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우호적 감정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인구 구조 변화를 놓고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너무 미워하다 보니 정이 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누구든 친근한 단어를 들이대면 복잡한 얘기도 왠지 친근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원리를 이용해 이런 저런 어설픈 전문가들이 이른바 "일본화(日本化)"를 외친 것이 이런 현상을 가져온 것 같다.
즉, 인구 구조나 경제 발전 양상을 감안할 때 한국은 결국 일본 경제가 걸어온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유사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은 나라는 많다. 그들이 다 일본 경제처럼 된 것은 아니다. 유사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고도 거기서 오는 단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견고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인구 구조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경제는 인구 구조라는 어쩔 수 없는 요인 하나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 훨씬 많은 요인들이 있으며 그 가운데 많은 것은 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한국이 유치한 직접투자 잔액,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잔액을 각각 세계 총액에 대한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점선은 PPP 기준 한국 1인당 GDP의 세계 전체 비중이다. 그림에서 보듯 한국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있다. 나는 이 경우 "유입"이라는 수동적인 표현보다 "유치"라는 능동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 가만히 있는 곳에 투자가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한 것은 투자를 꺼리는 것이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에 얼마나 적극적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이 어쩌면 일본화를 걱정하고 운명처럼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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