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을 통한 주택연금 수령 대상 확대 추진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한국주택금융공사법” 및 “시행령” 개정안 개정을 통해 주택 연금가입 대상을 확대할 것을 밝혔다. 주요 내용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먼저, 주택 가격 및 보유 제한 개선이다. 주택 연금 담보 대상 주택의 가격 제한을 폐지했다 (기존 9억 원). 더불어 원칙적으로 가입은 1가구 1주택 가구만 가능했으나, 1가구 3주택 이상 가구주 역시 주택 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었다. 두 번째는 대상 주택 확대이다. 주택연금 담보대상 주택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이 포함되도록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오피스텔 거주가구 확대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상기 법안 개정안은 4/20일부터 입법 예고 되고,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7월 중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주택 연금 수령 대상 인원 확대를 통해서 부채 감축 / 노후보장 / 주거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억원 초과 주택수는 전국 총 9.9만 호 인데, 그 중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비율은 64.4%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가입 확대 가능 가구수가 6.4만 호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수익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주택 연금
당사는 ‘가계부채 해결 방정식 : 답은 노년층의 현금흐름에 있다!’를 통해 주택 연금 정책의 목적을 분석한 바 있다. 은퇴가 본격화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후 대책의 미비로 미래 현금 흐름이 제한적인데, 이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해선 부동산의 매도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다만, 부동산 매각을 통한 급격한 디레버리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주택 연금을 통해서 부동산을 금융상품화 하고 디레버리징의 속도를 줄이고자 하고 있다.
내집연금 3종 세트에 이은 이번 정책 역시 피할 수 없는 노령화와 디레버리징 국면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주택 연금 정책 활성화의 일환이다. 그리고 주택 연금은 가입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유는 세 가지이다.
일단 주택 연금은 국가가 보장하는 “Put”이 걸려있다. 주택 연금은 잘 알려진 것처럼 역모기지 상품이다. 결국 주택을 담보로 분할해서 대출을 받는 개념이고, 결국 수령자의 사망 시점에 돈을 금융 기관에 갚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출 상환 시점 즉 부동산을 팔아서 은행에 돈을 갚을 때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도 있지만, 내릴 수 있다는 점은 대출 상환 시 금융 기관 입장에서나 개인 입장에서나 불확실성 요인이다. 그런데 정부는 주택 가격 하락분에 대한 가격을 보존해 주며 가격의 하방 리스크를 없앴다.
두 번째는 가격 상승분을 상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연금을 꺼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녀들에게 집 한 채라도 상속해줘야 한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택 연금은 대출 상환 시 계약 당시 금액만 상환하면 되고 가격 상승분에 대해서는 자녀를 포함한 다른 누군가에게 상속할 수 있게 했다. 부모가 주택 연금 계약을 통해 사망 시까지 현금 흐름을 만들게 되면 자녀들의 부담도 줄어들게 되고, 주택 가격 상승 분에 대해선 상속도 받을 수 있으니 부모와 자식 모두 만족할만한 수단이다.
마지막으로는 현금 흐름의 측면이다. 주택가격 4억 원, 기대여명 25년, 연 평균 물가 상승률 2.0%, 연 평균 주택 가격 상승률 1.5%를 기준으로 현금 흐름을 계산해 보면 주택 연금은 25년 평균 2.4%의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과 같다. 더불어 재산세 25% 면제 혜택 역시 눈에 띄는 혜택이다.
결론적으로 수익자 입장에서 주택 연금은 국가가 풋을 걸어준 연 이율 2.4%짜리 채권과 같다. 더불어 가격 상승분에 대해서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어 추가적인 자본 이득이라는 Option까지 행사할 수 있다. 노년 생활의 자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현금 흐름을 가져올 수 있고, 가격 상승분에 대한 상속 역시 자유롭다는 점은 은퇴세대에게 주택 연금이 매력적인 이유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재정적 부담은 어떨까?
주택 연금은 정책 의도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증가 중이다. 정부는 주택연금 가입 가구수 목표를 노년 가구주 세대의 10% 내외인 48만 가구로 잡고있다. 주택 연금 가입자의 평균 주택 가격 3억 원을 근거로 계산해 보면 정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보장해야 하는 주택의 가치는 144조원 정도이다. 극단적인 가정을 통해 주택 가격이 20% 가까이 급락해도 금액은 30조원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자체 추산한 주택 연금 활성화를 통한 고령층 가계 부채 부담 감소분 22조원과 노년층의 소비 진작 효과 10조원을 더하면 가격 급락 가정 시에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더불어 주택 연금에 가입한 모든 사람이 한 시점에 사망하고, 부동산 가격 역시 동 시점에 하락한다면 재정에 무리가 될 수도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생각해야 할 부분은 9억 원 이상 주택 / 1가구 3주택 가구까지 주택 연금을 확대한 이유이다. 심리적으로 9억원 이상 주택 소유 가구 혹은 1가구 3주택 이상의 세대들은 삶의 여유가 굉장히 많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은퇴에 따른 현금 흐름 부족 및 과도한 레버리지에 따른 생활고에 시달릴 가능성 역시 배재할 수 없다. 특히 이들의 대출 자금은 대부분 부동산에 유입되어 있다. 4월 수정경제전망 보고서 내 “상위부채 가계의 특징과 시사점”을 살펴보면 이 같은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소득 분위 별 대출용도 비중을 살펴보면 소득 5분위 부채의 50% 이상이 부동산 구입 자금으로 유입되었다. 고소득층의 자산 역시 부동산에 많이 묶여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데이터이다.
9억 원 이상의 주택은 대한민국 부동산의 중심인 강남에 모여 있다. 한국 감정원의 2016년 3월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을 살펴보면 매매가격 평균이 10억 원이 넘는 지역은 전국을 통틀어 서초구와 강남구 밖에 없다. 문제는 2000년대 초/중반 강남 주택 가격 급등기에 집을 샀던 40 ~ 50대 들이 2016년 현재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자산이 많거나 소득을 지속적으로 창출 가능한 슈퍼 리치들은 큰 문제가 없겠으나, 자본 차익 등을 노리고 빚을 당겨서 강남 부동산을 산 사람들은 10 억짜리 집 한 채만 있는 소위 하우스 푸어 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9억 원 이상 주택의 64%는 60 대가 소유하고 있다. 강남 불패론 속에서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은 가능했으나, Exit 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을 위한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소위 고액 자산가들의 실제 가입자 수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9억 원 이상 주택 / 1가구 3주택 이상 고액 자산가들에게까지 혜택을 준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고, 그 와중 속 법안 수정안의 실제 통과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번 법안 수정안 발의는 의미가 크다. 실제 통과 여부를 떠나서 빠른 디레버리징 및 경기 하강에 대한 정부의 경계감이 매우 높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택 연금 이슈가 채권 시장에 가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높아지는 정부 정책 및 한은 정책 공조의 가능성
간단히 정리해 본다면, 주택 연금 확대 정책은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인식 및 대응 방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주택 연금 가입 대상자 확대는 급격한 경기 하방압력에 대응하겠다는 정부 의지의 확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한 여타 정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장으로 돌아가 보자. 채권 시장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 주도의 정책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 이후 각론에 대한 차이는 있지만 여야 모두 대한민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대 전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정책 방향성의 일치이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경기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위해서 필수적이나,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직장을 잃은 이들은 많아지고 경기는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구조 조정 국면에 진입한 현대 중공업은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3,000 여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고,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10 일 2019 년까지 인력을 3,000 여명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 조정 과정은 협력 업체 고용, 지역 경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하강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불가피하다. 상황을 짚어볼 수 있는 것이 1 / 2월 소매판매 데이터 결과이다. 개소세 인하 종료 이후 급락했던 자동차 판매량은 정책 재개 이후 다시 상승하며, 전체적인 소매 판매액의 증가를 견인했다. 결국 지금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는 내수 경기는 정책의 힘에 기인한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정부 정책이 종료되고, 기업 구조 조정이 본격화되는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 부담이 더욱 커 질 수밖에 없고, 이에 대비해 추경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 수단이 논의될 환경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입장은 어떨까? 한국은행은 4월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서 지금 금리 수준은 완화적이다라는 입장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4월 금통위에서 주목할만한 내용은 역시 정책 공조에 대한 언급이었다. 정부와의 경기 기본적인 경기 인식이 어긋나고 있지 않다는 원칙 확인과 함께, 현재 금리 수준이 완화적인 것은 분명하나, 더 완화적일 수 있고 현 기준금리 1.5%는 금리 인하에 충분히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G20 코뮤니케에서 밝힌 통화 정책은 재정 / 구조조정 정책과 같이 가야 효과가 있다라는 점에 대해서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 공조가 있다면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지금 정책 환경을 정리해 보면, 하반기 경기 둔화는 불가피한 상황이고, 구조조정은 각론의 차이는 있으나 힘을 받고 있다. 더불어, “우리 경제에 심각한 하방 요인이 있다면 추경뿐 아니라 다른 수단도 동원돼야 한다”라는 유일호 부총리의 언급처럼 하반기 재정 정책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언급되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공조를 향한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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