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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둘러 막 내린 한은 긴축 사이클의 초라한 뒷모습

(※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로이터) 유춘식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는 있지만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먼저 행동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18일 금리 인하는 '과감' '이례적' 등의 수식어로 표현되고 있다.

국내 채권 가격은 전 구간 랠리를 펼쳤고 원화는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의심되는 가운데 강세로 마감했다. 반면 서울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한은의 행동이 그만큼 엄중한 향후 경기 전망을 반영했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영향이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한은에 이어 몇 시간 뒤 역시 미국 연준의 행동을 기다리지 않고 금리를 내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바라보는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를 재확인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최근 상황이다.

그런데 한은의 전격적이고 과감한 행보가 지난 2년간의 한은 통화정책에 관한 모든 의문을 해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결정은 단 두 번의 인상으로 막을 내린 한은의 최근 긴축 사이클에 대해 이전부터 제기됐던 의문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었다.

▲이례적으로 빠른 전환


한은은 1999년 5월부터 통화량 대신 정책금리 목표를 정하는 방식으로 정책 운용 방식을 변경했다. 그로부터 20년간 한은이 금리 인상에서 인하 기조로 전환한 것은 올해를 제외하면 네 번이었다. 긴축이든 완화든 영원한 것은 없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네 번의 사이클 전환 중 2001년 초반과 2008년 후반의 사례는 각각 닷컴 버블 붕괴와 미국 투자 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이라는 초대형 사건으로 인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은은 2001년 초에는 금리를 인상한 지 단 4개월 만에, 그리고 2008년 후반에는 단 2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

남은 두 번의 완화 사이클 전환은 마지막 인상 이후 각각 12개월과 1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번에 한은은 지난해 11월 말 금리를 인상한 이후 8개월도 되지 않은 18일 금리를 인하했다.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기조를 바꾼 것이다.

한은은, 그리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엄청나게 심각한 위기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감지한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의 경기 상황은 이미 지난해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고 신호가 나오고 있었다.

▲다음 인하가 진짜 인하


통계청 경기 지표와 인플레이션 추이를 보면 지난 두 차례 한은의 금리 인상은 여러모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당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속적으로 하강하고 있었고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 2%를 대체로 밑돌고 있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인상하면서 "국내 경제는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이 지속되었으나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목표 수준 내외를 보이다가 다소 낮아져 1%대 중ㆍ후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수출은 전년 대비 감소가 확실시됐고 실제로 11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당시 금통위도 인플레이션이 가속하는 것이 아니라 둔화한다고 예상했지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키워드는 단연 금융안정이었다.

금융안정이 정확히 어떤 지표를 보는 것인지 한은은 확정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려면 주택 시장을 최대한 억누를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상승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런 설명대로라면 한은의 지난 두 차례 금리 인상은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이 한 두 번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당국자들도 인정하는 점이다. 실제로 주택가격은 현 정부 들어 고공 행진을 하다가 정부의 직접적인 대출 억제책으로 가까스로 상승을 멈춘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통화정책 체계는 물가 목표제가 아니라 아파트 가격 목표제라는 말도 나오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는 하지 않아도 됐을 지난해 11월 인상의 되돌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라면 다음 인하가 처음 인하인 셈이다.

18일 한은의 금리 인하 이후 국고채 수익률은 전 구간 하락했고 지표물인 10년물 수익률은 이미 지난 두 차례 금리 인상 이전인 2016년 10월 수준으로 먼저 가 있다. 한은의 최근 긴축 사이클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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