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와 기술 발전 등으로 금리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와 생산 구조의 변화와 공급망 변화, 그리고 지정학적 충격 등으로 이런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자연이자율 관련 논의 상황을 소개하고 한국의 자연이자율 추이에 관한 연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연구 결과 대표적 시계열 방법론을 이용하여 도출한 우리나라의 자연이자율이 1% 미만의 낮은 수준으로 여전히 2010년대의 변동범위 이내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근 실질 기준금리는 대체로 중립적 수준인 것으로 판단되며, 안정된 자연이자율과 인플레이션 하락세 지속으로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필요조건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사진 출처: wallstreetmojo.com) |
■ 자연이자율 또는 중립금리는 중장기 시계에서 한 경제의 실제 GDP와 잠재 GDP를 일치시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단기 실질금리로 정의됨.
- Obstfeld(2023)는 자연이자율을 가격이 탄력적인 상황에서 실물경제의 상황만을 반영한 단기 실질이자율로,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초래하지 않는 단기 실질이자율로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으나, 다수의 문헌에서 두 개념은 혼용되어 왔음.
- 본고에서는 편의상 용어를 자연이자율로 통일하였음.
- 실질 기준금리가 자연이자율보다 높은 경우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낮은 경우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해석되나, 자연이자율은 직접적으로 관측되지 않는 변수이므로 시계열 모형, 동태적 일반균형 모형 등을 통해 간접적 추론만 가능함.
■ 고인플레이션 발생 이후 높아진 주요국 금리 수준이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저금리 수준으로 회귀할지,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며 자연이자율에도 상승 압력을 가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임.
- Summers 전 미국 재무장관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로 인한 저축 감소와 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 증가로 2010년대와 같은 저금리로 회귀할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였으나, Blanchard MIT대 교수는 기대수명 연장으로 인한 예비적 저축수요 및 안전자산 선호 지속 등으로 저금리 기조로의 회귀를 전망한 바 있음.
■ 미국 자연이자율 추정치는 최근 방법론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도출하고 있어 향후 자연이자율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을 노출함.
- 자연이자율 추정을 위한 시계열 방법론으로 대표적으로 Holston, Laubach, and Williams(2023), Lubik and Matthes(2015) 등을 들 수 있음.
- Holston, Laubach, and Williams(2023)은 잠재 GDP와 자연이자율이 포함된 準구조모형(Semi-structural model)을 구성한 뒤 칼만필터(Kalman filter)를 이용해 자연이자율을 추정하였음.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의 공급충격 및 변동성 확대를 반영하여 기존 Holston, Laubach, and Williams(2017) 모형을 확장함.
- Lubik and Matthes(2015)는 시변계수 벡터자기회귀모형(Time-varying coefficient vector autoregressions model)이 제시하는 장기 실질금리 전망치를 자연이자율 추정치로 제시함.
- 각 시점 직전 분기까지 추정된 모형 계수를 이용하여 시점별로 실질금리 장기 전망치(5년 후 기준)를 구하여 자연이자율 추정치로 제시하였음.
- Holston, Laubach, and Williams(2023)의 실질 자연이자율 추정치가 2022년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데 비해 Lubik and Matthes(2015)의 자연이자율 추정치는 2000년대 중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였음(<그림 1> 참조).
■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우리나라 자연이자율을 구한 결과 두 방법론 모두에서 1% 미만의 낮은 실질 자연이자율이 도출되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음.
- 분석 데이터로 실질 GDP, 소비자물가 상승률(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실질 기준금리, 옥스퍼드의 코로나19 정부 대응 엄격성 지수를 사용하였으며, 분석 기간은 1991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임.
- Holston, Laubach, and Williams(2023)에 따른 우리나라의 자연이자율은 2000년대 초 약 3% 중반 수준에서 팬데믹 직전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지며 장기 하향 추세를 보였음.
- 팬데믹 이후에는 고인플레이션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2022년 3분기 약 1% 초반 수준으로 상승하였으나 이후 다시 하락하여 2023년 3분기 현재 약 0.7% 수준임.
- Lubik and Matthes(2015)에 따른 자연이자율 추정치는 2021년 크게 하락하였다가 이후 증가세로 전환되었으나 여전히 마이너스( 0.5%)를 기록 중임.
■ 실질이자율 갭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실질 기준금리는 대체로 자연이자율 추정치를 하회하는 수준에서 유지되어 온 것으로 판단되나 최근에는 중립적 수준에 근접하였음.
- 실질이자율 갭은 실질 기준금리에 Holston, Laubach, and Williams(2023)의 자연이자율 추정치를 차감하여 구하였으며, 실질이자율 갭이 높을수록 긴축적 통화정책을 의미함.
- <그림 3>의 실질이자율 갭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 시의 통화정책 완화 및 위기 이후의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를 보여주고 있음.
■ 우리나라 자연이자율이 2010년대의 변동범위를 초과하여 상승하였다는 실증적 증거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며,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이는 실질이자율 갭의 추가 상승 또는 플러스 전환을 유도하여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필요조건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함.
- 자연이자율 추정 자체에 불확실성이 높고 팬데믹 이후의 데이터 길이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현재 자연이자율 추정치 수준 및 인구구조 변화, 성장률 둔화 등의 구조적 요인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자연이자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저금리 시기에 비해 유의하게 상승하였다는 증거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함.
- 여전히 낮은 수준의 자연이자율 및 인플레이션 하락세 지속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