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4

(스크랩) 미신과 무당의 영역 - 한국 인사제도

(※ 네이버 블로그 글을 공유한다.)

출처 Second Coming | 김바비
원문 http://blog.naver.com/breitner/220692137802

예전부터 나는 한국 기업들의 인사 시스템이 너무나도 후진적이라는 얘기를 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SNS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어서 이 글을 보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동안 내가 후진적이라고 생각한 내용을 뒷받침하다 못해 아주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서였다.

http://blog.naver.com/jobarajob/220669687391

나는 이전까지 한국 기업들의 인사시스템이 그저 후진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후진적이란 말만으론 부족하다 못해 미신과 무당의 영역에 속해있을 줄이야...


표시한 부분은 바로 자신이 선호하는 직원의 타입을 직관적으로 판단해서 뽑는다는 내용이다. 직관적인 판단이란 것은 대니얼 카너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나오지만 생각보다 매우 부정확하다. 이 직관이란 것은 반복된 경험의 축적이고 상당히 제한적인 부분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데 그것은 반복적인 업무와 지식에서 그러하다. 물론 채용이라는 업무는 상당히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니 어느 정도 직관이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직관이 통용되려면 결국 주변환경과 업무 내용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기업의 환경이란 것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사회의 수준, 사람들의 성향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얘기하듯이 기본적으로 면접관은 40-50대고 농경사회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관념은 그 시대에 머물러 있고 지금 현대의 지원자들은 도시사회를 경험하고 미디어를 체험한 사람들이다. 농경사회에 기반한 직관적 관점으로 현대를 바라보고 평가한다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그 시대를 살던 사람과 지금의 사람들은 기준이 다르다. 또한 지원서의 문항 또한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르다. 이러한 변화를 감안하면 그 시대의 관점을 가지고 현재의 지원자들을 '직관적 판단'을 한다는 것의 정확도는 얼마나 될 것 같은가? 난 매우 부정적이다.


이 내용은 카너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나온 유명한 '가석방 전담 판사들에 대한 연구'와 매우 비슷하다. 연구 내용은 10개월 동안 이스라엘 가석방심의위원회 판사 8명이 내린 1112건의 가석방 승인자료를 연구한 것이었다. 평균 경력 22년의 판사들은 평균 6분에 1건씩 가석방을 심사했고 가석방 승인률은 35%였다. 재미있는 것은 점심 시간 이전과 이후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점이었다. 점심식사 직후에는 가석방률이 65%까지 올랐지만 점심시간 직전에는 0% 에 근접한 수준으로 하락한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직관적인 판단이란 것은 환경과 상황에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 경력 26년차 인사담당자의 말을 들어보니 본인들도 그것을 인지하고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말로만 하던 '합격은 운에 달려있다'라는 얘기가 저기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즉, 인사채용에서 이들이 얘기하는 직관적 판단이란게 아주 엉망이란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 부분에선 사실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인사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관상은 비과학의 영역이고 통계적 유의성도 드러난 바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사팀이 면접관들에게 앞장서서 교육을 한다고 한다. 앞서 나온 내용대로 면접관과 인사담당자들이 농경사회의 수준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미신을 추종하고 가르치는 인사담당자라니. 이거야 말로 인사 업무를 무당이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달변가는 사기꾼이란 것의 인식 문제는 어느 정도 감안할 수는 있다. 그것은 워낙 지원서 작성법 노하우라든가 면접 노하우란 것으로 인해 실제를 감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변가가 사기꾼이란 것은 결국 편견이 아니던가?

마지막 내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결국 직관이란 이름의 편견으로 지원자를 가늠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직관적 판단이란게 이 얼마나 빈곤한 것인가?


이 부분에서 인사담당자가 이야기하는 직관적 판단의 근거와 합리성은 허공으로 증발한다. 카너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이러한 해석이 얼마나 편향적이고 위험한지를 이야기해왔다. 특히나 고정관념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데이터를 인과적으로 해석을 할 때 데이터에 대한 오독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지금 저 위의 내용이 그것이다. 종교인에 대한 인식이 가진 고정관념이 데이터의 오독을 일으킨 셈이다. 혈액형은 더 말을 하고 싶지가 않다. 혈액형 성격학을 진지하게 믿는다면 그것은 본인이 가진 무지의 바닥을 드러내는 것 뿐이다.


'형제의 능력차'는 굉장히 논란적인 주제이다. 과연 태어난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능력과 기질을 갖추었을까? 외동은 문제가 많은 족속일까? 오리지널스에서도 6장 한 장을 할애해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단 부분에서 오리지널스의 이 내용은 그냥 넘겨버린 바가 있다.

그러나 이 인사담당자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보건데 형제간의 능력차에 관한 저 생각은 그것이 그러한 논란적인 주제라는 것을 알고 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유는 간단한데 보통 형제간의 능력차에 대한 연구는 형제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 외동에 관한 내용은 다루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저것은 그저 편견과 고정관념이라고 봐야할 여지가 크다. 심지어는 농경사회를 경험한 면접관들이 인사부에서 없어지려면 10-20년은 있어야 한다는 아주 절망적인 이야기까지 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사 경력 26년의, 그것도 어디 동네 철물점이 아닌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그룹인 삼성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한 사람의 이야기다. 한국의 기업사회를 보자면 삼성이 이러하다면 다른 회사도 거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대략으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민낯을 보자니 참으로 절망적이다. 다수의 인사담당자들이 '농경사회'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신을 추종하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직관'이라는 것으로 포장하여 본인들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저 인터뷰 내용은 인사부와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능력을 분석할 능력과 지표도 없을 뿐더러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자의적으로 무기준하게 뽑는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또한 나의 편견일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저 인터뷰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국의 인사시스템은 후진적이다'를 더욱 강화시킨 것 만은 분명하다.

지금 또 드는 생각은 채용부분에서만 봐도 이 정도의 수준이니 이런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고과평가란 또 얼마나 답답한 수준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성과제와 연봉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또 업무성과에 따른 자유로운 해고가 전제되려면 철저한 고과평과와 업무평가가 필수다. 그러나 이런 후진적인 시스템을 자랑하는 부서에서 내리는 평가제도가 선진적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절망적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각 기업의 인사부가 많은 업무영역이 있고 그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해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 자체가 여전히 몇십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그 결과물을 내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해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단적으로 다른 파트에서 몇십년 전에 하던 식으로 일을 하면 그 사람은 자리 유지 못한다. 이걸 인사 업무라고 다르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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