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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용) 미국 금리 인상 불발 어떻게 봐야 하나

(※ 오늘 예고 없이 갑가지 전화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의 금리 동결에 대해 했던 얘기를 보관용으로 정리해 보았다. 두서 없이, 일반인 시각에서 설명하려는 의도로 작성한 것이다.)

▶ 금리동결에 대한 각국과 외신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잘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하는 논평은 없다. 통화정책은 무역정책이나 외교정책과 달리 순수하게 해당국 고유의 정책인 만큼 만에 하나 아쉽거나 환영할 만한 부분이 있어도 대놓고 그렇게 말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 더더욱 직접 논평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일단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번에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음으로써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계속 된다는 정도의 논평은 하고 있다. 외신들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일단 중국이나 신흥국 경제 둔화, 그리고 미국 내 인플레이션 부진과 성장세 약화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가 있고, 그 다음 연준과 시장과의 의사소통 문제와 연준의 신뢰 문제 등을 지적하는 분석 기사들이 있다.

▶ 회의 결과 9:1로 금리가 동결됐다고 하는데, 상당히 동결 쪽이 우세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인상과 동결 양쪽으로 전망이 그런대로 비슷하게 나뉘었었는데 표결 결과는 의외로 압도적으로 나왔다. 미국 연준의 경우 각종 세미나나 강연 등을 통해 표결위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횟수가 많은 편이고 또 최근 잭슨홀 미팅 등을 통해 외부와 의견교환도 많이 한 편이다. 그런 저런 경로를 통해 표출되는 견해와 함께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시장에서는 이미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차 낮춰온 만큼 시장과의 교감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1명이 인상을 주장한 것과 함께 쟤닛 옐런 의장도 언제라도 인상할 수 있다는 논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일단 시기의 문제는 남았지만 방향은 인상 쪽이 유효한 상황이다.

▶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를 평가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하는데. 대체 뭘 더 봐야  한다는 건지?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최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상황이 미국의 경제활동을 부분적으로 제약하고, 단기적으로는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미국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철저히 자국 위주로 고려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앞에 소개한 문구도 가만히 보면 결론은 미국 경제활동 과 미국 인플레이션이 확실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 상황만 주로 고려하는 이유는 달러가 세계 보유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독보적인 기축통화여서 환율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미국 경제의 규모와 효율성을 볼 때 다른 나라 상황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 및 신흥국 경기가 미국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서다. 첫째는 많은 신흥국 경제가 취약하면 그 나라 통화가 약세로 가는 만큼 미국 달러가 강세로 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입물가가 억제되면서 인플레이션도 올라가지 못한다. 둘째는 중국처럼 큰 원자재 수입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원자재 국제가격이 하락하면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도 억제되는 현상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미국내 소비 자체가 부진해서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크게 보아 국제 요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면서 옐런 의장은 10월에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는데. 한달만에 경제지표가 바뀌겠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 달(6주)만에 경제지표가 바뀔 가능성이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다. 물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중앙은행 수장 입장에서 당초 거론되던 9월 금리인상을 미루는 상황인 만큼 "언제라도" 올릴 수 있다고 표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철저하게 경제지표에 의존한 정책 결정을 하겠다고 해온 만큼 10월 회의때가 되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르면 될 것이니 지금부터 10월을 배제하고 갈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 이렇게 연준에서는 연내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분위기지만요.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 않나?

이번 회의 직후 로이터통신이 17개 미국내 프라이머리딜러 은행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2곳은 12월 인상을 전망했다. 나머지 가운데 2곳은 10월 인상을 예상했고 3곳은 내년 3월 인상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오늘 현재 전망이니까 아직은 예단하기 이르다고 해야겠다. 12월까지 무슨 일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 이쯤되면 실제 금리인상보다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 아닌가?

그것이 사실 중요한 문제다. 금융시장에서는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더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시기의 문제고 방향이나 내용은 다 알려진 것이니까 그리 큰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실례로 오늘 한국 코스피는 0.98% 즉 1% 상승했고 원화 가치는 0.3% 절상됐다.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3일째 순매수했고 일본제외MSCI아시아태평양주가지수는 1% 상승했다. 쉽게 말하자면 지난 여름에 말했던 인상 조건과 이번에 내세운 인상하지 못하는 조건을 살펴보면 비교적 향후 움직임은 간단해지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몇월이냐고 물으면 두고봐야 안다고 답할 수 밖에 없지만 향후 경제지표를 보면서 점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아주 불확실하다고 할 수만도 없겠다. 이럴 때는 O X 퀴즈 풀듯이 질문을 던져보면 간단하다. 즉 미국 금리인상 안한 게 우리 입장에서 좋으냐 나쁘냐고 물었을 때 확실히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단 좋은 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니라의 외화부채는 4000억달러가 넘는다. 그리고 계속 외화자금을 단기로 빌리고 갚고 한다. 그러니 조달금리가 안올라가면 그만큼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이번 불확실성은 그야말로 360도로 가능성이 열린 것과는 달리 비교적 작은 범위의 불확실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 이 때문에 신흥국들도 정작 미국에 금리인상을 요구해오기도 했는데. 우리나 이 신흥국들 경제에는 당장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까?

우리나라나 신흥국들이 미국 연준에 금리인상할 거면 빨리 하라고 했던 것은 금리 인상이 지연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그로 인해 파급효과가 미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제 밤 미국 시장 반응는 큰 동요가 없었고 오늘 아시아 시장 반응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당장 신흥국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른바 취약국이라고 불리는 브라질 등의 경우에도 일종의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가 약하다면 원자재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원자재수출신흥국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신흥국 거시경제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한국 같은 경우 경기가 악화되면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등 대처할 정책여력은 커졌다는 차원에서 꼭 나쁜 쪽으로 전개됐다고 하기도 힘들겠다.

▶ 우리로선 앞으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어떤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나?

오늘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열린 회의 결과 당국이 좋은 지적을 했다. 앞으로 금융권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잘 파악하고 유동성 변화, 차입금리 변화, 차입 상환 압력 변화 등을 잘 파악하면서 당분간 보수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이렇게 대비하면서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면 신속히 대처해야 하겠다. 또한 앞으로 미국이 실제 금리를 인상할 때까지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매일매일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견해는 경계하면서 그 중간에서 보수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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