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보는 눈 | 채훈우진아빠
http://blog.naver.com/hong8706/memo/220686317614
한청훤 - "스트레스 테스트" 서평
요세 책 읽고 독후감 쓰는게 점점 귀찮아 져서 서평을 안올리는 데 그제 다 읽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그냥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 워낙 아까운 너무 좋은 책이라 귀찮음을 무릅쓰고 이렇게 몇 자 적어보게 되었다.
일단 내가 경제와 금융 쪽 전문가가 아닌 만큼 그냥 단순하게 책 요약을 하다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실수할 여지가 많아서 책 요약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써보려고 한다. 게다가 이 책에 대한 요약으로는 이미 존경하는 페친 이신 오석태 박사님의 최고의 서평(http://blog.naver.com/neolone/220492917350)이 있는 만큼 구태어 내가 다시 요약하는 게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일종의 미국 금융위기판 난중일기 겸 징비록이다. 이 책은 세계 경제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백척간두 한 가운데서 어떻게 위기를 막아내고 극복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재발방지 방책 까지 수립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자 교훈담이다. 재미있는 건 그 엄청난 위기의 한 가운데서 저자인 가이트너가 상대해야 하는 것이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려는 엄청난 금융부실과 그에 대한 패닉에 가까운 금융권의 공포 뿐 아니었다는 것이다. 바로 좌우를 막론하게 정치적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퍼져 있던 이념적 당파적 근본주의와 대중영합주의였다.
일반적인 금융 부실과 달리 금융공황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일반인들의 직관적 도덕감정에서 비롯된 대응책과는 정반대로 대응을 해야 한다. 금융 부실은 투자자들의 탐욕 때문이며 그들은 그들의 탐욕의 댓가로 망하게 나두어야 정의가 실현되며 그리고 그렇게 망하게 나두고 손실을 입게 놔두어야 다시는 지나친 위험을 무릅쓰는 도덕적 해이가 되풀이 되지 않는 다는 논리는 일견 상식적이고 보편적 도덕관념에 부합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공황 상황에서는 모든 금융의 플레이어들이 극도의 공포와 패닉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에 아비규환에 빠진 판에서 자기만이라도 살아 남기 위해 어떤 금융기관이 부실이건 건실하건 따지지 않고 자기가 빌려주거나 투자한 돈을 빼내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일종의 런 상태인데, 애초에 금융 기관은 자신들의 자본이나 자신들이 예치한 돈의 수 십 배로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기 때문에 만약 런 상태가 발생하여 모든 채권자와 모든 투자자가 앞다투어 자신들의 돈을 달라고 요구할 경우 모든 금융기관은 부실이던 건실하던 상관없이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된다. 만약 이게 극단까지 갈 경우 은행에 예치된 각 개인, 각 기업의 자산이 모두 날아감과 동시에 실물경제에 필요한 지급 결재 수단도 무저짐으로써 현실 경제 까지 그야말로 아마겟돈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금융 공황상황에서는 일반인들의 상식적이고 직관적인 도덕관념과 정반대의 처방을 내려야 한다. 즉 금융이 붕괴되는 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들의 혈세로 잘못된 투자와 탐욕에 대해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상과 보장을 해주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은행에 대해 자본을 투입하여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과 탐욕으로부터 쓰러지는 것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통해 금융의 플레이어들을 공포와 패닉 으로부터 진정시키고 그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돈을 자신들이 투자하거나 빌려준 타 기관들로부터 빼내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는 안 그래도 일반인들의 직관적 도덕관념과는 정반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해결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각 정당의 세력들의 이념근본주의적 대중영합주의적 공격까지 받아야 하니 정치적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익에서는 구약적 징벌주의와 청산주의, 그리고 정부불개입 시장근본주의에 의해 지속적으로 구제금융 대책을 공격했으며 좌익에서는 정부가 월스트리트 로비에 넘어가 어려움에 빠진 일반 국민들이 아닌 탐욕스러운 금융 기관 살리기 위해 올인 하며 이미 자본가들에게 투항했다고 비분강개 했다. 이러한 이념근본주의적 대중영합주의적 공격은 금융위기 초기 FRB와 재무부, 예금보험 기구의 금융기관 구제 및 보증 정책부터 금융기관의 공적 자금 투입 정도를 결정할 스트레스 테스트, 그리고 위기의 근본적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 개혁 입법 까지 지속적으로 가이트너와 그의 정부내 금융위기 대책팀을 괴롭혔다.
이러한 좌우익의 이념근본주의적 대중영합주의적 공격에 대해 가이트너는 때로는 분노, 때로는 울분, 때로는 비아냥와 조롱, 때로는 극도의 좌절 등의 복잡한 감정을 채 곳곳에서 표출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가 이러한 당파적 이념적 공격에 대한 비아냥과 조롱을 하는 대목들에서는 상당한 유머감각이 드러난 지라 나도 모르게 깔깔 대며 웃은 적이 한 두번이 나이었다. 이러한 가이트너의 좌절감과 피로감은 임진왜란 중 이순신과 유성룡이 선조와 조정대신 들의 무능과 무책임, 얄팍하고 당파적인 공격, 사대주의에 입각한 이념적 경직성 등에서 느꼈던 좌절과 분노를 난중일기와 징비록에 표출한 것과 어찌 보면 비슷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이 서평 서두에 이 책이 미국 금융위기판 난중일기, 징비록 이라고 비유한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미국의 민주주의 또한 과잉 이념과 양극화된 당파주의, 대중 영합주영합주의라는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한국 보다 수 백년 앞선 민주주의의 축적된 경험을 갖고 있는 미국 또한 한국의 민주주의 정치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 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세상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고 대충 비슷비슷 하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약간의 위로가 됨과 동시에 또한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 즉 양극화된 이념적 당파주의와 대중영합주의 같은 문제들이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좋아지는 안이한 문제들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략) 현대 민주주의 정치를 구하는 길은 이념적 당파적 순수성에 집착하는 근본주의자들과 대중영합주의자들이 정치적 과정을 점점 내전화 시키는 것을 어떻게든 저지시키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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