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쉴러 P/E 그리고 버블소동》
1. 쉴러 P/E, 그리고 버블 논란
죄송한 표현이지만 가끔 경제학자중에는 놀랍도록 돈을 잘 버는 능력을 가진 분들이 있다. 그 중에 원조는 아마도 케인즈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 유명한 분이 케인즈주의를 미국에 도입한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일 것이다. 미국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사무엘슨은 하바드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당시 분위기에서 유대인인 폴 사무엘슨은 하바드 취직이 거절당한다. 그래서 MIT에 자리를 잡고 복수심에 불탄 폴 사무엘슨은 MIT를 세계최고의 경제학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결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후 MIT 경제학과는 눈부신 성과를 이룩한다. 특히 통화정책 쪽으로 오면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현 유럽 중앙은행 총재 모두 MIT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일반인에게 유명한 폴 크루그먼 교수도 MIT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다시 사무엘슨으로 돌아가자. 이 분은 참 재미있는 일화가 많지만 그 중에서 주식시장과 관련한 내용도 많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효율적 시장가설의 주창자인 사무엘슨의 유명한 코멘트는 1966년 뉴스위크지에 실린 내용이다. 그 기사에서 폴 사무엘슨은 “주식시장은 5번 경기침체가 발생한 지난 시절 9번을 예측했다”라는 유명한 코멘트를 남긴다. 즉 시장의 가격 변동성은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꼬집은 내용이다.
한편 효율적 시장가설을 주창한 사무엘슨은 그 어떤 위대한 펀드매니저도 주식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워렌 버핏과의 논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사무엘슨은 자신의 투자를 버핏에게 맡기는 유연한 뻔뻔함(?)도 보여준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도 천재는 시장을 이길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천재를 알아보는 눈이라는 뻔뻔함과 대담한 주장으로 다시 한번 주위를 놀라게 한다. 아무튼 대단하신 분이다. 이 분의 뻔뻔함과 대담한 천재성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한번 다뤄볼까 한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사실 오늘의 주제는 쉴러 P/E에서 촉발되고 있는 버블논쟁의 실체다. 주식시장의 경기 예측 능력의 정확성을 믿는다면 결국 버블은 꺼질 일만 남았고 2018년은 매우 우울한 경기침체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튼 그 쉴러 P/E를 만든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쉴러 교수는 사무엘슨 이래 주식시장에 관심도 많고 그로 인해 유명해진 예일 대학의 경제학자다.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책으로 2000년 닷컴 버블을 예측하고 2000년대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붕괴를 미리 알린 공로로 구루의 반열에 드신 분이다. 최근 들어 노벨 경제학상도 수상하셨으니 이론과 투자실무 모두 성공하신 분이다. 공교롭게도 이 분도 MIT에서 경제학 박사를 하셨다.
이 분이 만들어 유명해진 밸류에이션 지표가 쉴러 P/E, 혹은 CAPE(Cyclically adjusted price-to-earnings)라는 지표가 있다. 이것은 기존의 P/E가 과거 12개월 혹은 향후 12개월 어닝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어닝 변동성에 따라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당이익을 10년 평균해서 사용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현재 쉴러 P/E는 31.3배로 과거 1881년 이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당연히 이것을 보면 미국 주식시장은 붕괴가 임박한 듯 보이고 경기는 침체로 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과연 그럴까?
2. 비이성적 과열이 없는 미국 밸류에이션 상승은 배당성향이 높아진 결과
최근 미국 시장에서 P/E의 상승은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배당성향의 상승이 가져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해설도우미 참조). 미국 시장의 배당성향은 2011년 35.1%에서 올해 51.3%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미국의 P/E는 당해 년 이익 기준 13.4배에서 22.1배로 증가했다.
한편 배당성향이 상승과 더불어 할인율은 어떠한가? 우리는 미국 나스닥 시장의 할인율을 구하기 위해 고든의 영구성장배당 모델이 아닌 3단계 배당할인모델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구한 할인율은 2017년 평균 7.3% 수준으로 2016년 평균 7.57% 대비 하락했으나 2011년 평균 7.0% 대비 오히려 상승했다. 과거 5년 평균 7.4%를 살짝 하회하는 정도다. 즉 할인율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미국 P/E의 상승은 미국 기업들이 투자 대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택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미국기업의 배당금액은 순투자 금액을 지속적으로 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만약 여기에 자사주 매입 금액까지 포함시킨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P/E의 상승을 과거처럼 과도한 낙관이 반영된 할인율 하락 현상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즉 비이성적 과열이 아니다.
3. 미국기업은 향후 실물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
결국 지금 미국 시장에서 비이성적 과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과잉투자상태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미국은 과잉투자가 아니라 과소투자 상태이므로 설령 주가가 급락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위축과 경기침체라는 경로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기업투자는 매우 저조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통과 가능성이 높은 세제개편안 이후 미국 기업투자 행태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금까지 자사주매입과 배당에 치중하던 미국 기업들이 투자금액에 대한 일시비용 처리를 포함하는 현재 세제개혁안이 통과되면 실물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쉴러 P/E로 촉발된 버블소동은 자연스레 진정될 것이다.
★
★
▶블로그 검색◀
▶최근 30일간 인기 글◀
-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 발전과 생성형 AI 등장으로 인해 방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해지며,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이 국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도 IT 데이터센터라는 시설은 있었으나, AI용 데이터센터는 "대규...
-
인공지능(AI)에 관한 기사를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읽어도 이상하지 않게 쓰기 위해 책과 문서 등을 열심히 읽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AI 관련 책은 주로 그 뛰어난 능력과 그로 인해 인류가 누릴 혜택,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정...
-
좀비기업은 스스로 생존할 능력이 없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 좀비기업을 판별하고 제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다. 물론 퇴출되는 기업의 창업주나 최고경영진 뿐 아니라 투자자와...
-
중국은 2023년 기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신규 설치 대수와 누적 가동 대수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로봇밀도 역시 급격히 증가하여 세계 3위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중국 로봇 시장의 급격한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방위적인 정...
-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에 관한 애정하는 iM증권 이상수 연구원의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관세를 넘어 새로운 OEM으로 (외형 확대와 미래 전략의 조화)』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 주요 내용을 소...
-
2025년 6월, 일본은행 금융연구소는 금융회사의 인공지능(AI) 활용과 관련된 법적 리스크 및 AI 거버넌스 체계 구축의 기본 방향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금융기관이 AI를 개발하거나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과 ...
-
(※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 주요 내용) 1. 바이오의약품 산업 전망 ■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이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진단키트와 K방역 수준이 높게 평가되면서, 향후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
(※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공유) ■ 공공기관 이전 개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사업은 지방에 혁신도시를 조성하여 수도권에 소재하는 공공기관을 집중적으로 일시에 이전함으로써...
-
(※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 가운데 주요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보고서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모든 전망 보고서의 경우 줄곧 강조하는 것은 숫자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숫자에 이르는 과정이다. 경제성장을...
-
(※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보고서 원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국가의 사회감시 체계 현황과 주요 쟁점』이다.) 《디지털 감시기술 현황》 최근 美 카네기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KoreaViews
fb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AI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국제금융센터
인공지능
아베노믹스
한국은행
가계부채
가상화폐
블록체인
환율
원자재
외교
암호화페
중국
미국
북한
반도체
외환
한은
인구
생성형AI
자본시장연구원
증시
논평
에너지
정치
하이투자증권
금리
코로나
연준
산업연구원
주가
트럼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일본
한국금융연구원
일본은행
채권
한국
BOJ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회입법조사처
미중관계
자동차
칼럼
AI반도체
ICO
KIET
인플레이션
BIS
IBK투자증권
IITP
KIEP
NIA
로봇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전기차
지정학
TheKoreaHerald
로봇산업
무역
분쟁
브렉시트
스테이블코인
현대경제연구원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NBER
OECD
iM증권
공급망
관세전쟁
대신증권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신용등급
원유
원자력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중앙은행
휴머노이드
ECB
EU
FT
IBK기업은행
IEA
KDB미래전략연구소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고용
관광
광물
국제금융
규제
금
금융
기후변화
달러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흥국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르헨티나
에이전트AI
엔
연금
외환시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통계
패권경쟁
피치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GI
ASI
BOK
Bernanke
Bruegel
CBDC
CEPR
CES2025
DRAM
DeepSeek
ESG
GENESIS
HBM
IPEF
IRA
ITIF
KDI
KIF
KISTEP
KOTRA
MBC라디오
NARS
NIPA
NIST
NYSBA
ODA
RSU
SMR
SNS
SPRi
WEF
Z세대
stablecoin
日銀
가상자산
거시경제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과학기술
관세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제질서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금융연구원
기준금리
나라경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데이터센터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자산
디지털트윈
디플레이션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리콴유
말레이시아
매킨지
머스크
멕시코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보스톤연은
복수상장
부실기업
브뤼겔연구소
블룸버그
사법부
사회
산업용로봇
삼프로TV
석유화학
세계경제포럼
세종연구소
소고
소비
소통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수출입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양자기술
양자정보과학기술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팅
에그플레이션
에이전트형AI
엣지컴퓨팅
예금보험공사
오피니언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의회정보실
이란
이스라엘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자율주행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좀비기업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초인공지능
초지능AI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키신저
테슬라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파이낸셜타임스
팬데믹
포퓰리스트
포퓰리즘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지컬AI
하나금융연구소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
홍콩
횡재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