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4

(보고서) 인플레이션에서 유가 상승세가 빠지면

(※ 한화투자증권 보고서 주요 내용이다. 사실 경제지표에 대한 정치인의 발언 내용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단적인 예가 "낮은 금리" 같은 것이다. "낮은 금리를 원한다"고 했을 경우 그것이 금리 인하를 희망한다는 것인지 금리 인상을 천천히 하자는 것인지, 금리 인상을 하되 횟수를 적게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실질금리를 낮게 유지하자는 것인지.... 결국 아무 말도 아닌 경우가 많다.)

유가가 지난해 2월 시작한 상승세를 마무리하고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박스권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원유 가격은 배럴당 47~55달러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고, 평균적으로 50 달러 선의 흐름을 지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유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세도 이번 여름이면 마무리될 것이다.

유가의 상승과 연결해 생각할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그림2]에서 보듯이 미국의 물가는 2015년 저점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2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 2.1%에 도달했다. 그런데 유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아직까지 2%를 넘기지 못하고 횡보하는 중이다. 이는 현재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요소가 유가 상승임을 뜻한다. 따라서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75%를 기록한 유가의 상승세가 앞으로 꺾일 것을 고려했을 때 물가가 현재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추가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최근 금리는 떨어지고 주가는 횡보하고 있으며, 달러화 강세도 일단락됐다. (중략)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2.6%를 넘어서기도 했던 미국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12일 2.3% 아래로 떨어져 5개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S&P 500 주가지수는 3월 고점 대비 2% 하락한 수준으로 채권시장만큼의 조정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아직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금융시장의 조정은 중기적으로는 유가 상승 마무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효과가 소멸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케어’의 의회 상정 실패를 통해 알 수 있었듯이 트럼프의 경기부양 정책이 실행되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항들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 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미국 경제를 위해 달러 강세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다른 국가 통화들이 달러화에 비해 절하되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 발언으로 달러화 지수가 (중략) 낮아지고 있지만, 이 발언이 달러화의 장기적 약세를 유도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 남짓에 불과하지만 소비는 70%를 차지하는 경제 구조에서 수입품 가격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안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4월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이 환율 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되지 않을 것이라 언급하며 대선 공약 때 중국에 대해 강경하던 입장에서 물러났다. 다만 이는 기존에 예상된 변화인데, 한 국가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경제 전반에 제재를 가하는 것보다 상계관세로 무역에 국한해 제재하겠다는 입장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는 6월 상무부의 무역적자 종합보고서에서 환율 불균형(currency misalignment)에 대해 논의하며 미국에 대해 환율을 낮게 유지하는 국가들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에 대해서는 저금리 정책을 원한다며,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임기 후 재지명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저금리 정책을 원한다는 것이 ‘실제’ 금리 수준이 낮은 것을 원하는 것인지, 적정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원한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의 발언으로 미 10년만기 국채금리가 2.3% 아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2.25~2.75%의 박스권 전망을 유지하며 현재는 박스권의 하단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는 이 박스권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이 박스권 상단을 뚫을 만큼 강하지 않았고,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도 소멸되고 있다. 그러나 유가 자체가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크게 하락할 유인이 없으며, 경제가 그렇게 나쁜 상황도 아니다. 또한 트럼프가 저금리를 원한다고 해서 금리 정상화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리가 일시적으로 박스권 아래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추세적인 하락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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