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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소비의 빙하기가 지나고 있다

(※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보고서도 잘 지적했듯이 한국의 소비 부진을 설명할 때 소득에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물론 소득이 끝없이 증가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물론 과거 고성장 기간보다는 낮지만 최근 과도하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구 구조 변화(인구 고령화+인구 감소 임박)에 대한 우려와 한국 사회의 혼란, 그리고 경제 및 경제 정책에 대한 미래 확신 부재 등을 들 수 있겠다. 여기에 덧붙여 주류 언론이 철저한 분석에 기초한 미래 전망을 제시하는 대신 각종 운명론적 비관론을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지나치게 많이 떠받들고 있는 것도 최근 목격되는 특징이다.)

▣ 2월 소비심리 지표 전월 대비 반등

2월 가계소비심리는 전월보다 1pt 높은 88.0pt를 기록하며 최근 하락 추세가 멈추는 모습이다. 항목별로 보면 그 동안 가계소비심리를 억눌렀던 현재 경기판단과 향후 경기판단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뉴스에 영향을 많이 받는 현재 경기판단의 경우 전월 51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점을 기록한 후 이번 달에는 55로 반등했다. 향후 경기판단 역시 지난 11월을 저점으로 최근 3개월 연속 경기전망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에 설명력이 높은 소비지출에 대한 전망은 전월과 동일한 104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103을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104를 보여 가계의 소비지출 전망은 경기전망 악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심리는 호전되고 있는데 비해 국내 소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소비가 구조적으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소비경기에 대한 부정적 관념이 고정화되었고 작년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내의 정치/경제적인 불확실한 요인들이 전망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지출 전망 자체가 월간으로는 반등하고 있으나 분기로 보면 아직 전분기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1분기 소비 역시 불안한 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경기가 최악을 지났다고 보는 이유는 첫째 구조적으로 소비경기를 억누르던 요인의 해소, 둘째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소비경기 반등 가능성, 셋째 내구재 소비사이클 바닥통과 가능성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 소비부진의 구조적 요인들 약화, 가계 저축률 하락 전망

올해 경제전망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소비부진의 구조적 요인들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가계의 순저축률은 최근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중략) 가계의 순저축률은 2011년 이후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 기간 동안 한국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다.

이처럼 잠재성장률 하락과 고령화 충격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저축이 증가한 부분도 있지만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가계가 앞날이 불안하다고 여겨서 저축률이 높아진 경우도 존재한다. 즉 구조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저축률 상승은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여진다. 통상 가계가 앞날에 대해 불안할 때 저축을 늘리는 특징이 있는데 이번에 가계 저축률이 적정수준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과도하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경제 담론을 좌우해 온 ‘일본화’와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론’ 그리고 해외 경제의 ‘장기침체론’ 등이 모두 가계가 앞날을 불안하게 보게 만든 요인들이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과정에서 이러한 구조적 경기침체론과 국내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등은 가계의 저축률 상승에 일조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때문에 가계는 적정 수준 대비 과도한 저축을 쌓고 이것이 다시 국내 소비를 제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향후 소비전망에서 가장 큰 요인은 가계의 저축률 방향이다. 이미 한국의 가계소비에서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유의미한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의 소비 변동성은 가계 저축률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높다.

가계 저축률은 앞서 보았듯이 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경기순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잠재성장률 하락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의 초기 충격은 이미 가계의 저축률 상승으로 어느 정도 흡수되었다. 한국의 성장률이 2%대에 접어들면서 가계는 새로운 레벨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추가적으로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통상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경기전망이 비관적일 때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들어 기대인플레이션이 반등하고 있는 것은 가계의 경기전망이 다소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계의 향후 경기판단은 지난 12월을 저점으로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국내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다. (중략) 국내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과 가계의 순저축률 역시 동행한다. 국내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경제전반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가계 저축률 역시 함께 올라간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있다. 채권금리의 추가 하락보다는 경기회복을 반영한 금리 상승 전망이 확산되고 있고, 또한 국내 기업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국내 증시 역시 과도한 저평가 영역에서 탈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가계 저축률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 국내 소비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반등을 기다리는 중

아래 [그림6]에서 보듯이 국내 내구재 소비는 작년 4분기 -0.1% yoy를 기록,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전과 IT제품 및 스마트 폰, 자동차 판매 등이 부진한 것이 그 원인이다[그림7].

우선 내구재 소비 사이클은 바닥을 통과중인 것으로 보인다. 가계 소비심리 조사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내구재 소비지출에 대한 전망은 지난 12월까지 하락한 이후 2개월 연속 90에 머무르고 있다. 추가 하락 여지는 매우 낮다고 보여진다. 특히 가계 저축률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내구재 소비 사이클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제품별로 보더라도 IT제품 및 스마트 폰의 경우는 올해 새롭게 출시될 제품들이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와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료되면서 하반기에 자동차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발표가 되면 자동차 판매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올해 수출과 투자가 경기를 이끄는 요인이라면 소비경기 바닥통과는 경기 흐름을 조용히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의 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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