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주요 내용)
1. 성장률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
나라 살림을 꾸리는 정부입장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곳곳에 장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경기 하강이 본격화된 2018년 하반기 이후 2019년 상반기까지 평균성장률은 2.1%를 기록, 외형만 놓고 본다면 선진시장 1.8%보다 양호하다. 그러나 정부 지출을 제외한다면 형편없다고 볼 수 있다. 부문별 성장의 기여도를 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단 정부지출을 제외한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평균 -0.9%p에 그친다.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측정해 보면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는 2018년 3분기 이후 현재까지 평균 -0.9%를 기록하며 감소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내수 성장이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그 어렵다던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이처럼 성장률 착시현상으로 인해 경기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본질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면 국내 경제는 장기침체의 문턱에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를 측정하는 GDP는 소위 내수 부문인 소비와 투자에 대외 부문인 순수출(수출-수입)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통상 한국 경제는 내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벌어서 국내 소비와 투자를 꾸려가야 한다. 그러나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심각하게 단절이 일어나면서 국내 경제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수출이 잘된다고 해서 국내 투자와 소비가 자연스레 좋아지는 낙수효과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글로벌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두 가지 구조적 요인이 한국의 내수부문 장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첫째 한계에 달한 투자효용으로 투자 부문이 구조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앞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설비투자는 마땅히 투자할 산업이 없고 기존 산업이 아닌 새롭게 성장동력으로 등장하는 산업은 그렇게 많은 설비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아닌 경우가 많다. 건설투자는 국내 SOC와 민간 주택이 모두 포화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상승할 여력은 많지 않다. 둘째 해외 무역분쟁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결국 부메랑처럼 국내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2. 장기침체의 그림자가 만드는 인하 사이클
장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기준금리의 하한선에 대한 논쟁도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심리적 하한선으로 여겨지는 명목 금리 1%를 고집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국내 기준금리는 물가보다는 실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인 산출갭의 설명력이 더 유효하다. 현재 내년 전망치를 대입해서 산출갭을 구해보면 2020년 하반기까지 국내 산출갭은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을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7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단기간에 멈출 것 같진 않다. 최소한 2차례 이상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을 고려해본다면 2020년에는 기준금리 1% 이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마이너스 금리 하에서의 자산 수익률: 주식>부동산>채권>환율
현재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 스위스, 스웨덴, 유로존, 이스라엘 등 총 5개 국가이다. 시장금리 기준으로는 총 14개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들어간 후 주식, 채권, 환율,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간은 마이너스 금리로 들어간 시점부터 2년전을 기준으로 연간 수익률과 마이너스 금리 진입 이후 수익률을 계산해보았다. 예를 들면 2019년 6월 마이너스 금리로 진입했다고 하면 2년전인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연간 수익률을 계산한다. 1년전 수익률은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연간수익률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금리 직후 수익률은 2019년 6월 이후 현재까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14개 국가의 평균 수익률은 다음과 같다. 주식의 경우는 대체로 2년전 연간수익률은 평균 7.2%이나 1년전 연간 수익률은 -3.7%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진입 이후에는 평균 14.3% 상승을 기록했다. 채권은 마이너스 금리 진입 2년전 연간수익률은 -5.2%이나 이후 1년전은 4.8%,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 진입 직후에는 3.4% 상승을 기록했다. 부동산의 경우는 마이너스 금리 2년전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마이너스 금리 진입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환율의 경우는 마이너스 금리 진입 2년전에는 약세를 보였으나 마이너스 금리 진입 1년전부터 강세 전환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진입 이후에 가장 큰 강세를 나타냈다. 국가별 편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을 보면서 어떻게 잃어버린 20년 동안 아무것도 안할 수 있었지라는 의문이 요즘 풀리는 것을 보면 뭔가 알 수 없게 씁쓸하다. 그 기분은 뒤로하고 앞으로 마주할 지도 모를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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