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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금리 변동성, 금융시장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까?

(※ 삼성선물 보고서 내용 중 일부)

금리 변동성, 금융시장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까?

최근 저금리에 대한 자산시장의 의존도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금리의 절대수준이 매우 낮은 동시에 금리 변동성 또한 이례적으로 낮은 환경이 몇 달간 이어져오면서 금융시장 주체들은 금리 변수에 대한 경계를 접고 자산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 실질금리” 환경은 어떤 자산에든 투자해 놓지 않는다면 부의 실질적인 가치가 깎일 수 있다는 경계를 높이면서 거의 대부분 자산들의 가격을 올려놓는 결과를 야기했다.

금융시장의 높은 금리 의존도는 지난주 단기적으로 나타난 시장 충격에서도 보여졌다. 지금까지 제한적 범위 내에 머무르던, 상방보다는 하방 압력이 우세했던 미국 국채금리가 지난주 러시아 백신 소식 및 미국 물가 반등 소식에 갑작스럽게 상승 전환하면서 저금리 의존도가 특히 높았던 금 가격과 나스닥의 큰 폭 조정을 가져왔던 것이다. 이어서 미국 장기물 입찰 결과가 다소 부진했다는 소식은 10년 이상 장기물 금리들을 자극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을 긴장시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무리 신뢰도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러시아 백신 등록 소식이 촉발한 서구권 국가들의 백신 개발 가속화 기대와 물가 회복 데이터들은 경제의 정상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긍정적인 소식들이다. 하지만 해당 소식들이 금리 상승을 촉발해 오히려 자산가격 조정을 야기했던 지난주의 현상은 예상보다 빠른 경제 정상화나 백신 개발, 더 나아가 확장적 재정정책이 수반하는 국채공급 확대가 자산시장에 마냥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 수 있음을 한 켠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듯 하다.

아직은 절대 금리 레벨이 낮아 지난주 금리 상승이 자산시장 가격 전반의 조정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지만, 만일 시장에서 금리 레벨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에는 연준의 금리안정 의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상당한 폭의 자산가격 조정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금융시장에서의 심리 훼손은 결국 실물경제 참가자들의 심리 훼손과 맞물릴 수 있으며(증시 조정은 회사채 크레딧 스프레드 상승과 함께 나타남) 이는 경기 회복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정부 지출이 경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채발행에 의한 금리상승, 다른 말로 구축효과가 재정정책의 효과를 깎아내리게 된다면 경기회복 속도는 더욱 느려질 수 있다. 여기에서, 연준의 명확한 정책목표 및 포워드 가이던스, 소통의 중요성이 설명된다. 코로나 이전부터 연준 내부에서는 물가목표 달성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도입하고 있는 “2% 물가 목표제”의 형태를 거론했었다.

이 목표가 금융시장으로 하여금 마치 2%가 연준이 용인하는 “상한선”이라는 인식을 심었고, 이에 실제 물가가 2%에 도달하기도 전에 금융시장이 긴축 경계를 세우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시장금리 상승이 결국 기대물가의 추가적인 회복을 가로막았으며, 계속해서 낮아진 기대물가가 결국 실제 물가의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연준이 물가 목표를 “2% 오버슈팅 용인 또는 유도” 의미를 담은 형태로 바꾸고자 하는 이유는 금융시장이 연준의 의도보다 선제적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해가지 않게끔, 긴축 경계를 지나치게 빨리 세우지 않게끔 소통해 과거의 목표달성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자 함에 있다. 아직 경기 정상화가 요원한 환경에서 장기금리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경우에는 지금의 기대물가 상승 추세가 다시 꺾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시장금리 상승을 마냥 용인한다면 연준 정책목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고 재정정책 효과가 구축효과로 깎일 수 있다는 보수적 전망이 늘어날 수 있다. 기대물가 회복 흐름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준은 시장금리들을 낮고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고자 나설 것이다. 환경 변화에 따라 연준의 금리안정 의지가 약해질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벌써부터 들게 하면 안된다.

사실 이미 낮은 수준인 국채금리 추가 하락 가능성에는 쉽게 무게 두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이에 연준이 앞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연준은 경기나 물가 기대, 국채발행 등이 금리상승 요인으로 떠오를 때 명확한 정책목표와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자산매입 정책 활용도를 높여 잠재적 금리상승 압력을 제어하는 방식을 통해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 만일 그 결과, 기대물가 추가 상승 와중에 명목금리 상승이 제어된다면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유지되거나 더 낮아지면서 금융시장과 경기를 추가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연준은 정책 정상화 이전에 경기 및 물가 과열을 유도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 과열도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인 폭의 금리 상승과 시장 조정이 있을 순 있지만 길게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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