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斷想) 집권당의 "양적완화 정책" 공약

(※ 사견임)

이달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생소한 형식과 내용의 공약이 집권당으로부터 나왔다. 새누리당이 공약 2호라고며 발표한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거시경제정책운용』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은에게 보다 과감한 금융정책 주문", "성장 촉진적 재정정책기조 유지", "보다 적극적인 노동인력공급대책 마련", "글로벌 금융시대에 걸맞는 자본시장 육성" 등 4가지 항목의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에 나선 입후보자나 정당이 내거는 공약은 실천을 전제로 한다. 그러려면 공약 내용은 최소한 자신의 입후보한 지위에서 결정권이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국회의원 입후보자가 "낮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거나 "해를 저녁에 뜨도록 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공약으로 볼 수 없다. 차라리 "가정이 더 화목해 지도록 (정책을 통해 노력)하겠다"고 한다면 오히려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최소한 그런 목표를 위해 자신의 지위에서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집권당이 내건 공약 가운데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한은에게 보다 과감한 금융정책 주문"이라는 부분은 성격이 다르다. 새누리당은 구체적으로 "한국판 통화완화정책을 주문"하겠다며 ① 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선도 과정에서의 과도기적 신규자금 공급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은이) 산은채권 인수 ② 한은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하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상환제도로 전환을 약속했다.

이 내용이 발표되자 채권시장에서는 채권값이 상승하며 수익률이 하락했다. 대체로 전문가들 반응은 한국은행이 새누리당이 제시한 2가지 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집권당에서 완화적 정책을 주장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압력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후에도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연 한은이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혹은 주택금융공사)로부 채권을 사면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한지,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안에 있어 진짜 문제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중립적인 위치에서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중앙은행의 고유한 권한을 집권당이 공개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국회는 행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놓일 때가 많다. 그런 국회의 다수당이 한국은행에게 구체적으로 정책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집행을 약속하고 나섰다.

정당이라고 해서 좋은 정책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이를 제시하는 것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아니,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국정감사를 받는 기관이며 국회의 회기가 시작될 때마다 총재는 국회에 출석해 보고를 한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총재나 금융통화위원들의 견해를 묻고 토론하는 것이 옳다. 그도 아니라면 국회에서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개최해 자연스럽게 정책에 대한 견해를 나눌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아니고 총선거 공약으로 한국은행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사안을 집권당이 약속하고 나선 것은 불편하다. 집권당으로서는 한국은행에 압력을 가하고 국민들에게는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는 인상을 심어 주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결정권이 없는 정책을 선거 공약이라고 내세운 것은 영 어색하다. 더구나 그 대상은 국회가 나서서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해주어야 할 한국은행이다.




= = = = = = =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KoreaViews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암호화페 AI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미국 인구 한은 에너지 인공지능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논평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