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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작가 김형모
출판 글통
발매 2015.06.30
저자가 제안하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 통합, 소득상한액 상향 조정 및 기초연금 인상을 강력 지지한다.
재야(?) 사회복지 연구자가 제안하는 알기 쉬운 공적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기초연금) 개혁안이다.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된 인연으로 나도 이 책 말미에 글을 싣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운영 체제에 대해, 그리고 공적 연금의 개혁 방향에 대해 확실한 지식과 믿음을 가지게 되는 데 큰 도움을 준 책이다.
저자의 공적연금 개혁 방안은 다음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폐지하고 국민연금으로 일원화한다. 기존 특수직역연금 가입자의 경우 국민연금을 초과하는 보험료를 직역연금공단에서 운용한다.
2) 국민연금의 보험료 소득상한액을 폐지하거나 상향조정하며, 가입자 평균소득(A값)은 가입자의 실제 소득으로 계산한다.
3) 기초연금을 시급히 현재의 두 배로 인상하며, 이를 위해 목적세를 신설한다.
4) 노동자가 원할 경우 퇴직적립금의 국민연금 추가납입을 가능하게 한다.
5)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 보험료 인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
6)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중 일부 고액 연금 수령자에게 소득세를 부과한다.
1, 3, 5, 6번은 나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1번의 경우 나 자신 오래 전부터 공무원의 대표적인 '특혜'인 연금을 어떤 식으로든 개혁해야 우수한 젊은이들이 공무원으로만 몰리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공무원의 아들로서 공무원연금의 위력을 직접 옆에서 보아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3번의 경우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는 거의 모든 분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5번은 소득대체율 인상 쪽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나는 기초연금을 통한 전반적인 소득대체율 상승을 선호한다) 보험료의 점진적인 인상 및 사각지대 해소는 당연한 얘기이다. 6번의 경우 진정한 사회연대를 위해 모든 공적연금에 소득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공적연금은 기본적으로 '내가 옛날에 냈던 보험료를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젊었을 때 나이든 분들에게 연금을 드리고 나이들어서는 젊은이들에게 연금을 받는' 사회연대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2번과 5번 제안이다. 2번의 경우 공적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 제고 그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이를 위해 국민연금보험료의 소득상한액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득상한액 상향조정을 통한 사실상의 보험료 인상은 지금도 심각한 연금기금의 과다적립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소득상한액 및 A값의 상향 조정은 '더 내고 더 받자'는 것인데, 현재 노령연금 수급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내는' 쪽의 효과가 당분간 '더 받는' 쪽의 효과를 압도하게 된다.
사실 왜 정부에서 보험료 소득상한액과 A값의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소득자의 '조세저항' 때문이라기에는 이들(나 자신을 포함하여!)에 대한 보험료 인상액이 그리 크지 않다. 솔직히 고소득자는 국민연금보험료보다 건강보험료를 훨씬 더 신경쓰고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보험료 소득상한액을 올릴 경우 지금도 처치 곤란할 정도로 급격하게 쌓이는 연금기금의 증가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처한 가장 큰 딜레머가 바로 수백조에 이르는 연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욕 안 먹고' 운용하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공적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높이는 방법으로 나는 국민연금보험료 소득상한액 상향보다는 연금세를 더 많이 걷어서 기초연금을 늘리는 쪽을 선호한다. 현재 소득의 9%인 국민연금보험료에서 4.5%를 아예 (소득상한액이 없는) 소득비례 연금세로 전환하여 기초연금 지급에 사용하는 것이다. 전 국민에 대해 소득대체율 20%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절반)를 보장하는 셈이다. 소득에 상관 없이 전 국민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연금보험료에 대해서는 소득상한액과 A값은 물론 보험료율 자체도 점진적으로 올리면 된다. (사실 소득상한액 상향조정이 없이 공무원연금과의 통합만으로도 A값은 어느 정도 높아지게 된다)
국민연금보험료의 절반을 연금세로 돌려 기초연금지급에 사용하면 국민연금기금의 과다적립 문제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다만 역진적이었던 국민연금보험료의 일부가 소득비례인 연금세로 전환됨에 따른 조세저항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계산해 보니 연 소득 1억인 사람의 경우 4.5% 연금세 도입시 세금/보험료 부담이 약 230만원 늘어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노동자와 고용주가 반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고용주(기업)들이 고소득자와 '단결'하여 저항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모든 복지 증진 조치에는 조세 저항이 따르는 것이 필연적이다. '담대하게' 맞닥뜨려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4번 제안, 퇴직적립금을 활용한 국민연금 추가납입 허용의 경우 나는 반대하는 쪽이다. 역시 국민연금기금의 과다적립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고, 국민연금의 임의 추가납입이 사회보험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고소득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현재의 낮은 보험료 소득상한액과 A값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고소득자의 참여 미비로 연금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고, 그렇다고 보험료 소득상한액과 A값을 올려서 (거기다가 소득재분배기능까지 낮춰서) 고소득자의 국민연금 추가납입을 장려할 경우 이들에 대한 특혜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근본적으로, 퇴직적립금의 국민연금 '참가'를 위해 국민연금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상 퇴직적립금이 있는 노동자들(=정규직) 자체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이고, 이들은 복지 정책의 우선 순위에 있어서 노인 빈곤층이나 퇴직적립금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밀린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기초연금 증액 및 공적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 제고라는 정책 목표에 있어서 나 자신 저자 김형모 님과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나는 국민연금기금 과다적립 문제의 빠른 해소라는 목표 하나를 더 도입한 셈이고, 그래서 김형모 님이 제안한 국민연금보험료 소득상한액 및 A값 인상과 부가세로서의 연금세 별도 도입 대신 국민연금보험료의 일부를 연금세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현재 나의 이러한 제안은 국민연금보험료의 일부를 아예 연금세로 대체하여 당장 증세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현행 국민연금보험료의 일부를 기초연금에 지원하자고 했던 과거 제안, 그러니까 김형모 님 책에 실렸던 제안과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국민연금백서에서 인용한 내용 중 '소득상한액 이상' 가입자 비율 (즉 2013년 기준 월 소득 398만원 이상 가입자 비중)이 40-44세 21%에서 45-49세 19%, 50-54세 15%로 줄어든다는 대목은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임금피크제'가 이미 시행중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에서 45세가 실질적인 정년이며, 45세를 기점으로 노동조건의 하락을 본격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현실'인 것이다. 45세 이후에는 소득이 더 낮은 직장으로 이직하거나 아예 자영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45정'은 농담이 아님이 잘 드러난다. 이러니 정년 연장이나 임금 피크제 논의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남의 얘기인 것이다.
어쩌면, 이번 노사정 합의의 주된 내용인 일반해고제 도입 역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남의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죽음이 아닌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해고는 죽음'이라고 아무리 소리쳐 보았자 소용이 없는 것이다. 국민의 70%가 일반해고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국민 개새끼론'으로 해석하여 '가열찬 투쟁으로 국민들의 무지를 일깨워야 한다'는 얘기 역시 무리이고.
[출처]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김형모)|작성자 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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