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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페론주의 폐해 속 아르헨티나, 이번엔 극단 성향 초보 정치인 대통령으로 뽑아

지난 11월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 야당 연합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의 최종 승리가 확정됐다. 야당 연합인 자유전진연합(Liberty Advances)의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당 대표가 집권여당 연합 조국을 위한 연합(Union for the Homeland)의 후보 세르히오 마사 현 경제부 장관에 득표율 11.91%p 격차로 승리(밀레이 55.95%vs. 마사 44.04%, 개표율 86%)한 것이다. 한편, 1차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총선거에서는 집권여당 정의당이 주도하는 여당 연합체인 조국을 위한 연합이 상·하원 모두 득표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아마 최근 20-30년간 역사만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처지를 못 봤다고 할 정도로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한국의 장마철 날씨 상황 만큼이나 좋지 않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한때 세계 선진국 경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부유했던 아르헨티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포퓰리즘' 정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980년만 해도 미국 1인당 GDP의 49%에 달하는 경제 성적을 기록했으나 하강과 횡보를 거듭하면서 현재 33% 수준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한국의 미국 대비 1인당 GDP는 불과 17%에서 71%까지 상승했다. 

이번 아르헨티나 대선 결과에 대한 향후 여파 등을 국제금융센터가 정리한 내용이다. 우리가 아르헨티나 경제 및 금융 상황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지금 전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자칫 한 나라가 위기에 처할 경우 나비효과처럼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출처: www.lemonde.fr)

[평가] 최악의 경제난 속 현 정권에 대한 책임론이 반영된 결과. 시장에서는 재정건전성 개선 기대와 함께 외환시장 혼란 가중, 브릭스 가입 철회 가능성 등을 우려

▣ (경제 심판론) 밀레이의 당선 배경에는 오늘날 아르헨티나가 직면한 극심한 경제난에 대한 현 정권의 책임론이 작용
  • 1차 대선 1위에도 불구하고 당선에 실패한 마사는 페론주의 좌파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선거 캠페인 중 무상 대학교육 유지, 의무 공교육 확대, 보건예산 증액 등의 선심성 공약(포퓰리즘)을 남발해 젊은 유권자들의 반감을 일으켰다는 평가
  • 페론주의 = 페론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으로 정부 주도의 광범위한 무상 복지를 가리키는 정치·경제 체제를 의미
  • 금번 대선 결선 결과는 세 자릿수 물가 상승률과 쌍둥이 적자 심화 등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기성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
  •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 상승률(yoy)은 `23.2월 이후 9개월 연속 100%를 웃돌고 있으며 10월에는 32년 만에 최고 수준인 142.7%를 기록
  • 현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무분별한 화폐 발행을 통해 재정 적자를 보전. 시장 컨센서스는 금년 재정 적자가 GDP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며 경상 적자도 -2.9%로 악화 전망. 아르헨티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3년 -2.6%에 이어 `24년에도 -1.0% 역성장 예상
  • 시장에서는 밀레이 당선자의 정부 재정 균형 의지 등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하나, 초선 의원으로서 3년의 짧은 정치 경력과 그가 속한 정당 연합이 의회 다수당이 아닌 점 등을 감안할 때 정책 추진을 잘 해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상존
  • 다만, 과거 긴축 캠페인에 따른 보조금 삭감이 실업률 상승 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감소시켜 경제를 더욱 불황으로 몰아넣은 바 있음

▣ (외환시장 혼란) 중앙은행 폐쇄, 페소화 폐지, 공용통화로 달러화 채택 등 밀레이의 공약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나, 이의 현실화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외환시장 혼란을 한층 가중시킬 가능성
  • 밀레이는 중앙은행(BCRA)이 물가통제 역할을 제대로 못한 데다 화폐를 무분별하게 발행하는 기관으로 차라리 해체하는 편이 낫겠다고 주장
  • 중앙은행은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1월 이후 정책금리(LELIQ7-Day Notes Rate)를 133%로 총 97%p 인상했으나 물가압력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11.17일기준)
  • 더불어, 밀레이는 화폐로서 페소화의 기능이 이미 무력화 되었음을 지적하며 집권 즉시 달러화를 공용통화로 채택하겠다고 선언
  •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달러대비 354페소로 작년 42% 절하된 데 이어 금년 50% 추가 절하되며 주요 신흥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약세를 시현. 비공식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페소화 환율(Blue dollar)은 800을 상회해 공식-비공식 환율 격차가 2.5배에 육박(11.17일기준)
  • 그러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수준을 감안할 때 달러를 도입할 여력이 없다는 평가
▣ (외교노선 변화) 내년 정식 회원국 가입 이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브릭스(BRICS) 가입을 철회할 가능성이 커짐. 외교 노선은 親미국·反중국 움직임이 강화될 가능성
  • 밀레이는 자유무역을 강조하며 중국, 브라질, 메르코수르(남미 4개국) 등과의 교역에 비판적 입장을 수차례 피력. 지난 8월 현 정권에서 추진시킨 브릭스 회원국 가입도 반대
  • 브릭스는`10년 남아공 이후 십수년간 신규 가입국을 받지 않다가 최근 아르헨티나를 비롯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 UAE 등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 이들 국가는`24년 1.1일부터 정식 회원국 자격을 얻게 됨
  • 밀레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정학적 우군(geopolitical alignment)이라 칭하는 한편,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발언을 많이 해 향후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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