 최근 몇년간 세계경제가 다소 어려워지더라도 변하지 않는 믿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신흥국 경제의 미래는 그래도 아직 밝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져도 신흥국들은 결국 선진국보다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서서히 선진국들로부터 기술도 습득하고 생산성도 개선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 하지만 아시아, 중ㆍ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 퍼져 있는 신흥국들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고 묘사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점은 신흥국 성장이 당연한 것이라면 오랜 과거부터 신흥국 부상은 계속 이어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이는 곧 신흥국이 성장을 지속하느냐 못하느냐의 여부는 정치와 정책 능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정치제도에 문제가 있어도 일시적으로는 원자재 붐과 같은 환경이 조성되면 성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지고 변혁이 필요해지면 비로소 정치와 정책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 브라질이 4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본적인 요인도 바로 이런 정치 역량 부족에 있다. 브라질이 경기침체 예방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동시에 달성하지 못한 데에는 바로 정치 실패가 원인이 된 것이다. 정부는 방만한 공공부문을 개혁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었고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가운데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정부주도 자본주의 방식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치권이 서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사회조직들과 정치세력들 사이에 조정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이익이 우선시되는 상황을 만드는 일이다.
▶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국가적 자원의 비생산적 이용을 지양하고 보다 생산성 높은 이용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을 허용하지 않는 경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법의 지배와 표현의 자유를 원칙으로 하는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미성숙 민주주의 국가들이 드러내는 취약성이 바로 이런 것이다.
▶ 형식적으로 민주화된 이런 국가들과 싱가포르를 비교해 보자. 싱가포르는 올해 건국 50주년을 맞고 있으며 비록 불완전한 "관리형 민주주의" 체제를 택하고 있지만 브라질 같은 나라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근원인 이익집단 고착화 및 부패 현상은 극복해 냈다.
▶ 브라질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다면 그것은 중국의 사례다. 중국도 역시 공산당이 국영기업의 독점권을 개혁하지 못했으며 보다 많은 영역을 민간에 개방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실이 현재 겪고 있는 경기 둔화의 큰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에 어떤 제도가 최상이냐의 여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유연성과 적응력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면 신흥국은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 국가가 유연성과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 국가가 이익집단에 굴복하지 않고 사회갈등을 중재하며 법의 지배를 유지할 제도와 의지가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문제는 바로 정치인 것이다.
※ 기고문 원문 ☞ The Great Emerging-Market Bubble
▶블로그 검색◀
▶최근 30일간 인기 글◀
-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 발전과 생성형 AI 등장으로 인해 방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해지며,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이 국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도 IT 데이터센터라는 시설은 있었으나, AI용 데이터센터는 "대규...
-
인공지능(AI)에 관한 기사를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읽어도 이상하지 않게 쓰기 위해 책과 문서 등을 열심히 읽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AI 관련 책은 주로 그 뛰어난 능력과 그로 인해 인류가 누릴 혜택,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정...
-
좀비기업은 스스로 생존할 능력이 없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 좀비기업을 판별하고 제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다. 물론 퇴출되는 기업의 창업주나 최고경영진 뿐 아니라 투자자와...
-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에 관한 애정하는 iM증권 이상수 연구원의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관세를 넘어 새로운 OEM으로 (외형 확대와 미래 전략의 조화)』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 주요 내용을 소...
-
중국은 2023년 기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신규 설치 대수와 누적 가동 대수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로봇밀도 역시 급격히 증가하여 세계 3위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중국 로봇 시장의 급격한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방위적인 정...
-
2025년 6월, 일본은행 금융연구소는 금융회사의 인공지능(AI) 활용과 관련된 법적 리스크 및 AI 거버넌스 체계 구축의 기본 방향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금융기관이 AI를 개발하거나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과 ...
-
(※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공유) ■ 공공기관 이전 개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사업은 지방에 혁신도시를 조성하여 수도권에 소재하는 공공기관을 집중적으로 일시에 이전함으로써...
-
(※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 가운데 주요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보고서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모든 전망 보고서의 경우 줄곧 강조하는 것은 숫자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숫자에 이르는 과정이다. 경제성장을...
-
(※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 주요 내용) 1. 바이오의약품 산업 전망 ■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이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진단키트와 K방역 수준이 높게 평가되면서, 향후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
거시경제와 경제정책,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30여 년간 기사를 써 왔지만, 작년부터는 새 회사에서 한국의 인공지능(AI) 정책을 깊이 있게 취재해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보도하는 일을 맡게 됐다. 닥치는 대로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아는 만큼 쓰자는 마...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KoreaViews
fb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AI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국제금융센터
인공지능
아베노믹스
한국은행
가계부채
가상화폐
블록체인
환율
원자재
외교
암호화페
중국
미국
북한
반도체
외환
한은
인구
생성형AI
자본시장연구원
증시
논평
에너지
정치
하이투자증권
금리
코로나
연준
산업연구원
주가
트럼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일본
한국금융연구원
일본은행
채권
한국
BOJ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회입법조사처
미중관계
자동차
칼럼
AI반도체
ICO
KIET
인플레이션
BIS
IBK투자증권
IITP
KIEP
NIA
로봇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전기차
지정학
TheKoreaHerald
로봇산업
무역
분쟁
브렉시트
스테이블코인
현대경제연구원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NBER
OECD
iM증권
공급망
관세전쟁
대신증권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신용등급
원유
원자력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중앙은행
휴머노이드
ECB
EU
FT
IBK기업은행
IEA
KDB미래전략연구소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고용
관광
광물
국제금융
규제
금
금융
기후변화
달러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흥국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르헨티나
에이전트AI
엔
연금
외환시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통계
패권경쟁
피치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GI
ASI
BOK
Bernanke
Bruegel
CBDC
CEPR
CES2025
DRAM
DeepSeek
ESG
GENESIS
HBM
IPEF
IRA
ITIF
KDI
KIF
KISTEP
KOTRA
MBC라디오
NARS
NIPA
NIST
NYSBA
ODA
RSU
SMR
SNS
SPRi
WEF
Z세대
stablecoin
日銀
가상자산
거시경제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과학기술
관세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제질서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금융연구원
기준금리
나라경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데이터센터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자산
디지털트윈
디플레이션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리콴유
말레이시아
매킨지
머스크
멕시코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보스톤연은
복수상장
부실기업
브뤼겔연구소
블룸버그
사법부
사회
산업용로봇
삼프로TV
석유화학
세계경제포럼
세종연구소
소고
소비
소통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수출입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양자기술
양자정보과학기술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팅
에그플레이션
에이전트형AI
엣지컴퓨팅
예금보험공사
오피니언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의회정보실
이란
이스라엘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자율주행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좀비기업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초인공지능
초지능AI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키신저
테슬라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파이낸셜타임스
팬데믹
포퓰리스트
포퓰리즘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지컬AI
하나금융연구소
하나증권
하마스
하정우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
홍콩
횡재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