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0년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출입하면서 주로 기준금리, 외환보유액, 국제수지, 무역수지, 수출입 등 거시경제와 국제무역 관련 기사를 쓰던 내가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인공지능(AI) 정책, 법률, 가이드라인, 위험 등에 관한 기사만 쓰게 됐다.
잘해보자는 마음에 닥치는 대로 읽기로 했다. 환갑의 나이에 입사한 터라 몸도 머리도 잘 움직여주지 않는데 입사한 직전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 AI Act) 통과라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법 원문부터 분석 보고서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틈틈이 일반인도 알 만한 책을 또 몇 권 읽었다.
워낙 책을 하나 사려면 사전 검색을 심하게 하는 터여서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안전하고 견고한 AI의 개념에 관한 책부터 국내에서 발행된 소버린 AI 개념에 관한 책까지 읽고 나니 조금 감이 잡혔다.
우선 이 책은 AI 업계 관계자거나 기술 자체를 잘 아는 과학자, 또는 엔지니어가 쓴 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저자인 에단 몰릭(Ethan Mollick·이선 몰릭)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부교수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The Unicorn’s Shadow: Combating the Dangerous Myths that Hold Back Startups, Founders, and Investors』라는 저서를 쓰기도 했고, 과거 스타트업 회사를 공동 설립했으며, 현재 여러 스타트업과 조직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 블로그 글에서 소개하려는 『Co-intelligence』는 AI와 AI가 가져올 변화를 어떻게 대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유익한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AI와 관련해서 우리는 흔히 AI의 놀라운 기능을 찬양하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세우는 글에서부터 AI는 인간이 하는 일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글까지 다양한 시선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마냥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반응을 갖는 건 모두 도움이 안 되며, 그저 AI가 지금까지 발전해 온 사실과 앞으로 당분간 변화하게 될 방향 등을 사실에 기초해 파악하고, 그런 가운데 어떻게 하면 AI와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내용이다. 물론, AI가 우리에게 혹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도 그냥 “같이하자”라고만 하라는 건 아니다.
AI가 지닌 기능을 우리 일과 삶에 활용하되 여전히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려면 AI에 관해 늘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 AI가 우리 일자리를 대체하리라는 보고서든,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못 하리라는 보고서든 어느 한쪽을 믿고 낙담하거나 안심하지 말고 스스로 쉽게 체험할 수 있는 AI 도구를 늘 체험하고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AI처럼 획기적인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기술이 마냥 지금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인간의 일과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못하리라 낙관한 채 AI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누군가가 알아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해 주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런 사람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AI 업계에 직접 종사하거나 AI로 인해 현재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AI가 가져올 미래에 변화할 우리 일과 삶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하지만, AI 자체에 관한 정보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건너뛰어도 될 듯하다.
《책 정보》
Publisher : Portfolio (April 2, 2024)
Language : English
Hardcover : 256 pages
ISBN-10 : 059371671X
ISBN-13 : 978-0593716717
Item Weight : 12.8 ounces
Dimensions : 5.72 x 0.94 x 8.53 in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