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9월 위기설이 잔잔하게 떠돌고 있다. 심지어 연례협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방문단장은 "한국은 나름의 취약성은 있지만,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이어 "현재 보유한 외환도 발생할 수 있는 충격에 대비하기에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질문 주제의 의도와 답변자의 발언 내용이 다소 결이 다른 느낌이다. 현재 한국에서 말하는 이른바 위기설은 외환 부족 사태에서 오는 국가 부도 수준의 위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텐데, 답변자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답한 것이다. 따라서 그가 한국은 금융위기 가능성이 없다고 한 것이 "전혀 아무 문제 없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필자도 9월 위기설과 관련해 그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는다. 따지고 보면 2008년 9월 리만브러더스 파산을 기점으로 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위기"라는 단어 앞에 무슨 말을 넣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정도로 이른바 위기의 상시화 시대가 되었으므로, 9월 위기설이 말이 안 된다고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딱히 9월을 놓고 보자면 변동성은 커질 수 있는 요인이 없지 않다. 우선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는 10월에 시작하므로 9월에 한 해를 마감한다. 일본과 영국 등의 회계연도는 4월부터 3월까지여서 9월에 반기를 마감한다. 많은 금융회사는 9월에 1년이나 반기를 마감한다. 게다가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9월에는 분기가 끝난다. 따라서 변동성은 커질 수 있는 구조다.
한국에서 9월 위기설의 배경이 되는 부분은 코로나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채무자들의 채무 원금이나 이자 상환을 대거 유예시킨 조치가 끝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등 당국에 따르면 이 부분도 이미 '대응'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자율 결정 형태로 차주들과 채권기관들이 이미 상환 재조정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진한 부동산 관련 업계 동향 때문에 크레딧 시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다. 이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에서는 『9월 위기설과 자기실현적 예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의 결론 부분을 소개한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인 증권사 PF 익스포저 5.2조원의 73%인 3.8조원이 만기연장을 진행한 상황이다. 사업단계별로 구분하면 브릿지론 사업장이 3.7조원 중 3조원, 본PF 1.5조원 중 8,000억원이 만기 연장되었다. 다른 금융권들 역시 만기 연장을 통해 손실을 이연시키는 상황이다.
만기 연장을 통해 손실 확정을 이연시키다보면 당장의 유동성 리스크가 제한되나, 연장된 만기 시까지 부동산 경기 및 사업성 회복이 어려울 경우 이자부담 가중으로 손실 규모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 다만, 최소한 시장에서 우려하는 ‘9월 위기’처럼 당장의 유동성 리스크가 일시에 터질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레고랜드의 상흔을 회복해가던 유통시장 분위기가 금주 들어 악화되는 모습이다.
PF ABCP 유통 금리는 주간 기준 A2급이 11.8%까지 상승했다. A3급 8.62%를 상회하는 금리 수준이다. 시장 심리 위축으로 A3 등급에선 일부를 제외하고 거래 체결자체가 어려워 평균 유통금리 산출 시 발생한 왜곡으로 해석된다. 8월 A2 등급 월간 평균금리는 6.9%, 거래량 2.5조원으로 2022년 8월 각각 4.06%, 5.3조원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절반을 하회하는 반면 금리는 약 290bp 상승했다.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 우량 사업장일지라도 차환발행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고금리 장기화 및 지방/투자용 부동산 수요의 미진한 회복세를 고려할 때 PF 경계감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9월 위기설’과 같은 과도한 우려가 지속될 경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