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달러/원 환율 상승은 지난해 후반 기관 대부분이 전망하던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 인플레이션은 예상대로 서서히나마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기울기가 예상보다 완만한 데다가 미국 노동시장 지표가 생각보다 강하고 중동을 필두로 한 지정학적 요인 등이 가세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관한 전망이 미뤄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 관련 불안감이 한국 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최근의 사정을 반영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이전 전망보다 각각 30원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이 하향 추세를 보이리라는 전망은 유지했다.
이 보고서(『달러원 업다운: Next Level을 찾아서』)에는 환율 전망 수정 이외에도 흥미로운 분석 내용을 담고 있다. '중장기 수급 전망과 균형환율 추정'이라는 부분인데, 결론적으로 지난 2010년대 평균 1130원대를 기록했던 달러/원 환율의 2024~2026년 3년간 평균 균형 수준을 추정한 결과 100원 이상 높은 1233원으로 추산됐다는 내용이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중장기 수급 전망과 균형환율 추정
1) 향후 달러 수급 여건 종합
전통적인 달러 공급 경로였던 상품 채널로부터의 달러 공급은 교역조건 악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을 반영해 팬데믹 이전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반면 해외자산 확대에 따른 소득 증가가 상품 채널로부터의 달러 공급 감소를 일부 방어하는 흐름이 예상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및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에 기조적으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①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직접투자가 꾸준히 확대될 것이고 ② 팬데믹을 지나며 연기금과 기관에 이어 3각 구도를 이룬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선호도가 달러 수요를 지지할 전망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연준을 필두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2010년대 높은 유동성 시대로부터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자산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장기간 Cheap Dollar의 시대가 일단락되면서 팬데믹 이전 대비 글로벌 달러유동성 축소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신흥국 디스카운트로 은행대출 및 채권발행을 통한 달러 조달 여건이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국내 자금시장의 급격한 유동성 축소 조짐은 관찰되지 않으나 긴축 장기화에 따른 조달 비용 및 이자 부담 확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차원에서 달러화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전망이다. 2010년대 대비 높아진 에너지 및 상품가격 결제를 위해 달러화가 더 많이 필요하고, 미-중 패권 갈등의 범위 및 파급 효과가 추세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미국향 투자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외에도 중동 전쟁 등 시시각각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안 없는 안전 피난처로써의 달러에 대한 수요를 강화한다.
2) 높아진 균형환율
중장기 달러 수급 전망을 반영한 균형환율을 추정하기 위해 행태균형환율 기본모형을 아래와 같이 변형했다. 기본 모형에서 사용되는 변수인 1인당 GDP와 순대외금융자산 및 교역조건에 더해 한국과 미국의 실질금리차 변수를 추가해 최근 환율 변동의 설명력을 높였다. 2010년 이후 각 변수의 추이와 주요 기관 및 자사 전망을 적용한 향후 3년간의 추정은 아래와 같다[그림 27~30].
모델에 사용된 편더멘털 변수들이 시사하는 바는 결국 한국의 달러 수급이 팬데믹 이전 장기평균 대비 구조적으로 타이트해진다는 점이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가속화된 구조적 수급 변화로 달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감소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다. 이는 원화로 표시된 달러의 가격인 달러-원의 상방 압력 확대를 의미하는데, 이를 반영하듯 2024~2026년 향후 3년 평균 달러-원 균형환율은 1,233원 수준으로 팬데믹 이전 2010년대 평균 1,130원 대비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그림 31]. 즉, 향후 달러-원의 균형 수준(적정 수준, 일반적 수준 등)에 대한 눈높이 자체가 상향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2010년 이후 균형환율은 꾸준히 상승해왔는데 가장 큰 환율 상승의 드라이버는 순대외금융자산의 증가이다. 장기간 지속된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가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 가속화되면서 가장 크게 균형환율 상송을 견인했다. 또한 2010년대 대비 팬데믹 이후 구조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하며 우호적 교역조건이 견인하던 환율 하락의 효과가 축소된 점도 균형환율 상승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