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KBS 1라디오에서 방송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금주 발표 예정인 주요 경제지표 소개
5.22(수) 한국은행 3월말 대외채권/채무통계
5.23(목) 통상산업부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한국은행 1/4분기 가계신용
5.24(금) 통계청 1/4분기 가계동향
◇ 대외채무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높은 정부부채와 취약한 재정상태로 일부는 직접 위기를 맞기도 했고 일부는 투자자들로부터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엄격한 재정 관리와 아직은 활발한 경제활동에 힘입어 정부부채와 재정건전성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높은 가계부채와 단기 대외채무가 취약성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08년 후반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 대비 80%에 육박하는 단기 대외채무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의 차환이 어려워지고 일부 채무의 경우 상환 요청이 쇄도하면서 보유 외환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퍼졌고 한국 자본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원화 가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단기 하락세를 나타냈다.
결국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면서 이러한 자본이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한국은 높은 대외채무를 가진 나라라는 인식은 큰 부담이 됐다. 이에 정부는 대외채무 감축을 위한 이른바 3중장치 규제를 도입하게 됐고 이후 단기 대외채무 부담은 꾸준히 낮아졌다. 더구나 외환보유액도 꾸준히 늘어 지난 해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는 38.7%로 2008년 3분기 말 수준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앞으로 당국에서는 단기외채 부담을 계속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됨.
◇ 가계신용
가계신용 자료는 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과 리스 및 카드회사에 대한 갚을 돈 등을 포함한 것이다. 한국의 높은 가계빚이 세계적으로도 관심사항이 된 만큼 이와 관련된 지표가 많은데, 가장 방대한 것은 자금순환표 자료이며 이번에 발표되는 가계신용 자료는 이 보다는 폭이 넓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모든 경제지표는 절대 수치도 중요하지만 추이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한국의 가계신용은 2006-2008년 사이 부동산 시장 활황세와 맞물려 투자 붐이 일면서 10% 넘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후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가 급속히 냉각되고 국내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겪으면서 가계신용 증가율은 낮아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위기감이 가시면서 가계신용 증가율은 소폭 회복되기에 이르렀으며, 높은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약점으로 부각되자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가계신용 증가율도 2012년 초부터 둔화되기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경제성장율이 이보더 더 가파르게 둔화되면서 GDP와 비교한 비율은 오히려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즉, 지난 해 4/4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총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하면서 전분기의 5.4%보다 증가율이 낮아졌으나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이보다 낮아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7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우선적으로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해 수십 만명의 소액 채무 연체자 가운데 자활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빚 탕감 및 전환대출을 제공해 주기로 하는 등 가계부채 문제 해소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약보다 규모가 작다든가 일부 과잉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무결점 정책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선 이번 대책의 결과를 지켜보고 다음 정책을 입안할 때 적극적으로 비판과 제안을 내놓는 것이 옳다고 본다.
◇ 가계동향
가계수지란 가계소득과 가계지출의 추이를 파악하는 것으로, 그 가운데에서도 의무적으로 소비활동과 관계 없이 지출하는 세금 같은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가처분소득 변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처분소득이 견조하게 증가하면 소비자들은 상황에 따라 소비지출을 늘릴 여력이 있게 되고 결국 경제성장도 소비 동향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물가상승율을 감안한 실질 가처분소득은 지난 해 4/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3.9% 증가했다. 이는 전분기의 4.6% 증가율보다 낮은 것이지만 2011년 1/4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한 것이며 증가율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는 역시 국내 고용사정이 양호한 상황을 보인 만큼 가구당 총소득이 견조하게 증가한 데다가 복지비 및 세금 인상율이 과거의 높은 추이에서 서서히 낮아진 결과이다. 거기에 소비자물가상승율도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대 초반 근처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올 들어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가계소득 증가세도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물가상승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서 실질 기준 가계수지는 당분간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소득에서 지출을 뺀 흑자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서 소비지출을 자제하고 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향후 경제 전망이 호전되면 국내 소비지출이 비교적 강하게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뜻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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