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 현실화의 거시경제적 영향에 관한 하나금융투자 보고서 내용 중 일부)
▣ 매크로 : 분열과 대응 그리고 혼돈
1) 강산이 일곱번 변하면 사람 마음도 변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수도 없이 들었던 이야기다. 앞으론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일 말이 생겼다. 강산이 일곱번 변하면 사람 마음도 변한다. 유럽연합(EU)이 70년 만에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난 2차 대전 종식과 함께 '유럽연합중국'을 기획했던 윈스턴 처칠(제61대 영국 총리)의 후예들이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결과이기에 충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지난 주말 동안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고 환율이 요동쳤다. 물론 지난 두 번의 위기(08년,10년)를 돌아보면 발 빠른 대응을 기대한다. 실제로 지난 26일 BIS 총회에서 주요 3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정책적 공조를 논의했다. 다만 이전과 다른 글로벌 경기 상황이 맘에 걸린다. 단기적으로 어떤 여파가 있는지 어떤 점이 잠재적으로 위험인지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1) 역내 탈EU 움직임 자극
브렉시트는 정치적 문제다. 영국은 세계에서 5번째, 역내에서 독일 다음으로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이 가장 주요했다면 영국이 아니라 경기가 어렵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그리스, 이탈리아 등 PIGS 남유럽 국가들의 탈퇴가 보다 더 현실적이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영국의 탈퇴는 역내 탈EU 움직임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
이미 유럽 전역의 극우파들이 브렉시트에 환호하고 있다. 6개월 만에 재총선을 치르는 스페인의 급진정당과 내년 대선에서 결선 진출을 노리는 프랑스의 극우세력 등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 극우세력은 영국과 같은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남유럽 국채만기 일정과 결합하는 점도 부담이다. 연간 기준으로 여름에 남유럽 국채 대부분의 만기가 몰려있다. 남유럽 국가 모두 과거 정치불안으로 인해 경제위기를 초래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추후 정치적 불안요인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2) 글로벌 경기 둔화 불가피
영국이 금융산업 중심의 서비스업 국가이고, 대외교역의 절반 이상이 유럽국가들과 이뤄진다. 글로벌 경기 측면에서는 실물경기보다 금융시장 충격이 클 수 있다. 다만 유럽은 전세계 세 번째로 큰 경제규모(영국제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 등 G2와 경제적 관계도 높다. 영국과 유럽과의 경제적인 관계를 감안하면 즉각적으로 유럽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겠지만, 순차적으로 글로벌 경기 전반의 둔화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실제로 OECD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유럽국가들이 1차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유럽과 주요 신흥국, 일본, 미국 순으로 2018년까지 실물 경기 충격이 불가피하다.
(3) 주요국들의 발 빠른 대응
발 빠른 대응을 기대한다. 특히 글로벌 대응 세력의 확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08년위기를 전후로 7개국에서 20개국으로 정책적 대응 강도가 높아졌다면, 이번에는 30개국으로 확대 조짐이 있다. 지난 두 번의 위기를 돌아보면, 조속한 대응은 극도로 위축된 불안심리를 일정부문 경감시킨다. 물론 향후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따라서 주요국들의 예상되는 대응과 그에 따른 영향 그리고 잠재적 위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최종 대부자 역할을 기대한다. 주요국들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자금 경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내 금리인상이 어려워 진 점도 금융시장에는 우호적일 수 있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와 유로화 급락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는 잠재적 위험이다. 최근 들어 높아지는 미국 정부의 수출 장려와도 부딪힌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ECB의 추가 양적완화를 예상한다. 실물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충격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ECB의 추가 양적완화가 예상된다. 한편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남유럽을 중심으로 정책적 한계가 부각될 소지가 있다. 양극화, 분열이라는 잠재적 위험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양적완화와 통화 스와프 예상. 이미 BOE는 2,500억 파운드 이상의 실탄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인하도 예상한다. 다만 정치적 불안감이 이어진다는 부담을 내포하고 있다. 유럽 탈퇴 과정은 길고, 복잡하다. 총리 재선임 과정에서 재총선 가능성이 있고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이 수면위로 올라설 개연성이 있다. 정책효과가 제한될 소지가 있다.
중국은 자금이탈 통제에 들어간다.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로 위안화 환율 급등 가능성이 있다. 런던의 충격이 미국을 건너 홍콩과 상해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를 통해 자금 이탈을 방지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과정에서 파생되는 환율전쟁은 잠재위험이다.
일본은 BOJ 추가 완화를 예상한다. 7월의 참의원 선거를 감안하면 공적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 양적완화 규모 확대 등 BOJ의 대대적인 부양책이 예상된다. 다만 일본 외적인 상황이 엔화 강세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 실패라는 잠재적 위험에 노출될 소지가 있다.
한국은 내수 강화 움직임을 예상한다. 내수 강화 움직임이 보다 강화될 소지가 있다. 정부의 추경과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등 정책공조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외불안감이 고조된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가능성과 하반기 정책효과가 반감될 위험이 있다.
2) 브렉시트로 하반기 글로벌 경기 한 단계 레벨 다운 불가피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한 단계 더 낮아질 수 있다. 기대했던 정책효과가 성장을 끌어 올리는 게 아닌 추가 하락을 경감시키는 데 집중된다. 브렉시트는 중장기적인 요인이다. 향후 EU 탈퇴 과정과 여타 국가들과의 FTA 재협상 속도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압력으로 작용한다.
지난 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의 불평등 확대와 중산층의 붕괴가 주요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미국은 예외라고 하지만 유럽과 일본, 특히 한국을 위시한 주요 신흥국들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잉 생산에 따른 공급 조정도 이어진다. 성장을 이끌어가는 노동(L), 자본(K)의 생산성 하락으로 글로벌 잠재 성장률의 추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G20 상하이 회담 이후 높아진 글로벌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미국발 환율전쟁까지 야기할 정도로 사상 초유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이 생겼다. 통화정책 무용론의 반대급부로 단기효과가 큰 재정정책이 준비되고 있다.
물론 정책적 대응이 예상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응적 성격이 강하다. 유럽의 경기 둔화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금융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데 집중된다. 성장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추가 하락을 경감시키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정책 공조 효과는 반감될 소지도 있다.
3) 하반기 국내 경제 성장률 연간 2.3%로 하향
국내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다(연평균 2.6% → 2.3%). 대외부문이 보다 더 취약해 진다.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지연될 소지가 있다. 조정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에서 하반기 내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다. 저금리에도 기업들의 투자 유인은 더욱 낮아진다.
올해 국내 수출의 역성장을 예상했지만 하반기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역기저 외에도 공급 조정에 따른 상품가격 반등과 물량 증가 등 역성장 속에서도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했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하여 하반기 국내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 추가 약화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에 직접적으로 유럽향 비중이 큰 선박(37%), 자동차 부품(22%), 가전(20%) 등의 추가 둔화가 불가피하다. 유럽과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감안하면 중국향 수출을 통해 나타나는 간접적인 영향도 있다. 특히 석유화학, 컴퓨터, 액정디바이스 등 유럽향 수출 비중이 두 자리대를 보이면서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품목들의 둔화가 우려된다.
바깥이 어려우면 내수라도 좋아야 한다. 하반기 추경과 금리인하 등 정책공조가 이어진다. 다만 환율 변동과 국내 FDI 투자에서 상당한 규모가 유럽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브렉시트로 인한 자금이탈 가능성은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소지가 있다. 정부주도의 구조조정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반기 국내 경제는 생각보다 더 대외부문이 안 좋을 수 있고, 정책적 공조에도 내수 경기 회복이 제한적일 수 있다. 이전보다 더 낮은 눈높이 조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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