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연방이 출범한 1963년 연방에 참여했던 싱가포르는 2년 뒤 연방을 탈퇴하고 독립국이 됐다. 이후 싱가포르는 독특한 정치·사회 체제 속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며 가장 소득과 생활 수준이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됐다. PPP 기준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2023년 128,349 달러로 말레이시아(36,940 달러)의 4배가 넘는다(IMF 통계 기준, 참고로 한국은 56,552 달러로 두 나라의 중간 정도임).
지난해 양국 정상이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하고 교류를 높이기 위해 특별 전담팀을 구성해 경제특구 설립을 연구하기로 합의하면서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 프로젝트가 급부상했다. 이어 2024년 1월 11일 양국은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 논의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본격적인 협정은 올해 9월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는 내 가족이 잠시 살았기에 나도 자주 갔던 곳이고 친구도 거주하고 있어서 이 프로젝트가 특히 관심을 끈다. 더구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경제 협력은 머나먼 미래에 남북한 사이에 경제 협력을 다시 얘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최근 몇몇 기업인들 모임에서 특강을 하면서 조호르-싱가포르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 관한 보고서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발간돼 여기에 소개한다.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란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Johor-Singapore Special Economic Zone, JS-SEZ)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나누는 국경 사이에 위치하며 두 국가 간의 경제 협력과 통합을 강화하는 경제 구역이다. 말레이시아 조호르주는 말레이반도의 남부에 위치해 싱가포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으로, 친기업정책과 투자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특별 경제구역인 포레스트 시티(Forest City)가 위치해 있다.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는 국가 내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해 특별 경제 규제가 적용되는 지리적 영역으로, 포레스트 시티 보다 자유로운 경제 정책과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 간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하고 교류를 높이기 위해 2023년 양국 정상이 특별 전담팀을 구성해 경제특구 설립을 연구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2024년 1월 11일 양국은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 논의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본격적인 협정은 올해 9월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달라진 세 가지 성공 요인과 주요 목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의 조호르 지역 경제특구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말레이시아 정부는 중국의 선전-홍콩 모델을 벤치마킹해 조호르주의 이스칸다르 지역을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잠정적으로 지연되다가 2021년 두 정부가 최종적으로 협상 타결에 결렬되면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 프로젝트와 과거 이스칸다르 지역 개발 프로젝트는 지리적으로, 개념적으로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UOB 말레이시아(United Overseas Bank Malaysia)에 따르면 두 프로젝트는 결정적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우선 과거 이스칸다르 지역 개발 프로젝트와 달리,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 정부가 모두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시행 중이다. 두 번째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교통수단이 개발되거나 개발 중으로 양국의 교통 연결성이 증대됐다. 마지막으로 2016년부터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투자 유입이 늘었는데, 특히 조호르주에 투자 유입이 증대돼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다. 인프라와 경제적 발전,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의 주요 목표는 비즈니스 생태계 강화, 원활한 인적 이동, 및 양국의 경제적 이익 활용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는 국경 간 비즈니스 생태계를 형성 및 강화를 목표로 기업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와 시설 개선 및 기업 유치를 위한 정책과 인센티브 마련할 계획이다. 원활한 인구 이동 목표를 실현하고자 대중교통 시설 개선 및 구축될 예정으로 이미 시공에 착수했다. 이와 더불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강력한 경제 관계를 공유하고 있으며, 양국에 이익이 되는 상당한 무역 및 투자 규모를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증폭시킬 기획이다.
관련 사업 현황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은 2024년 1월에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는 총 7가지의 이니셔티브가 포함되는데, ①원스톱 비즈니스 센터, ②여권 없는 출입, ③물류 디지털화, ④양국의 투자자 포럼 구축, ⑤재생 에너지 협력, ⑥숙련된 노동자를 위한 직업 훈련, ⑦양국 투자 촉진 행사 주최로 구성된다. 7가지 이니셔티브 중 일부는 아직 기획안 단계로 구체적인 안건이 나오지 않았으나, 실행 단계에 들어간 사업도 존재하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말레이시아 투자 촉진 센터(원스톱 비즈니스 센터)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에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기관 간의 투자 협력을 촉진하고, 조호르주에서의 비즈니스 및 투자 거래를 간소화하며, 경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투자 촉진 센터 조호르(IMFC-J)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8월 특별 금융 구역(SFZ) 지위를 부여받은 포레스트 시티에 위치할 예정이다. 이와 연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5 아세안 관광 포럼을 포레스트 시티에서 개최하기로 발표했다. 2025년 1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될 이 포럼은 향후 포레스트 시티의 잠재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이 된다. UOB 말레이시아에서 작성한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JS-SEZ)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도 양해각서에 명시된 투자자 포럼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보인다.
②여권 없는 출입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계획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육로 여행 시 출입국 심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권 없는 QR코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싱가포르에서는 시행 중인 정책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출입국 직원에게 여권대신 QR코드를 스캔해 개인정보를 제공해 출입국심사를 간소화할 수 있다. QR코드 발급 대상은 싱가포르에 처음 입국하거나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와 다른 여권을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발급이 가능하며 싱가포르 MyICA 앱을 통해 발급받을 수 있다. 단, 싱가포르 입국 시 사용한 적이 없는 여권은 입국 심사를 해야 하며 추후 방문 시 QR코드 발급이 가능하다. 위 내용은 싱가포르 시민권자, 영주권자, 장기 비자(FIN) 소지자, 및 외국인 방문객 모두 포함된다.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2024년 6월부터 육로를 통한 입국에서 QR코드를 도입하고 있고, 2024년 9월부터는 항공을 통한 입국도 QR코드만 있다면 여권 없이 입국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싱가포르인의 말레이시아 여권 없는 출입을 위해 말레이시아 연방 정부가 싱가포르와 유사한 QR코드 시스템을 구현할 것을 제안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③물류 디지털화
육상 검문소에서 화물 통관을 위한 디지털화된 프로세스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 비즈니스 연맹(Singapore Business Federation, SBF)에서 실시한 160여 개의 싱가포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는 운송 및 창고 보관의 해결을 희망하며 55%는 세금 규정 및 일관되지 않은 세금 분류의 어려움, 응답자의 48%는 더 신속한 화물 통관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원활한 상품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세관 및 국경 통관 절차 간소화, 세금 및 관세 정책 조화, 통합 운송 네트워크 및 물류 인프라 개발, 디지털화 및 전자 상거래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화물 통관은 현재 트럭 한 대당 15~20분 걸리던 통관 절차를 5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 연결성을 높이는 프로젝트
조호르-싱가포르 양해각서 이니셔티브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양국의 교통 원활한 인적 이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T자형 교통 통합 네트워크 건설이 추진 중이다. 남부 조호르 지역과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 및 포레스트시티를 T자형으로 연결해 지역 연결성을 높이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쿠알라룸푸르-조호르-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Kuala Lumpur-Singapore High-Speed Rail) 프로젝트와 경전철 건설(Proposed Light Rail Transit System) 프로젝트가 있으나 아직 제안 단계이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조호르-싱가포르 RTS(Johor-Singapore Rapid Transit System)가 있는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 국경을 연결하는 약 4km 구간의 경전철로, 6분 만에 조호르주와 싱가포르를 오갈 수 있으며 시간당 1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예정이다.
이는 조호르와 싱가포르의 교통 편의성을 크게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조호르와 싱가포르를 잇는 육로 조호르-싱가포르 코즈웨이(Johor-Singapore Causeway)는 매일 35만 명의 통근자가 이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육교이다. RTS가 설립된다면 육교의 혼잡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출국 및 입국 절차를 포함한 모든 출입국 수속을 출발역에서 할 수 있어 승객은 도착역에서 자유롭게 하차가 가능하다. 22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2026년에 완공될 예정으로 경제특구 아래 진행될 주요 인프라 중 하나이다.
투자 기회와 도전 과제
조호르주는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의 설립과 엔비디아, 에어트렁크 등 글로벌기업의 데이터 센터 개발의 급증으로 인해 부동산 부문의 주요 관심 지역이다. 메이뱅크(Maybank) 투자 은행에 따르면 경제특구의 설립과 함께 인구 증가에 따라 주택을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거용, 상업용, 산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조호르 주지사는 조호르 주민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에 따라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싱가포르 비즈니스 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10곳 중 9곳 이상이 조호르 지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비즈니스 연맹에서 싱가포르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숙련된 기술 인력 조달, 아직은 혼잡한 사람과 자원의 이동을 지연시키는 육로 교차 및 세금 문제 처리 및 규제의 어려움과 관련해 걱정을 표현했다. 조호르주의 숙련된 노동자 부족과 혼잡한 교통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걱정을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인지하고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경제특구가 더욱 구체적으로 설립되면서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각 나라의 주요 투자처이자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 이번 경제특구로 인해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2024년 7월 말레이시아 경제부 장관 라피지 람리(Rafizi Ramli)는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로 베트남으로 향하던 투자가 조호르와 싱가포르로 전환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하며 "조호르의 풍부한 자원과 비용적인 장점, 그리고 싱가포르의 숙련된 기술자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경제특구를 통해 조호르주의 전체적인 경제성장이 전망된다. 말레이시아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은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와 포레스트시티 같은 영향력 있는 프로젝트의 유치로 조호르주의 경제가 앞으로 1~2년 안에 다른 주들을 앞지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특구를 통해 물류의 디지털화가 실현된다면 싱가포르에 물류거점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과 싱가포르로부터 35km 떨어진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PTP)에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간 수출 시 더욱 간소화된 절차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물류 디지털화와 함께 관세 및 세금의 간소화 및 여권 없는 출국으로 더욱 효율적인 수송이 가능해져 글로벌 물류 허브인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우리 기업의 사업 확장도 기대가 된다.
자료 : MIDA, UOB, SBF, channelnewsaria, 현지언론, 말레이시아 정부 등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