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 자료)
▣ 하반기 디플레이션 종료를 예상하는 이유
1. 연속되었던 디플레이션 충격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는 디플레이션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서브프라임에 이어 유럽 재정 위기 그리고 중국 지방정부 부채에 마지막으로 작년 유가 하락까지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충격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작년 기준으로 명목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진입했다. 2015년 기준 선진국은 5.2% 이머징은 4.9% 감소했다. 뿐만 아니다. 글로벌 교역량이 전년비 1.6% 소폭 증가한 데 비해 글로벌 교역 단가가 전년비 13.3%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
디플레이션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당연히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중앙은행의 움직임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큰 방향에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에 이어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까지 진행된 통화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최종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통화량의 증가가 결국 글로벌 경기 회복보다는 자산가격 버블만 부추긴다는 논리가 그 첫 번째 불만이다. 이에 더해 자산가격 버블이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정치경제학적 분석까지 최근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경기대응 능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 또한 디플레이션이 가져 온 현상이다.
정리해보면 연속된 디플레이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최종수요 회복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글로벌 경제가 겪었던 충격의 강도와 향후 전개될 구조적 변화를 생각해 보면 현재 이 시점에서 확인할 것은 디플레이션이 올해 하반기 종료될 수 있는가 여부일 것이다.
2. 하반기 디플레이션 종료를 예상하는 이유 1) 선진국 부채 축소 과정 마무리
올해 하반기 디플레이션이 종료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첫째 선진국 디레버리지 과정이 마무리되었고 둘째 글로벌 통화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 6]에서 보듯이 선진국 부채 축소가 상당히 진전되었다. 현재 BIS가 집계하는 선진국 부채규모는 비금융부문 기준으로 2015년 3분기 현재 110.8조 달러로 GDP 대비 266.2% 수준이다. 이는 선진국 부채규모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2년 3분기 117.6조 달러 대비 약 7조 달러가 감소한 규모다. 이러한 선진국의 부채축소는 부채비율 감소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선진국 비금융부문 부채비율은 2012년 3분기 273.8%에서 현재 266.2%로 축소되었다. 이 비율은 2000년대 중반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것을 보면 선진국 부채축소 과정은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선진국 부채축소 과정에서 유럽과 일본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은 지난 2012년~2015년 3.3조 달러, 일본은 같은 기간 4.6조 달러의 부채를 감소시켰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3.6조 달러 부채가 증가했다.
물론 이와 동시에 이머징 부채가 증가한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이머징 비금융부문의 부채는 2015년 3분기 기준 42.2조 달러로 선진국 부채가 축소되는 기간 동안 오히려 이머징 부채는 약 5조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머징 부채비율 역시 2012년 말 148.6%에서 현재 174.7%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이머징 부채의 대부분은 중국이다. 중국은 2015년 3분기 현재 26조 달러의 부채를 기록, GDP 대비 248.6%로 향후 부채 조정과정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조정과정에서 부채규모 자체가 감소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반 기업의 부채가 GDP 대비 166.3%이고 가계부채가 38.8%에 해당되기 때문에 오히려 향후 부채 구성은 기업부채가 감소하고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전반적인 부채 축소 과정은 일단 종료국면에 들어 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계나 기업이 다시 부채를 일으키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요인은 많지 않다. 금융기관의 규제도 여전히 엄격하기 때문에 부채 축소 사이클의 종료가 곧 부채 사이클의 시작은 아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그 동안 글로벌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주었던 부채 축소 사이클이 일단락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디플레이션이 사라질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3. 하반기 디플레이션 종료 이유 2) 통화량 회복
둘째 통화량의 증가이다. 2016년 3월말 현재 주요지역 광의 통화량 기준으로 글로벌 통화량은 61.3조 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3월 글로벌 통화량은 3개월 대비 4.1% 증가, 2011년 4월 최고치인 4.5%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 글로벌 통화량은 2.3% 하락한 것으로 감안하면 올해 들어 글로벌 통화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유럽의 통화량이 작년부터 빠르게 회복된데 이어 남미 통화량 감소폭도 완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아시아 쪽 통화량 증가율도 회복기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북미쪽 통화량도 양호한 흐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통화량 회복은 ECB의 양적완화와 더불어 남미에서 자본유출 속도가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들어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로 경기부양 기조로 움직이면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통화량 증가율도 상승기조로 변하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부채 축소의 마무리와 통화량 회복은 경기회복의 선결조건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통화량 회복은 명목 GDP 회복으로 이어지게 되며 이것은 곧 디플레이션 환경의 종료를 의미한다.
4. 하반기 욕심부리지 말고 디플레이션 종료만 확인해도 큰 소득
최종수요인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단기간에 해결이 안된다. 미국은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힘들다. 또한 과거와 같은 자산효과가 약해졌기 때문에 소비수요가 큰 폭으로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공급쪽 개혁이 한창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경기회복의 방향성이 뚜렷해질 것이다.
수요가 급격하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 실질 기준으로 본 성장률 자체는 큰 매력이 없다. 하반기 글로벌 성장률은 2.6%로 상반기 2.9%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시장의 경우 상반기 1.4%에서 하반기 1.1%, 이머징 시장의 경우 상반기 4.2% 하반기 4.1%로 성장률은 낮아진다.
그러나 향후 6개월 실질 성장률 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의 변화다. 그 동안 부채 축소가 진행되면서 통화량 위축과 더불어 나타난 디플레이션 현상이 퇴치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기 때문이다. 물론 하반기 또 다른 형태의 금융시스템 충격이 발생하면 다시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겠지만 현재 그러한 상황을 상정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이다.
따라서 향후 6개월 실질변수의 부진과 달리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가격의 회복이다. 올해 하반기에 나타날 가장 중요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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