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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끈질기게 되풀이되는 내외금리차 논란 망령

(칼럼)-끈질기게 되풀이되는 내외금리차 논란 망령

(※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로이터) 유춘식 기자 - 한국 정책금리가 미국보다 낮고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제 투자 자금은 곧 한국을 떠날 것이며, 이는 원화 폭락과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져 한국은 외환위기에 직면한다.

이것이 내외 금리 역전 폭 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시나리오다. 1997년을 비롯해 여러 차례 외환위기를 맞았던 한국으로서는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미국(1.75~2.00%)보다 낮은 1.50%로 유지한 직후 열린 이주열 총재의 기자회견에서도 금리 역전 폭 확대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 총재는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역전 폭 확대로 자금 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늘 경계를 하고 있다"면서도 그럴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다.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 금리 역전 폭 확대와 자금 유출 상관관계

어느 나라도 외환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금리 역전 폭 확대가 외환위기의 유일한 원인이 된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만성적인 대규모 국제‧재정수지 적자, 정부 정책의 신뢰 상실, 외환보유액보다 큰 외채 부담 등 다른 요인이 더 중요하다.

국제수지표 가운데 분기별 외국인 증권투자와 기타부채 증감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년 동안 한‧미 정책금리 차이와 자금 유출입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이 기간에 정책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0-2001년 및 2005-2007년 등 두 차례가 대표적이다.

자금 움직임을 보면 2001년에는 소폭 유출을, 2006-2007년에는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100BP 가까지 낮았지만 대폭 유입을 기록했다. 2008년 가을 미국 금융위기 발발 당시 4분기에만 530억달러가 빠져나갔지만, 당시 한국 정책금리는 미국보다 300BP나 높았다.

2013년 2분기와 2015년 후반에도 자금이 꽤 큰 규모로 빠져나갔지만 당시 한국 금리는 100-200BP 높았다.


▲ 외환보유액과 대외 지불 부담이 핵심

결국 금리 격차만 보고 국제 투자자들이 자금을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단기 금융지표는 대외 지불 능력과 관련된 것들로, 결국 외환보유액 규모와 단기외채, 경상수지 등이다.

단기외채는 절대 규모도 중요하지만 외환보유액과의 비교가 더욱 중요하다. 외채가 많아서 좋을 것은 없지만 외채란 조선 수주 활황이라든지 기타 건전한 경제활동에 따라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 규모만 볼 필요는 없다. 빚이 많아도 갚을 여윳돈이 넉넉하면 된다.

지난 2008년 4분기에 530억달러라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에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이라는 충격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당시 한국의 단기외채는 1년 넘게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반대로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결국, 단기외채의 외화보유액 대비 비율은 2007년 초 55% 수준에서 2008년 3분기 말 80%에 육박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대외건전성 강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단기외채를 줄이고 외환보유액은 꾸준히 확충해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급격히 낮아졌다.

외환보유액은 2008년 3분기 말 2400억달러 수준에서 최근에는 4000억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매달 갈아치우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70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이 꾸준이 늘고 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현재 30%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 국제 신뢰도와 미국 연준 통화스왑

지난 2008년 대규모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지 않았던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한국을 통화스왑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이후 자서전에 따르면 연준은 한국 등 대규모 미국 국채 보유국의 외환 부족 사태가 미국 국채 급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결국 미국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당시 한국 측 관료들 발언 등을 종합하면 외환보유액을 어느 정도 규모로 유지해 미국 국채 보유액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한편 미국과의 경제 외교 채널 확보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후 연준과의 통화스왑 계약은 종료됐지만, 한국은 중국과 통화스왑을 유지하는 한편 세계 6대 기축통화국에 속하는 스위스 및 캐나다와 통화스왑을 체결해 유사시 활용할 수 있는 보호막 얼개를 짜 놓은 상황이다.

물론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 만능주의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1997년 가을 서울 주식시장이 연일 하락하고 있을 때도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견조한 펀더멘털' 덕분에 증시 하락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최소한 널리 입증된 지표를 볼 때 한국의 대외지불능력은 역대 최강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수지도 세계에서 가장 건전한 편에 속한다.

다만, '견조한 펀더멘털'이 투자자들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막겠지만, 그것만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을 불러들일 수는 없다. 안전장치는 되겠지만 먹거리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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